넓은 대지 위에 파란색, 주황색 컨테이너 박스들이 줄지어 차곡차곡 쌓여져 있다. 저 멀리서 크레인들이 위아래로 움직이며 컨테이너 박스를 기차에 싣고 있다. 크레인이 움직일때마다 나는 묵직한 소리만이 규칙적으로 울려퍼졌다.
찬바람이 쌀쌀했던 11월 중국 쓰촨성 청두(成都)의 국제철도항을 찾았다. 뿌연 '스모그'가 짙은 하늘 아래 전 세계에서 수출입되는 크고 작은 컨테이너 박스들이 눈 앞에 펼쳐졌다.
이 곳에서는 전 세계 전자제품과 자동차부품, 술, 식품 등을 실은 8개 열차가 하루 8회 운행된다. 이를 통해 40피트 크기의 컨테이너 박스 41개가 매일 출하된다. 이 곳의 한 관계자는 "물동량이 매년 10% 정도 성장하고 있다"고 말했다.
중국 내륙의 조용한 역사 도시로 알려졌던 청두의 변화가 심상치 않다. 지난 8일 중국 관영매체 환구시보와 한중일 3국 협력사무국(TCS) 주최로 '한중일 기자 합동취재 행사'차 찾은 청두는 국제 물류의 중심지이자 첨단 도시로 거듭나고 있었다.
한국인에게 청두는 삼국지연의 촉한의 수도이자 유비의 묘와 제갈량의 사당인 '무후사(武侯祠)'가 있는 곳으로 익숙하다. 중국의 국보 '판다'를 연구하는 생산기지도 유명한 관광지다. 청두는 또 지난 2008년 8만여명의 목숨을 앗아간 쓰촨성 대지진으로 큰 피해를 입었지만, 현재 대부분 복구를 마쳤다.
사실 청두의 이미지 변신은 2000년대 후진타오 집권기때부터 시작됐다. 후 전 주석은 당시 청두를 서부 대개발의 핵심 거점도시로 키우기 위해 투자를 집중했다. 시진핑 주석 집권 이후에는 현대판 '실크로드'인 '일대일로(一帶一路·육상해상 실크로드)' 프로젝트의 관문이자 내륙 물류의 허브, 글로벌 인재들이 몰려드는 첨단 신흥 도시로 주목받으며 발전을 가속화하고 있다.
청두시 상무국에 따르면 청두시의 경제규모(GDP)는 1500억위안(약 25조원)으로, 이미 뉴질랜드와 포르투갈, 핀란드를 넘어섰다. 청두는 베이징, 상하이와 함께 두 개의 국제 공항을 갖춘 3대 핵심 도시 중 하나다. 이 곳에서 운행되는 국제선만 122개다.
뿐만 아니라 청두는 글로벌 기업과 인재들이 몰려드는 전자, 정보통신기술(ICT), 바이오 등 첨단산업 클러스터로도 주목 받고 있다. 청두시에서는 하이테크 구역을 조성해 '혁신창업단지'를 만들었고 한국 청년들의 창업도 지원해주고 있다. 창업 초기 비용이 거의 없고 144시간 비자 면제 통행 프로그램에, 기숙사 지원 등 외국인 생활 단지도 만들었다.
국내 기업 중에서는 이미 롯데건설이 롯데백화점 청두점을 열었고 SK는 리튬이온 배터리, 포항제철은 자동차 부품 사업으로 청두시에 투자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현재 청두의 제 7대 투자국이다.
이처럼 급성장 중인 청두는 전세계 도시 중 일본과 한국의 각각 제 5대, 8대 무역 파트너로 역할을 하고 있다. 올해 1~9월 청두의 수출 상품 총액은 4156억위안(약 69조5300억원)으로, 지난해에 비해 18% 성장했다.
이런 청두가 최근엔 다음달 말 열리는 한중일 정상회담의 개최지로 선정되면서 한중일 3국 경제협력의 새로운 통로가 되어줄 것이라는 기대가 커지고 있다. 3국의 얽히고 설힌 과거사와 외교적 긴장감 속에서도 세 나라의 젊은 인재들과 발빠른 기업들은 청두에서 새로운 성장 기회를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청두 한중일 정상회담이 실리와 명분을 위한 외교 회담을 너머 3국 경제 협력의 새로운 전환점을 맞이할 수 있는 계기가 되길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