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장 취임 후 렌털 사업 인수해 '사업적 독립' 완료
'SK네트웍스 계열' 소그룹 형태 지배구조 재편 가능성
15일 최신원 회장이 이끄는 SK네트웍스(001740)는 주주총회를 열고 AJ렌터카와 SK네트웍스 렌터카 사업부를 통합하는 결정을 내린다. AJ렌터카가 SK네트웍스의 렌터카 사업부를 인수한 뒤, 사명을 SK렌터카로 바꾸는 방식이다.
재계는 이번 렌터카 사업 통합이 이달 초 직영주유소 매각과 함께 최신원 회장의 독립 경영이 본격화됐음을 알리는 시금석으로 보고있다. SK이노베이션(096770), SK텔레콤(017670)과의 연결고리를 하나씩 정리해나가면서, 다른 한편으로 렌털 사업을 중심으로 독자 생존이 가능한 사업 형태를 구성해왔던 최 회장의 행보가 이제 완성 단계에 접어들었다는 것이다.
이제 남은 것은 최 회장의 동생 최창원 SK디스커버리 부회장이 이끄는 SK케미칼(285130)등 'SK디스커버리(006120)계열(가칭)'처럼 'SK네트웍스 계열(가칭)'로 소그룹 형태로 지분을 정리하는 것이다. 당장은 아니지만 언제든지 계열 분리가 가능한 단계까지 지분 소유 구조를 바꾸는 행보가 이어질 것이란 게 대체적인 관측이다.
◇2016년 초 SK 사촌 간 분리 결정
SK 대주주 일가는 고 최종건 창업주 자녀인 최신원 회장, 최창원 부회장과 고 최종현 회장의 자녀인 최태원 SK 회장, 최재원 SK 수석부회장, 최기원 SK행복나눔재단 이사장 등 사촌 형제로 구성돼 있다. 고 최종건 창업주-고 최종현 회장으로 이어지는 창업주 형제의 자녀들이 그대로 지분을 소유하고 있는 형태다.
사촌 간 계열사 분리가 본격화된 것은 2016년 초다. 당초 SK는 순환출자를 해소하고, 지주회사 구조로 재편되는 과정에서 최태원 회장과 최기원 이사장의 SK C&C 또는 SK㈜ 지분 대부분 갖고 있는 형태였다. IT서비스 회사인 SK C&C→ SK㈜→SK 계열사로 이어지는 지배구조를 짜면서, 최태원 회장과 최기원 이사장으로 지분을 몰아준 것이다. 지난 2015년 SK C&C와 SK㈜가 합병한 뒤에도 이 구조는 이어졌다. 이런 지배구조가 만들어진 데에는 최신원 회장·최창원 부회장의 동의가 있었다. SK그룹은 공격적인 사업 확장 과정에서 대주주 일가의 지분이 희석돼 2003년 소버린 사태 등 어려움을 겪었었다.
재계 안팎에 따르면 2015년 말~2016년 초 SK 대주주 일가는 사촌 간 계열 분리에 합의한다. 당시 한 SK 핵심 관계자는 2016년 초 '사촌간 분가에 합의한 게 맞느냐'는 질문에 대해서 "말을 못해주는 사정을 이해해 달라"며 우회적으로 사촌간 계열 분리에 대해 인정했다. 2세들이 1952년~1964년생으로 장노년기에 접어들었고, 3세들이 경영에 참여하는 상황이 되자 명확한 계열사 지분 정리에 나설 필요가 생겼기 때문이다.
최신원 회장이 SK네트웍스 회장으로 2016년 초 선임된 것은 사촌 간 합의의 결과였던 셈이다. SK네트웍스는 SK그룹의 모태인 선경직물이다. 사촌 형제 가운데 장자(長者)로서 고 최종건 창업주가 만든 회사를 이끌기로 한 셈이다. SK네트웍스는 고 최종건 창업주의 마지막 대형 기업 인수였던 워커힐호텔을 산하로 두고 있기도 하다.
◇매출 43% 차지했던 석유유통 사업 완전 정리
최 회장은 SK네트웍스 회장에 취임한 뒤 석유제품 유통·휴대폰 판매 등에 의존하던 SK네트웍스의 사업 구조를 완전히 뜯어 고쳤다. 회장 취임 직전인 2015년 SK네트웍스 매출 20조4000억원 가운데 석유제품 판매·자동차 정비 등은 42.8%(8조7000억원·E&C 사업부 매출 기준), 휴대폰 판매 및 수리는 24.8%(5조500억원·정보통신 사업부 기준)을 각각 차지했다. 두 사업은 각각 560억원, 950억원의 이익을 냈다. 계열사인 SK이노베이션, SK텔레콤의 하위 파트너로 사실상 하도급 업체나 다름없었던 셈이다.
최 회장은 2016년 2월 패션사업을 3300억원에 현대백화점에 매각했고, 5월 면세점 사업을 중단했다. 2017년 3월에는 LPG충전소를 SK가스에, 석유 도매 판매 사업을 SK에너지에 각각 3100억원과 3000억원을 받고 매각했다. 큰 성과를 내지 못한 의류 사업과 SK이노베이션에 의존하는 유통 사업을 정리한 것이다. 올해 11월에는 'SK' 브랜드를 갖고 석유제품 소매를 하는 직영주유소 230여곳을 현대오일뱅크에 매각키로했다.
대신 최 회장이 선택한 것은 렌털사업이다. 2016년 9월 월에 6100억원을 들여 생활가전 제조‧렌털업체 동양매직(현 SK매직)을 인수했다. 2018년에는 AJ렌터카 지분 42%를 3000억원에 사들여 렌터카 시장 점유율 1위로 올라섰다. 정수기, 공기청정기 렌털 등에 주력하는 SK매직의 매출은 2016년 4400억원, 2017년 5200억원, 2018년 6400억원으로 꾸준한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올해 매출은 7800억원으로 추정된다. 순이익은 지난해 200억원이었다. AJ렌터카는 지난해 매출 6500억원, 순이익 300억원을 기록하면서 부진한 모습이었지만 올해는 순이익이 1600억원으로 늘어날 것이라는 게 금융투자업계의 예측(컨센서스)이다. 석유유통사업보다 매출은 작지만, 이익 규모는 동등 또는 그 이상인 사업으로 전환에 성공한 것이다.
재계는 SK네트웍스가 인수합병(M&A)을 통해 가전제품·자동차 렌털 사업을 새 주력 사업으로 키우면서, SK텔레콤 등과 강한 협업 관계를 맺지 않고 있다는 데 주목한다. SK는 그룹 차원에서 인터넷 기반의 유통업에 관심이 많았고, SK텔레콤은 2010년 초반에 웅진코웨이인수를 검토하기도 했었다. 웅진코웨이가 보유하고 있는 방문판매 조직을 활용해 유통업에서 사업 확장이 가능하다는 게 당시 인수 검토 배경이었다. 하지만 현재 SK매직과 SK텔레콤은 큰 협력 관계를 맺고 있지 않다. 결국 SK매직과 AJ렌터카 인수가 SK텔레콤·SK이노베이션에 의존하지 않는 독자적 사업 영역 확보를 목표로 삼고 있다는 것을 시사한다.
◇향후 과제는 지배구조 개편
재계는 최신원 회장이 2020년 이후에는 지분 정리 작업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사업적인 독립'을 어느 정도 마무리한 만큼, 이제 '지배구조의 독립'을 꾀할 것이라는 얘기다. 당장 SK㈜와 연을 끊지 않더라도, 추후 깔끔하게 지분 소유 관계를 청산할 수 있도록 지배구조를 단순화하지 않겠느냐는 게 대체적인 관측이다. 이미 최 회장의 동생인 최창원 SK디스커버리 수석부회장의 경우 SK케미칼 등을 'SK디스커버리 계열'을 소그룹처럼 운영하고 있다.
최창원 수석부회장은 2017년 지분 정리를 통해 일종의 소그룹을 형성했다. 당시 최창원 SK디스커버리 부회장은 SK케미칼을 SK디스커버리(지주회사)와 SK케미칼로 분할해 지주회사 체제를 구축했다. 그 결과 '최창원→SK디스커버리→SK케미칼'로 이어지는 지배구조를 갖췄다. 올해는 SK와 지분을 공동으로 보유하고 있던 SK건설, SK네트웍스의 지분도 모두 처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