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국내 중형세단 시장의 판도 변화가 예고되고 있다. 지난 21일 공개된 기아자동차의 신형 3세대 K5의 디자인과 성능에 대해 호평이 쏟아지면서 오랜 기간 중형세단 시장을 주도해 온 현대자동차쏘나타의 입지가 흔들리게 된 것이다.

지난 21일 공개된 신형 3세대 K5

26일 기아차 관계자에 따르면 신형 K5는 사전계약 첫날인 21일에 7000여대의 계약대수를 기록했다. 이는 기아차가 지금껏 신차를 출시하면서 진행한 하루 사전계약 중 가장 많은 수치에 해당된다.

기아차 관계자는 "주요 자동차 커뮤니티 등을 모니터링한 결과 특히 신형 K5의 외관 디자인에 대한 호평이 많았다 "며 "출시를 앞두고 섣불리 판단하기는 다소 이르지만, 사전계약 실적을 놓고 보면 연간 판매목표 7만대는 무난히 돌파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신형 3세대 K5는 기존 2세대 모델과 비교해 디자인이 큰 폭으로 변화했다. 기아차 디자인의 상징이었던 호랑이코 형상의 ‘타이거 노즈(tiger nose)’ 라디에이터 그릴은 헤드램프와의 경계가 사라지고 가로 너비가 크게 확장돼 역동적인 느낌이 훨씬 강조됐다.

신형 K5의 외관 디자인

라디에이터 그릴의 패턴 디자인도 상어껍질처럼 날카로운 외관에 부드러운 촉감을 갖춘 직물인 ‘샤크스킨(shark skin)’을 모티브로 삼아 파격적으로 바뀌었다. 프런트 범퍼도 쾌속선을 형상화해 유려한 모습이 강조됐다.

신형 K5의 휠베이스는 이전 모델에 비해 45mm 확대된 2850mm로 동급 최대 수준이다. 전장은 4905mm, 전폭은 1860mm로 기존 모델에 비해 각각 50mm, 25mm 확대됐다. 전고는 20mm 낮아진 1445mm로 날렵한 이미지가 더욱 강조됐다.

파격적인 디자인 변화에 대해 호평이 쏟아지면서 기아차 관계자들은 K5가 처음으로 출시돼 뜨거운 인기를 모았던 2010년의 영광을 재현할 것이라는 기대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권혁호 기아차 국내총괄담당 부사장은 21일 신형 K5 공개행사에서 "1세대 K5를 처음 선보일 때 디자인이 큰 관심을 얻었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이번에는 더 뜨거운 열기가 느껴진다"고 말했다.

신형 K5가 심상치않은 인기를 끌자 ‘한지붕 가족’인 현대차는 쏘나타의 인기가 한풀 꺾이지 않을까 긴장하는 분위기다.

지난 3월 서울 모터쇼에서 공개된 현대차 쏘나타

지난 3월 8세대 신형 모델로 출시된 쏘나타는 올들어 국내 승용차 시장에서 가장 많은 판매량을 기록했지만, 중형세단의 대명사라는 이름값과 신차 효과 등을 감안하면 기대에 다소 못 미치는 실적을 내고 있다는 평가도 받고 있다.

쏘나타는 5월에 1만3376대가 판매됐지만, 이후 판매량은 계속 내리막길을 걸었다. 6월 판매대수 9822대를 기록한 이후 7월 8071대, 8월 8393대가 팔렸고 9월 판매량은 7156대에 그쳤다.

10월에는 1.6 가솔린 터보 엔진을 탑재한 ‘쏘나타 센슈어스’가 가세하면서 판매대수가 1만대를 돌파했지만, 신형 K5의 출시로 판매 증가세가 계속 이어질 것으로 장담하기는 어려운 처지가 됐다

쏘나타는 지난 2010년 기아차가 K5를 국내에 선보인 이후 판매 부진을 겪은 적이 있다. 2006년 기아차의 디자인 총괄로 합류한 피터 슈라이어 당시 부사장이 디자인 작업을 주도해 탄생한 K5는 국내 승용모델 가운데 가장 세련된 외관으로 만들어졌다는 찬사를 받으며 판매 돌풍을 일으켰다.

쏘나타는 2010년 기아차가 K5를 선보인 이후 디자인에서 밀린다는 평가를 받으며 판매 부진을 겪은 바 있다. 2010년 K5(위)와 쏘나타 YF

출시 첫해인 2010년 6만1963대였던 K5의 판매량은 2011년 8만6642대로 증가했다. 반면 같은 기간 쏘나타의 판매량은 15만1377대에서 10만3097대로 급감했다. 당시 판매됐던 YF 쏘나타는 디자인이 파격적이라는 평가를 받았지만, 동시에 "삼엽충, 곤충을 연상케 한다"는 혹평도 쏟아지면서 K5 출시에 따른 ‘직격탄’을 맞았다.

자동차 업계 관계자는 "3세대 K5는 공기청정시스템과 테마형 클러스터가 탑재되는 등 안전·편의사양도 획기적으로 개선됐다"며 "출시 후 7개월여가 지나 신차효과까지 끝난 쏘나타가 앞으로 국내 시장에서 고전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