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의점 도시락 시장, 올해 5000억 규모 성장 전망
1~2인 가구 증가·혼밥 문화 정착 등 영향
'밥 소믈리에' '배달 서비스'…가심비 공략 나선 업계

편의점 업계의 도시락 경쟁이 날로 치열해지고 있다. 혼밥(혼자 밥 먹는) 문화가 정착한 가운데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를 앞세운 편의점 도시락을 찾는 이른바 ‘편도족(族)’이 증가하면서다. 각 업체들은 저가 전략을 넘어 지속적인 제품 개발과 차별화된 서비스 등으로 가심비(가격 대비 심리적 만족) 공략에 나서고 있다.

편의점 CU는 요리연구가 백종원과 함께 선보인 백종원 간편식 시리즈의 누적 판매량이 2억 개를 넘어섰다고 21일 밝혔다. 시리즈 간편식 중에서 판매량이 가장 많은 제품은 도시락이었다.

전자레인지에 CU 백종원 시리즈 도시락 제품인 ‘12찬 한판도시락’을 데우는 모습.

22일 오후 12시 직장인이 밀집한 서울 중구 소재 CU 4곳을 방문했다. 이중 백종원 시리즈 도시락은 두 곳에만 남아 있었는데, 그마저도 남은 개수는 각각 1개뿐이었다. 한 점포 직원은 "도시락 제품 중에서도 백종원 시리즈는 확실히 인기가 좋은 편인데 그것도 종류별로 다르다"며 "도시락 물량은 오전 9시와 밤 10시, 하루 두 번 들어오는데 보통 점심을 전후로 거의 소진된다"라고 했다.

업계에 따르면, 2013년 779억원 규모였던 지난해 편의점 도시락 시장은 지난해 3500억원으로 급성장했다. 올해는 5000억원 규모를 넘어설 것으로 전망된다.

22일 오후 1시쯤 서울 중구 소재의 한 편의점의 도시락 진열대. 밥과 반찬 구성의 도시락은 단 두 개만 남아있다.

1~2인 가구 증가, 혼밥 문화의 보편화, 물가 상승 등이 편의점 도시락 시장의 급성장에 기여했다. 업계에 따르면 지역별 도시락 판매율은 대학가(70%)와 주택가(55%), 오피스 상권(9%) 순으로 나타났다. 편의점 도시락의 주 소비층이 자취생이나 직장인이란 얘기다.

편의점 도시락의 인기 요인은 가성비다. 지난해 잡코리아 조사에 따르면, 직장인의 외식비 평균 지출액은 점심 6682원, 저녁 9604원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편의점 도시락은 평균 가격이 3000~4000원대다. 절반도 안 되는 가격으로 간편하게 한 끼를 해결할 수 있는 것이다. 비교적 다양한 종류의 반찬을 맛볼 수 있다는 것도 장점이다. 그간 편의점 도시락은 주로 불고기, 돈가스, 햄 등 간단한 육류 반찬이 주류였지만, 최근엔 생선이나 쭈꾸미 등을 활용한 제품도 출시됐다.

시장이 커지면서 업계의 경쟁은 치열해지고 있다. 각 업체들은 가격 경쟁뿐만 아니라 메뉴 다양화와 차별화된 서비스 제공으로 소비자 공략에 나섰다.

밥 짓는 기술과 영양학적인 지식을 갖춘 전문가인 CU ‘밥소믈리에’.

CU 백종원 시리즈 도시락의 경우 가격은 4000~5000원대다. 다른 편의점 도시락보다 가격대가 높다. 대신 반찬 가짓수와 중량을 늘렸다. 특히 그동안 편의점 도시락의 한계로 꼽혔던 ‘밥맛’ 개선에 중점을 뒀다. 도시락에 사용되는 신동진미(米)는 일반 품종 대비 쌀알이 1.3배 크고 수분량도 많다. 밥맛을 높이기 위해 밥 짓는 기술과 영양학적인 지식을 갖춘 전문가인 ‘밥 소믈리에’도 따로 뒀다. 이달 초부터는 채식주의자들을 위한 도시락도 출시했다. 100% 식물성 원재료로 만든 제품이다.

서울 중구 소재 직장에 다니는 정모 씨(29)는 "최근 다이어트를 시작하면서 채식에 대한 관심이 생겼다"며 "집과 회사에서 가까운 편의점에서 비건 도시락을 종종 구매하고 있다"고 말했다.

세븐일레븐은 1인 가구를 위한 소용량의 미니 도시락 상품을 출시했다. 반찬을 간소화하고 볶음밥, 덮밥 등 일품요리 메뉴로 구성했다.

세븐일레븐 미니 도시락 시리즈.

편의성을 위한 배달 서비스도 시행 중이다. GS25와 세븐일레븐은 예약구매 서비스를 시행하고 있다. 자체 앱에서 제품을 예약하면 수령 점포와 날짜, 시간을 정할 수 있다. 또 CU와 GS25는 올 초부터 배달앱 서비스와 손잡고 배달 서비스를 운영 중이다. 각 업체는 일부 점포에 이용 고객을 위한 휴게 공간을 따로 마련하고, 할인 또는 무료 쿠폰 증정 다양한 이벤트를 진행 중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편의점 도시락 시장이 성장하면서 고객들의 입맛도 까다로워지고 있다"며 "소비자의 가격으로 경쟁하는 수준을 벗어나 고객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 있는 품질 개발과 차별화된 서비스 제공을 위해 고심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