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 위기 먼저 왔던 일본, 요양 서비스 활발

금융업계 최초로 요양시설 사업을 시작한 KB손해보험이 사업 확장에 나선다. KB손해보험은 고령화 시대에 보험사의 운영 수익을 확보하고, 관련 시장을 선점하겠다는 구상에 따라 2016년 100% 자회사인 KB골든라이프케어를 설립해 요양사업을 시작했다. 요양시설은 치료가 목적인 병원과 달리 자력으로 생활하기 어려운 노인에게 일정한 도움을 주는 시설을 말한다.

20일 서초구청과 KB골든라이프케어에 따르면 KB손해보험의 자회사 KB골든라이프케어는 서초구 우면동에 1590㎡(약 480평)가량의 부지를 확보하고, 도심형 프리미엄 요양시설을 설립할 예정이다. 고급화를 위해 호텔건축으로 유명한 간삼건축의 이효상 건축가에게 설계를 맡겼다. 요양시설은 오는 2021년 3월에 오픈할 계획이다.

KB골든라이프케어 관계자는 "서울의 요양시설 충족률은 60% 초반대인데, 서초구는 36% 수준으로 요양시설 충족률이 낮아 서초구를 우선으로 검토했다"고 했다. 요양시설 충족률은 65세 이상 노인인구에 대한 요양시설의 정원수의 비율이다.

KB손해보험이 요양사업 확대에 본격적으로 나섰다. 이를 통해 신성장동력을 마련하고 관련 시장 선점에 나설 계획이다.

우면동에 들어설 요양시설은 위례빌리지(5620㎡·1700평)보단 면적이 작지만 자연친화적인 시설로 꾸며질 예정이다. 국가지원금을 제외한 비용은 1인실 기준 월 평균 250만원 수준으로 책정될 전망이다.

지난 4월 위례빌리지를 통해 요양시설 사업을 시작한 KB손해보험은 생각보다 수요가 견조하다는 확신을 갖고 사업 확장을 결정했다. KB골든라이프케어 관계자는 "지난 4월 오픈한 위례지구의 대기 인원만 약 900명이고, 이를 다 소화하려면 약 9년 정도가 소요된다"면서 "비지니스 모델 경쟁력은 확인됐다고 본다"고 했다.

그룹 차원에서도 관심사업으로 지켜보고 있다. 지난 9월 위례빌리지 사업현황을 보고 받은 윤종규 KB금융지주회장은 'KB금융의 경쟁력을 발휘해 사업을 잘 키워보라'는 주문을 했다. KB골든라이프케어 관계자는 "당장은 아니지만, 앞으로 사업이 잘 가꿔지면 KB손해보험이나 금융지주와 시너지를 발휘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했다.

일차적으로는 KB손해보험이 보험 상품과 연계해 부대 수익을 얻거나 헬스케어 관련한 데이터를 얻어 활용할 수 있다. 보험사 관계자는 "요양병원 사업이 의료법상 금지돼 있는데, 요양시설 사업으로 일정 부분 이를 타개할 수 있다"고 했다. 금융지주와의 시너지도 무궁무진하다. 고령화 시대에 시니어층은 중요한 소비계층이기 때문이다.

KB금융지주경영연구소가 최근 발표한 '금융사의 시니어고객 대상 비금융서비스 사례'에 따르면 일본 금융사들은 시니어 고객에게 병원 예약 및 약 처방 서비스, 간병인 서비스, 집안관리 서비스 등 다양한 비금융 서비스를 진행하고 있다.

양종희 KB손해보험 대표이사.

고령화와 저금리 사회에 접어들어 우리보다 먼저 보험산업의 위기가 있었던 일본에선 손해보험사들이 요양서비스 사업에 적극 뛰어드는 추세다. 일본 손보(SOMPO)홀딩스가 대표적인 성공사례다.

생명보험사와 손해보험사를 가진 손보홀딩스는 자회사 손보케어(sompo케어)를 통해 요양 사업에 진출했다. 2018년 기준으로 유료 노인 홈(고급 시니어타운) 298곳, 서비스 제공 고령자 주택 133곳을 운영하고 있다. 매출 기준으로 업계 2위 수준을 달성했다. 일본의 소니생명은 요양시설 업체인 와타미와 제휴해 우선 입주, 종신 계약, 할인서비스 등을 제공하고 있으며 일본생명도 의료진 연결 서비스 '베스트 닥터 서비스' 등을 제공한다.

보험연구원 관계자는 "손보홀딩스는 요양사업의 평균 영업이익율이 전통 보험 산업보다 높다는 점을 확인해 간호·간병 헬스케어 사업을 확장하고 있다"고 했다. 손보홀딩스에 따르면 2020년까지 일본 내 손해보험 사업 비중을 기존 74%에서 48%로 줄이고, 대신 간호·간병 헬스케어 사업의 비중을 0%에서 4% 수준으로 늘릴 계획이다.

KB손해보험의 요양시설 확장 소식에 다른 보험사들도 관심을 가지고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위례빌리지에는 DB손해보험(005830)삼성화재(000810)관계자가 찾아와 내부 견학을 진행하기도 했다. 지난해 삼성화재는 연내 요양서비스 사업 진출을 목표로 요양서비스와 관련한 해외 사례 연구 등에 나선 바 있다.

KB손해보험은 앞으로도 요양 시설을 확대할 예정이다. KB골든라이프 관계자는 "요양시설 확대는 앞으로도 꾸준히 할 예정인데, 토지 확보가 쉽지 않아 부지 물색 중에 있다"면서 "2020년 하반기쯤엔 위례와 서초에 뒤이은 새로운 요양시설 오픈에 나설 계획이다"고 했다.

KB손보는 양종희 대표이사의 임기 첫 해 중장기 전략과제 중 하나로 실버·헬스케어 사업 추진을 꼽고 관련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2016년 12월 해외 선진사례를 참고해 KB골든라이프케어 자회사를 설립하고 강동구 성내동에 첫번째 사업장인 '강동케어센터'를, 올해 5월엔 2호 사업장 위례빌리지를 오픈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