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통신위원회가 지상파 중간광고 허용에 속도를 낼 전망이다. 유튜브, 넷플릭스 등 글로벌 OTT(온라인동영상서비스) 시대에 지상파를 밀어주려는 정책이 방송산업 발전에 역행한다는 지적이다.

국민의 세금과 수신료를 바탕으로 만든 프로그램과 민영사업자 재원으로 만든 프로그램이 한 시장(방송시장)에서 상업 경쟁을 하게 되기 때문이다. 자칫 한정된 광고시장에서 경쟁하는 지상파와 유료 방송업계에 모두 악영향을 끼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에 위치한 한국방송공사(KBS) 사옥.

7일 관련부처와 업계에 따르면 방통위가 연내 지상파 방송사에 중간광고를 허용하는 ‘방송법 시행령’을 전체회의에 상정할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방통위는 지난해 11월 지상파방송 중간광고 허용을 주요 내용으로 한 '방송법 시행령' 일부 개정안을 마련해 입법 예고를 하고, 올해 상반기 시행한다는 계획이었다. 하지만 정치권의 반대와 함께 여론도 좋지 않아 제동이 걸린 상황이었다. 문화체육관광부마저 지상파 중간광고 반대여론을 모아 방통위에 전달하며 제동을 걸었다.

하지만 지상파 방송사들과 이해관계를 같이하는 방통위가 추진력이 높은 것으로 평가되는 한상혁 방통위원장 취임을 계기로 지상파 중간광고 허용에 다시 속도를 내고 있는 것이다. 방송 업계에서는 늦어도 한상혁 방통위원장 임기 내에 지상파 중간광고가 허용될 것으로 전망한다.

한 위원장은 취임 두 달째인 지난 6일 출입기자들과의 첫 오찬 간담회에서 "중간광고 역시 산업 변화와 발전에 제도가 못 따라가는 부분으로, 동일 서비스 동일 규제가 이뤄지지 못하는 측면이 있다"며 "차등 규제를 해소해야 한다는 것은 방통위의 일관된 방향이고, 중간광고도 시기를 못 박을 순 없지만 같은 차원에서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상혁 방통위원장이 6일 과천 청사에서 출입기자들과 첫 오찬 간담회를 가졌다.

지상파가 중간광고를 못하는 것은 시대에 맞지 않는 규제이고, 경영 상황이 어려운 지상파의 수익성을 높이기 위해서라도 중간광고를 허용해야한다는 게 방통위의 논리다. 양승동 KBS 사장도 지난 10월 국정감사에서 "중간광고 금지 등 지상파를 향한 비대칭 규제가 사라져야 한다"며 관심을 촉구했다.

지상파가 중간광고 허용에 매달리는 이유는 실적악화 때문이다. 지상파 3사의 지난해 당기순손익을 보면 KBS와 MBC는 각각 321억원, 1094억원씩 적자였고 SBS은 순이익이 전년 대비 약 90% 급감했다.

급기야 MBC 노조는 지난 7월 성명을 통해 "하루 MBC 광고 매출이 1억4000만원인데 임직원 1700명의 지상파 방송사가 여섯 살 이보람 양의 유튜브 방송과 광고 매출이 비슷해졌으니, MBC에 경영 위기가 아니라 생존 위기가 닥친 것"이라고 우려를 표했다.

인기 유튜브 채널 '보람튜브 브이로그'의 주인공 이보람(6)양이 올 1월 유튜브에 올린 '보람이의 아기동생 돌보기 놀이' 영상에서 동생에게 젖병을 물려주며 놀란 표정을 짓고 있다.

하지만 유료 방송업계와 전문가들은 명확한 시장 획정 없이 ‘공공성’ 명분을 내세워 지상파 사업자 위주의 정책을 또 다시 편다면 국내 방송시장은 다양성과 경쟁력이 퇴보할 수 밖에 없다고 지적한다.

유료방송 사업자와 같이 중간광고를 허용을 받기 위해선 우선 주파수 무상 할당 등 공영방송으로서 혜택받는 모든 것을 포기해야 형평성이 맞다는 주장도 있다. 지상파 중간광고 도입 등 지상파사업자 중심의 방송정책은 KBS와 그 외 사업자의 구분, 지상파방송과 유료방송의 규제 이원화 등 방송시장 구조를 정비하고 난 후 논의를 시작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것이다.

이미 지상파들은 2016년부터 임의로 한 방송을 여러 프로그램으로 쪼개 중간에 광고를 내보내는 유사 중간광고인 ‘피시엠’(PCM, 프리미엄 광고)을 예능 프로그램에서 시작, 현재 드라마 등 여러 프로그램에서 확대하고 있다. 이에 윤상직 의원(자유한국당)은 공영방송 개념을 수신료를 받는 KBS로 한정하고, 지상파의 중간광고를 특수한 경우를 제외하고 불허하는 내용의 방송법 개정안을 발의한 상태다.

양승동 KBS 사장이 지난 6일 오후 독도 소방헬기 사고 실종자 가족 대기실이 있는 대구 달성군 다사습 강서소방서를 방문해 실종자 가족에게 사과하려다 항의를 받고 있다.

현재 방송법 상 지상파사업자와 유료방송채널사업자(PP)는 수평적 규제체계 하에서의 동일서비스로 인정되기 어렵다. 지상파가 중간광고 혜택마저 받는다면 시장의 균형추가 무너질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유료 방송업계 한 관계자는 "지상파사업자는 계열사 PP(채널)를 통해 유료방송 시장에 진입해 사업을 영위하고 있으므로 사실상 지상파사업자와 유료방송사업자 지위를 모두 가지고 있다"며 "지상파사업자 광고매출 하락은 매체 다변화 및 시청자 요구에 부응하지 못한 지상파 콘텐츠의 본원적 경쟁력 약화에 기인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특정 사업자의 규제 완화에 초점을 맞추기보다 미디어 생태계의 전반적인 광고제도를 개선하는 방향으로 정책이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진봉 성공회대 교수(신문방송학과)는 "지상파가 지금도 편법적으로 중간광고를 하고 있는데 국민 재산인 전파를 이용해 방송을 송출하는 곳이 시청자 권리를 무시하고 불편을 초래하는 행동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지상파가 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과거부터 존재해온 방대한 조직과 인력을 현 시대에 맞게 제작 중심 체제로 슬림하게 바꾸는 것이 우선"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