압생트(absinthe)는 19세기 후반 프랑스를 중심으로 유럽에서 유행되었던 술로 알코올도수가 45~74도에 이르는 독한 증류주다. 상대적으로 술값이 싸서 서민들이 즐겨 마셨지만 호주머니 사정이 넉넉지 않았던 작가와 예술가들의 사랑을 받았다.

압생트를 즐겨 마시던 예술가들 가운데는 빈센트 반 고흐, 앙리 드 툴루즈 로트레크, 작가 헤밍웨이의 이름이 특히 유명하다.

술 색깔이 녹색을 띄기에 시인들이 ‘녹색 요정’이라 불렀으며, 아일랜드 출신으로 파리에서 숨을 거둔 작가 오스카 와일드는 이 술을 가리켜 ‘보헤미안을 상징하는 술’이라 찬양하기도 했다.

1876년 에드가 드가의 작품 ‘압생트’. 몽마르뜨 언덕 부근에 있던 ‘카페 누벨 아테네’에서 동료 예술가와 여배우가 함께 있는 장면으로 압생트는 우울함을 상징한다.

이 술이 유명해진 것은 인상주의 화가들 때문이다. 1876년 에드가 드가의 작품 ‘압생트’는 공예가 마르셀린 데부탱이 ‘카페 누벨 아테네’에서 여배우 엘렌 앙드레와 같은 테이블에 앉아있는 모습을 그린 것으로, 데부탱은 먼 곳에 시선을 두고 있는 반면에 옆자리의 여성 앙드레는 압생트 한잔을 놓고 뭔지 모를 표정에 잠겨있다.

압생트는 우울한 기분을 자아내므로 그 술을 타락에 관한 연구 대상으로 삼았을 정도였다. 카페 누벨 아테네는 몽마르뜨 언덕 부근에 있던 곳으로 ‘카페 게르부아’와 더불어 인상주의 화가들의 아지트였다.

인상주의의 대부 마네의 1859년 작품 ‘압생트를 마시는 사람’.

인상주의 운동의 대부와도 같았던 마네 역시 1859년 ‘압생트를 마시는 사람’이란 제목의 작품을 남겼다. 그림 속에서 탁자 위의 잔 속의 녹색액체가 압생트 술이며, 바닥 위에 뒹구는 병은 알코올 중독을 상징한다. 피카소 역시 몽마르뜨 초기에 이 술을 즐겨 마시며 작품을 그렸다.

피카소가 1901년에서 1902년 몽마르뜨 시절에 그린 ‘카페의 여인’, 일명 ‘압생트 마시는 여인’이라 불리는 작품.

쑥의 줄기와 잎을 이용해 만들어졌다는 이 술은 빈센트 반 고흐, 프랑스의 시인 알프레드 뮈세 등이 즐겨 마신 뒤 육체와 정신건강 모두 이상이 생겨 생명을 잃었다는 비난이 거세게 일어났다.

신경계에 치명적인 결과를 초래할 수 있는 향정신성 물질로 분류되어 1차대전 무렵 유럽 대부분 국가에서 생산이 중단되었다. 하지만 1981년 논란이 된 부분을 제거하고 합법화 결정을 내리면서 생산이 재개되었다. 현재는 약 200여개의 브랜드가 판매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