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시장 역사상 누가 장기간에 걸쳐 가장 높은 수익률을 달성했을까? 추정컨대 제임스 사이먼스의 메달리언 펀드일 것이다. 1988~2018년에 연평균 39.1%를 기록했다. 이는 워런 버핏의 버크셔 헤서웨이가 이룩한 1965~ 2018년 20.5%를 월등히 앞섰던 것은 물론이고, 조지 소로스의 퀀텀펀드가 달성한 1969~2000년 32%라는 기록적 수익률조차 뛰어넘은 것이었다.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했을까?
월스트리트저널의 특임 기자이자 저명한 작가인 그레고리 주커먼은 '시장의 비밀을 찾아낸 인간'에서, 뉴욕 주립 스토니브룩 대학 수학 학과장직을 걷어차고 펀드매니저로 변신한 제임스 사이언스와 일군의 탁월한 인물들이 펼쳐온 흥미로운 스토리를 들려준다.
그들의 투자회사 르네상스테크놀로지의 알고리즘은 영업 비밀로 베일에 가려 있다. 사이먼은 천-사이먼(Chern-Simon) 정리(1974)로 기하학 분야에서 이미 큰 업적을 남긴 석학이었다. 더구나 그가 미국 국방분석연구소에서 암호 해독 전문가로 일하기까지 전력으로 미루어, 뭔가 특별한 수학 이론으로 마법의 투자 공식을 찾아낸 것이 아닐까 상상하는 사람이 많았다. 하지만 어떤 기적의 성배가 있는 것은 아니었다. 그것은 어디까지나 팀 경영의 성공이었다.
첫째, 사이먼스 개인의 천재성이 아니라 탁월한 팀원들이 함께 이룩했다. IDA와 스토니브룩 대학 시절 함께했던 라우퍼, 바움, 액스, 벌리캠프 등 탁월한 두뇌들이 데이터 수집과 개발을 주도했다.
둘째, 조직 내에서 모든 지식을 공유했다. 모든 프로그래밍 코드는 다 공개되어 상호 검토 대상이 됐다. 구성원 간 끝없는 토론과 학습은 일상이었다.
셋째, 지속적 개선이 늘 이루어졌다. 그들조차 초기 모델은 엉성했다. 미국 국채 투자에서 손실을 보고 중개인들의 가격 조작에 걸려들어 피해를 보기도 했다. 하지만 그때마다 발빠른 피드백으로 시스템을 개선함으로써 이내 복구할 수 있었다.
마지막으로 무엇보다도 사이먼스 자신의 끈기와 집념, 그리고 분명한 목표가 가장 큰 역할을 했다. 구성원들의 모든 연구와 행동은 그 방향으로 모였다.
또한 흔히 상상하듯 사람이 전혀 개입되지 않는 100% 알고리즘 트레이딩만도 아니었다. 일상에서는 시스템이 투자 대상, 시점, 투자 금액 등을 결정하지만, 중대 국면에서는 사람이 개입해서 조정하기도 했다. 예를 들어서 이라크가 쿠웨이트를 침공했을 때 사이먼은 시스템 결정과 상관없이 원유와 금 파생 상품 투자 비율을 높이기로 결정하기도 했다. 인공지능 시대는 로봇이 세상을 지배하는 것이 아니라, 탁월한 지식을 개발하고 응용하는 '사람들'이 지배한다는 사실을 다시금 일깨워 주는 스토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