"운전을 하다 보면 사람을 칠 수 있으니 아예 운전하지 말라는 말과 같네요."

25일 국회 정무위원회 소위원회에서 신용정보법(신정법) 개정안 통과가 불발되자 핀테크 업체 관계자는 실망 섞인 반응을 보였습니다. 개정안은 개인 정보를 암호화해 누구인지 식별할 수 없게 만든 '가명(假名) 정보'를 개인 동의 없이도 금융사들이 활용할 수 있게 하자는 내용입니다. 4차 산업혁명을 이끄는 빅데이터와 핀테크 산업 발전을 위해 꼭 풀어야 할 규제로 꼽혀왔습니다. 여야 3당도 지난 19일 신정법 연내 처리에 합의했습니다. 그런데 정무위 소위 참여의원 12명 중 지상욱 바른미래당 의원의 반대로 통과가 무산된 것입니다. 지 의원은 "엄격한 보호 장치 없이 신용정보법을 통과시키는 것은 헌법 가치를 훼손하는 것이다"라고 반대를 했습니다. 지 의원은 시민단체들의 논리를 대변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그러나 금융위와 금융사들은 "헌법에는 공공복리를 위해 인격권 등을 활용 가능하다는 조항도 있다"며 지 의원 주장을 반박합니다. 신정법 개정으로 개인별 금융 상품을 추천해주는 '마이데이터' 산업, 빅데이터 산업이 활성화되면 경제가 살고 일자리가 창출된다는 말입니다. 이미 금융위는 신정법 개정을 전제로 은행과 핀테크(IT가 접목된 금융)의 벽을 허물고, 핀테크 기업들을 발굴 지원하는 데 집중해왔습니다. 최소 100만명의 가명 정보가 있어야 상권이 분석되고 대출 상품을 만들거나 할 수 있다고 합니다.

이미 미국·유럽·일본은 가명 정보를 활용한 정보 산업 육성에서 멀찌감치 앞서가고 있습니다. 한국의 신정법 개정안도 유럽연합(EU)의 법을 상당 부분 참조한 것입니다. 특히 일본의 아베 총리는 지난 1월 EU와 개인 정보 보호 동맹을 맺고, 유럽의 가명 정보 활용 기준을 통과했습니다. 한국은 통과하지 못한 상태입니다. 금융위는 "일본이 정보 산업에서 유럽 시장을 공략하고 있을 때 우리나라 기업들은 쳐다만 보는 상황이 곧 닥칠 것이다"라고 말했습니다.

개정안은 개인 정보 유출에 대한 강력한 처벌 조항도 갖추고 있습니다. 개인 정보를 알아볼 수 있도록 식별화할 경우 5년 이하의 징역, 총매출액 3%의 과징금을 부과하게 돼 있습니다. 글로벌 흐름과 발맞춰 규제도 유연하게 적용될 필요가 있습니다. 신정법 개정안이 통과돼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데이터 산업이 우리나라 경제의 활력소가 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