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DI에 투자 제안...BOE 스마트폰용 OLED 테스트 진행
조달선 다원화로 삼성디스플레이와의 협상력 제고 기대

미국 애플과 대만 위스트론이 재정난에 시달리는 일본 재팬디스플레이(JDI)에 직접 투자를 제안했다고 교도통신이 8일 전했다. JDI는 이달 말까지 500억엔(약 5300억원)을 조달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JDI는 일본 민관 펀드 INCJ의 지원으로 소니, 히타치, 도시바 등이 디스플레이 사업을 합쳐 2012년 출범한 회사다.

애플은 중국 최대 디스플레이 회사 BOE의 OLED(유기발광다이오드) 제품을 테스트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채택이 결정되면 내년부터 아이폰에 BOE의 OLED가 들어갈 전망이다.

애플이 BOE와 JDI 카드를 만지작거리면서 삼성디스플레이 의존도를 낮추기 위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삼성디스플레이는 중소형 OLED ‘절대강자’다. 올 1분기 기준 글로벌 스마트폰용 OLED 시장에서 86% 이상의 점유율을 기록했다.

애플이 지난달 국내에 출시한 ‘아이폰11 프로’에는 삼성디스플레이의 OLED가 들어간다.

◇ JDI 투자, 삼성 OLED 대항마 키우려는 포석

삼성전자는 지난달 31일 올 3분기 실적을 발표하면서 디스플레이 사업(삼성디스플레이)에서 매출 9조2600억원, 영업이익 1조1700억원을 달성했다고 밝혔다. 올 2분기보다 매출은 21.5% 증가했고, 영업이익은 56% 늘었다. 삼성디스플레이는 삼성전자가 84.8%의 지분을 갖고 있다.

회사측은 "주요 고객사들의 신제품 출시에 따라 중소형 OLED 공급 확대와 가동률 향상으로 전분기 대비 실적이 개선됐다"고 설명했다. 삼성디스플레이는 전체 매출에서 OLED가 차지하는 비중이 85%에 달한다. 애플은 삼성디스플레이의 대형 고객사다.

닛케이아시안리뷰는 올 8월 기사에서 "애플이 내년도 아이폰에 적용하기 위해 BOE의 OLED 제품 테스트를 공격적으로 진행하고 있다"면서 "아직까지는 (삼성디스플레이 외에) 애플에 충분한 양의 고품질 OLED를 공급할 수 있는 회사가 없다"고 했다. JDI에 대한 투자 역시 OLED를 공급할 수 있는 제조사를 확보하려는 포석으로 해석된다. JDI는 올 연말 애플 워치에 OLED를 공급할 것으로 전해졌다. 스트래티지 어낼리틱스에 따르면 애플 워치는 올 3분기 글로벌 스마트 워치 시장에서 48%의 점유율로 1위를 지켰다.

애플 입장에서는 고가의 부품인 OLED를 복수의 업체로부터 조달해야 협상력이 높아져 가격을 낮출 수 있다. 하지만 삼성디스플레이에 절대적으로 OLED를 의존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고, 올 2분기에는 8000억~9000억원의 보상금까지 지급한 것으로 전해졌다. 애플이 약속한 OLED 주문량을 맞추지 못하자 삼성디스플레이에 일종의 위약금까지 낸 것이다.

◇ 中 OLED 투자 확대...3년 뒤엔 중소형 韓과 경쟁

닛케이아시안리뷰는 "BOE가 애플의 OLED 공급사로 진입한다면 삼성디스플레이의 입지에 위협이 될 것이며, 애플은 가격을 낮출 수 있는 협상력을 가질 수 있다"고 했다. 업계에서는 BOE가 삼성디스플레이보다 20% 정도 저렴한 OLED를 만들 수 있다고 본다. 품질만 어느 정도 수준에 이른다면 애플이나 BOE 모두 득이 되는 거래다.

한국수출입은행 해외경제연구소는 올 5월 보고서에서 "중국이 LCD 경쟁력이 제고되자 중소형 OLED에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면서 "약 3년 뒤에는 한국과 경쟁할 수 있는 수준에 도달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애플에 정통한 궈밍치 TF인터내셔널증권 애널리스트는 "애플이 미니 LED 기술을 활용한 아이패드와 맥북을 내년 말 또는 2021년 상반기에 내놓을 수 있다"고 했다. 업계는 이 역시 삼성디스플레이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려는 움직임으로 보고 있다.

전자업계 관계자는 "BOE나 JDI가 애플에 중소형 OLED를 공급한다고 해도 당장 내년에 삼성디스플레이에 타격을 입힐 수준은 아니다"면서도 "중장기적으로는 위협요인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