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 시행 등으로 새 아파트 공급이 줄어들 것으로 보이면서 청약통장 없이 주택을 구매할 수 있는 '보류지'가 몸값이 하늘높은 줄 모르고 치솟고 있다. 보류지는 재건축과 재개발 등 정비사업을 시행한 조합이 조합원 자격이나 분양에 대한 법적 분쟁이 발생할 경우에 대비해 분양하지 않고 남겨둔 물건이다.

11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최근 공개입찰을 진행한 서울 관악구 봉천동 'e편한세상 서울대입구2차'(봉천12-1구역) 전용 116㎡ 13가구는 평균 11억8000만원에 낙찰됐다. 13가구 공급에 548명이 몰려 42대1의 경쟁률을 보였다. 평균 낙찰률은 138%, 최고가는 12억7800만원을 기록했다. 발코니 확장비와 시스템에어컨 설치비 등을 감안하면 실제 가격은 13억원에 달한다.

이는 최저입찰가 7억5800만~8억4600만원보다 5억원 정도 높은 가격이다. 2016년 분양 당시 전용 114㎡ 분양가가 6억6100만~7억1800만원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3년만에 값이 2배 가까이가 된 셈이다.

보류지 매각은 대부분 경쟁입찰을 통해 진행된다. 조합이 제시한 최저입찰가를 넘겨 입찰한 사람 중 최고가를 써낸 사람이 낙찰을 받는다. 보류지 매각 입찰에는 유주택자도 참여할 수 있다.

서울 송파구 헬리오시티 단지.

지난달 25일 공개 입찰한 영등포구 신길동 '신길센트럴자이' 보류지 매각도 흥행에 성공했다. 5가구의 낙찰 총액은 약 61억4500만원으로 최저입찰가(57억원)보다 4억4500만원정도 높았다. 대부분 최저입찰가보다 1억원가량 높은 수준에 낙찰됐다. 전용 84㎡ 최고 낙찰가는 13억5000만원으로 역시 분양가(6억2300만~6억9800만원)의 두 배 수준이었다.

최근 공개 매각된 영등포구 대림동 'e편한세상 보라매2차' 보류지 전용 59㎡는 최저입찰가 7억8500만원보다 1억6500만원 높은 9억5000만원에 낙찰됐다. 지난해 같은 면적이 4억3200만~5억5500만원 수준에 분양한 것과 비교하면 이 물건들도 2배 정도 가격에 거래된 셈이다. 지난 9월 송파구 가락동 '헬리오시티' 보류지 5가구도 완판됐다.

보류지 몸값이 상승하자 보류지 매각을 앞둔 재개발·재건축조합들의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 서울 성북구 장위5구역 주택재개발정비사업조합은 지난 4일 보류지 매각 공고를 냈다. 이전 2차례 공고에서 모두 유찰된 성북구 장위동 '래미안 장위 퍼스트하이' 전용면적 84㎡ 2가구가 매물로 나왔다. 조합이 제시한 최저입찰가는 전용 84㎡B 9억원, 84㎡C 9억5000만원이다. 2016년 분양 당시 전용 84㎡ 분양권은 5억4000만원 정도였다.

보류지 인기가 치솟은 것은 정부 규제로 새 아파트 공급 가뭄이 예상되며 입찰 자격에 제한이 없는 보류지가 대안으로 떠올랐기 때문이다. 가점이 낮은 예비청약자, 갈아타기를 준비 중인 1주택자 등이 입찰에 제한이 없는 보류지에 뛰어들고 있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분양가상한제 시행으로 신축 아파트 희소성이 더 커진 만큼 보류지 인기는 지속할 것"이라면서 "특히 분양가상한제로 분양가가 낮아질 단지는 분양가와 미래 보류지 매각가의 차이가 더 벌어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