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바 '워라밸(일과 삶의 균형)'을 중시하는 풍조가 확산하면서 '일과 가정, 둘 다 중요하다'는 응답이 '일이 우선'이라는 응답을 처음으로 앞질렀다. 자식 세대의 계층 상승 가능성에 대해선 비관적 인식이 더 늘었다.

통계청이 25일 발표한 '2019년 사회조사' 결과에 따르면, 취업자 가운데 일과 가정생활 중 '일을 우선으로 생각한다'는 응답자는 42.1%로 2년 전보다 1.0%포인트 줄었다. 2015년(53.7%)과 비교하면 11.6%포인트나 감소한 수준이다. 반면 '일과 가정생활을 비슷하게 여긴다'는 사람은 44.2%로 2011년 관련 조사 시작 후 처음으로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했다. 2년 전보다는 1.3%포인트, 2015년보다는 9.8%포인트 높은 수준이다. 통계청은 "일을 우선시하던 사회에서 일과 가정생활의 균형을 중요시하는 사회로 변화하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다"고 했다.

우리 사회에 대한 신뢰도는 절반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 조사에서 처음으로 실시한 '사회 신뢰도' 조사에서 우리 사회를 '믿을 수 있다'는 응답자는 50.9%로, '믿을 수 없다(49.1%)'는 응답자를 간발의 차로 앞섰다. '매우 믿을 수 있다'는 응답은 3.2%에 불과했다. 연령별로 보면 20대(54.9%)와 30대(51.5%)에서 '믿을 수 없다'는 답이 과반을 넘어 젊은 층의 사회 불신이 특히 큰 것으로 나타났다. 이를 반영하듯 기부 의향과 참여율도 지속적으로 하락했다. 지난 1년간 기부를 한 적이 있다는 응답은 2011년 36.4%에서 올해 25.6%로 떨어졌고, 앞으로 기부할 의향이 있다는 사람도 같은 기간 45.8%에서 39.9%로 하락했다.

미래 계층 상승 가능성에 대해선 부정적 인식이 계속 늘고 있다. 자식 세대에서 일생 노력을 다한다면 개인의 사회·경제적 지위가 높아질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28.9%로 2년 전보다 0.6%포인트 줄었다. 2009년(48.3%)과 비교하면 19.4%포인트나 떨어진 것이다.

현재 본인의 계층이 높다고 생각할수록 자식 세대의 계층 상승 가능성도 높다고 보는 것으로 나타났다. 자신이 상층이라고 생각하는 응답자는 자식 세대의 계층 상승 가능성을 48.6%로 본 반면, 하층이라고 대답한 응답자는 21.5%만 자식 세대의 계층 상승이 가능하다고 봤다.

한편, 국민 세 명 중 한 명은 노후 준비를 하고 있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19세 이상 인구 중 '노후 준비를 하고 있지 않다'고 응답한 비율은 34.9%로 2년 전(34.6%)보다 소폭 상승했다. 노후 준비를 하고 있지 않은 이유로는 '준비할 능력이 없음(40.1%)' '앞으로 준비할 계획임(33.7%)' '아직 생각 안 함(17.6%)' 등을 꼽았다.

60세 이상 고령자의 경우 자녀에게 생활을 의존하는 비중은 대폭 줄어들고, 스스로 생활비를 마련하거나 정부의 지원을 받는 비중이 높아졌다. '정부 및 사회단체의 지원을 받는다'는 비중은 2009년 8.6%에서 올해 12.4%로 크게 높아진 반면, '자녀·친척의 지원을 받는다'는 비중은 같은 기간 31.4%에서 17.7%로 낮아졌다. '본인과 배우자가 부담한다'는 응답자는 69.9%로 2009년(60.0%)에 비해 9.9%포인트 늘어났다.

경기가 부진하면서 내년 가구의 재정 상태가 '나빠질 것'이라는 응답은 2017년 19.4%에서 올해 22.2%로 2.8%포인트 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