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시위가 갈수록 격렬해지면서 홍콩 금융 시장의 불확실성도 커지고 있다. 지난 17일에는 중국 인민해방군이 홍콩 시내를 청소하겠다며 거리로 진입했고, 이는 중국 정부가 언제든 홍콩 사태에 개입할 수 있다는 신호로 여겨지면서 긴장감이 높아졌다. 홍콩 증시는 지난 한 주 동안에만 4.8% 하락했다. 국내에서는 홍콩H 지수의 움직임을 기초 자산으로 삼는 ELS(주가연계증권) 투자자들이 좌불안석이다. 홍콩 H지수가 가입 때의 50~60% 아래로 떨어지면 원금이 반 토막 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올해 4월 고점 대비 11%가량 떨어진 상황으로, 원금 손실 구간에 이르기까지는 여유가 있다"고 말한다. 하지만 최근 독일 국채금리 DLS(파생결합증권)의 대규모 원금 손실 사태를 지켜본 투자자들은 "홍콩 주가도 순식간에 반 토막 날 수 있는 것 아니냐"며 불안해하고 있다.
◇홍콩ELS 잔액 40조원… "가입 시점에 따라 손실 가능성 천차만별"
18일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홍콩 H지수의 움직임에 연동되는 ELS 미상환 잔액은 40조531억원(10월 말 기준)이다. 홍콩 H지수는 홍콩 증시에 상장된 중국 기업 중 텐센트·평안보험 등 50개 우량 종목으로 구성돼 있다. 주요국 지수 중에서 부침이 심한 편이라 위험이 큰 만큼 기대 수익률도 높기 때문에 국내에서 팔리는 ELS의 주요 기초 자산으로 활용돼왔다. 실제로 올해 H지수도 1~4월 사이 20% 치솟아 11848.98까지 올랐다가, 반정부 시위가 시작되면서 급락했다. 홍콩 공항이 폐쇄됐던 8월 9846선까지 떨어졌던 H지수는 미·중 무역 협상 진전과 함께 회복세를 보이다 지난주 다시 하락세로 돌아섰다. 18일 H지수는 연고점보다 약 11% 하락한 10556.56에 거래를 마쳤다.
각 증권사에서 수시로 발행하는 ELS는 가입 시점과 상품의 조건에 따라 원금 손실이나 조기 상환 가능성이 달라진다. 대다수 ELS는 기초 자산의 가격이 가입 시점 대비 95% 이상을 유지할 경우 6개월 뒤 조기 상환 평가를 통해 원금과 이자(연 4~6% 안팎)를 지급한다. 95% 아래로 떨어졌다면 다시 6개월을 기다려 가입 시점 대비 90% 이상을 유지했을 경우 원금과 이자를 준다. 만약 투자 기간 중 주가가 급락해 가입 때보다 50~60% 아래로 떨어지면 원금이 반 토막 날 수 있다. 따라서 지난 4월 연중 최고점에서 홍콩 ELS에 가입했다면, 이후 주가가 10% 이상 떨어졌기 때문에 이달 조기 상환에 실패해 6개월을 더 기다려야 한다. 가능성은 작지만, H지수가 지금보다도 30% 넘게 떨어져 7100선 수준에 이르면 원금 손실이 발생한다. 하지만 H지수가 바닥을 쳤던 8월에 홍콩 ELS에 가입한 경우라면, 아직까지는 내년 2월 조기 상환에 문제가 없다. 6000선까지 떨어지지 않는 한 원금 손실 우려도 없다.
◇투자자 외면에 ELS 발행 규모 급감
홍콩 시위가 좀처럼 해결될 기미가 보이지 않으면서, 최근 국내 증권사들은 H지수에 연계한 ELS 발행 규모를 크게 줄이고 있다. 투자자들이 새로 출시되는 홍콩 ELS를 외면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4월 7조5335억원에 달했던 홍콩 ELS 발행 규모는 꾸준히 줄어 지난달에는 2조6096억원에 그쳤다.
앞으로 H지수의 향방에 대한 전문가들의 의견은 엇갈린다. 박수현 KB증권 연구원은 "시위가 더욱 고조돼 홍콩 거래소가 휴장을 택할 경우 외국인 자금이 이탈할 수 있다"면서도 "글로벌 기업의 자국 진출을 유도하려는 중국 정부가 리스크를 부각시킬 가능성은 낮다"고 말했다. 중국 최대 상거래업체 알리바바가 홍콩 증시 상장을 앞둔 것이 호재로 작용해, 중국 본토 자금이 유입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반면 문성제 NH투자증권 파생운용부장은 "아직 여유가 있는 듯 보이지만 홍콩 사태가 걷잡을 수 없이 확산되면 순식간에 주가가 급락할 수 있다"며 "막연히 불안해하기보다는 자신이 가입한 ELS의 원금 손실 조건을 꼼꼼히 따져봐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