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해운대구의 한 공인중개업소 대표 강모(64)씨는 지난 7일 서울에서 내려온 손님과 함께 우동 마린시티의 한 아파트를 보러 갔다가 집도 못 보고 헛걸음을 해야 했다. 전날인 6일 정부가 부산 해운대구를 포함해 동래구·수영구를 조정대상지역에서 해제한다고 발표하면서 집주인이 "집을 팔 마음이 없다"며 돌변했기 때문이다. 강씨는 "부산 다른 지역에서도 집주인이 호가를 1억~2억원씩 높이며 매물을 거둬들이고, 위약금을 내고 계약을 파기까지 하는 사례가 비일비재하다"고 말했다.

정부의 조정대상지역 전면 해제 결정 후 부산이 '부동산 바람'으로 들썩이고 있다. 지난 8일 이후로 부산 전역이 조정대상지역에서 풀리면서 1순위 청약 요건이나 분양권 전매제한 기간이 완화되고, 양도소득세 중과 조치에서 빠지게 됐다. 최근 2~3년간 침체됐던 부산 지역 주택시장에서는 당장 아파트와 분양권 값이 뛰고 있고 집주인들이 가격 상승 기대감에 매물을 거둬들이는 등 과열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부산 전역이 3년 만에 조정대상지역에서 해제되자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일부가 아닌 부산 전역 규제 해제는 예상하지 못했다"는 반응이 주를 이뤘다. 국토부는 지난 1년간 동래구(-2.4%), 수영구(-1.1%), 해운대구 (-3.5%) 집값이 하향 안정세를 보이고 있다는 점을 규제 해제의 근거로 들었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몇 달 전부터 부산 집값이 바닥을 찍었다고 판단한 서울 등 외지인들이 원정 투자에 나서면서 주택 시장이 꿈틀댈 조짐이 보였다는 시각이 많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서울과 그 외 타 지역 거주자들이 부산 아파트를 매입한 건수는 올해 초만 해도 매달 200~300건이었는데, 지난 8월과 9월에는 각각 400건대를 넘어섰다. 부산 해운대구의 경우 지난달 28일 기준 아파트 매매가격이 직전 일주일보다 0.06% 오르면서 111주 만에 집값이 상승세를 나타냈다.

특히 부산 해운대·수영구의 경우 굵직한 재개발·재건축 사업이 진행 중이라 전국에서 유동 자금이 몰리면 과열을 부추길 수 있다는 우려도 적지 않았다. "서울 큰손들이 부산 아파트를 싹쓸이해서 집값만 올려놓고 정작 실수요자 부담만 커지는 것 아니냐"는 이야기도 나왔다. 그럼에도 전면 규제를 해제한 것은 내년 총선을 겨냥한 지역 표심 잡기용 조치가 아니냐는 것이다. 해운대의 한 공인중개업체 대표는 "지난 2년간 지역 부동산 시장을 다 죽여 놓았다가 갑자기 해제 발표를 해서 시장이 하루아침에 냉탕과 온탕을 오가는 혼돈에 빠졌다"며 "그러니 총선용 선심성 정책이란 지적까지 나오는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