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일 오전 서울 종로구에 문을 연 현대건설의 '힐스테이트 창경궁' 견본 주택. 유모차를 끌고 온 30대 초반 젊은 부부부터 50~60대 중·장년층까지 50여명의 방문객이 내부를 꼼꼼히 둘러보고 있었다. 서울 강서구에 산다는 한 50대 방문객은 "분양가 상한제가 본격적으로 시행되면 경쟁이 더 치열해질 것 같아 이번에 청약을 넣어볼 생각"이라고 했다.
정부는 6일 주거정책심의위원회를 열고 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 적용 지역을 결정한다. 앞으로 제도가 본격 적용되면 주택 공급이 줄어들 것이란 우려 속에 실수요자의 관심이 분양 시장으로 쏠리고 있다. 이미 올 3분기(7~9월) 수도권 지역의 청약 경쟁률이 22.3대1을 기록했다. 2분기(7.8대1)에 비하면 3배가량으로 치솟은 셈이다. 지난 8월 대우건설의 '이수 푸르지오 더 프레티움'이 89가구 모집에 1만8000여명이 몰려 203대1을 기록하는 등 청약 경쟁률이 100대1을 넘는 단지도 잇따라 나왔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지금도 주택도시보증공사(HUG) 규제 등으로 시세보다 싼값에 집을 분양받을 수 있는 만큼 청약 시장 열기는 당분간 계속될 것"이라고 전망한다.
◇연말까지 수도권에서 3만 가구 분양
5일 부동산 정보업체 부동산인포에 따르면 이달부터 연말까지 수도권에서 일반분양 기준 총 3만981가구의 아파트가 분양된다. 지난해 같은 기간(1만7188가구)과 비교하면 2배 가까이 늘어나는 것이다. 지역별로는 대단지 분양이 몰린 인천이 1만4762가구로 가장 많다. 이어 경기도와 서울에서 각각 1만1534가구, 4685가구가 분양된다.
서울 강남권에서는 롯데건설의 프리미엄 브랜드 '르엘'이 처음 적용되는 '르엘 대치'와 '르엘 신반포 센트럴'이 눈에 띈다. 각각 대치 2지구와 반포우성아파트를 재건축한 단지다. HUG의 보증을 받기 위해 분양가를 주변 시세보다 낮게 책정했다. 르엘 대치의 전용면적 59㎡ 분양가는 11억원대다. 인근 래미안대치팰리스의 같은 평형이 지난 7월 19억9000만원에 팔린 것과 비교하면 8억원 정도 저렴한 셈이다. 다만 가장 작은 평형의 분양가도 9억원을 넘기 때문에 중도금 대출은 받을 수 없다.
서울 강북권에서는 5일 '힐스테이트 창경궁'이 1순위 청약을 받은 것을 시작으로 강북구·영등포구·서대문구 등에서 아파트가 속속 공급된다. 한신공영은 이달 강북구 미아동에서 '꿈의숲 한신더휴'를 분양할 예정이다. 총 203가구 중 전용면적 55~84㎡ 117가구를 일반 분양한다. 단지 바로 옆에 서울에서 넷째로 큰 공원인 '북서울 꿈의숲'이 있다. 포스코건설은 영등포구 신길뉴타운에서 '신길 더샵 프레스티지' 316가구를, 현대건설은 서대문구 홍은동에서 '힐스테이트 홍은 포레스트' 382가구를 일반 분양한다.
◇수원·인천 등에서 대규모 분양, 위례는 일정 유동적
수원·안양 등 경기도 남부 지역에선 정비 사업을 통한 아파트 분양이 쏟아진다. 교통과 교육, 편의 시설 등 기반 시설이 잘 갖춰진 도심에서 공급되는 물량이다. 포스코건설은 수원 장안구 조원동에서 재개발 사업을 통해 '광교산 더샵 퍼스트파크'를 분양한다. 현대건설과 대우건설은 수원 교동의 팔달 6구역에서 2500여 가구 규모의 '힐스테이트 푸르지오 수원'을 내놓는다. 분당선 매교역과 수원역 등을 걸어서 이용할 수 있는 입지다. 인천에선 호반산업의 '호반써밋 인천 검단 2차', 우미건설의 '루원시티 린스트라우스', SK건설의 '운서 SK뷰 스카이시티' 등이 선보인다.
수도권 인기 주거지인 위례신도시에서도 분양이 예정돼 있다. 호반건설·호반산업의 '호반써밋 송파 1·2차'(1389가구), 중흥건설의 '위례신도시 중흥 S클래스'(475가구), 우미건설의 '위례신도시 우미린2차'(422가구) 등 2286가구가 순차적으로 분양에 나선다. 이미 분양가 상한제가 적용되는 공공 택지이기 때문에 주변 시세의 70% 이하 가격에 나오는 게 장점이다. 다만 분양가를 놓고 지자체와 협의가 늦어지고 있어 분양 일정이 내년 연초로 밀릴 수도 있다는 점을 감안해야 한다.
◇자금 조달 계획 등 꼼꼼히 살펴야
금융결제원이 운영하는 '아파트투유'에 따르면 청약통장 가입자는 지난 9월 기준으로 총 2528만6600여명으로 집계됐다. 국민 2명 중 1명이 가입자인 셈이다. 안명숙 우리은행 부동산투자지원센터 부장은 "새 아파트 열기가 이어지고 있는 만큼 청약을 통한 내 집 마련은 시기에 상관없이 적극적으로 고려해볼 만하다"고 말했다.
다만 대출 규제가 강화됐기 때문에 자금 조달 계획을 꼼꼼히 살펴야 한다. 강남권 신규 아파트는 중도금 대출을 받을 수 없는 9억원 이상일 가능성이 크다. 통상 계약금과 중도금을 합한 분양가의 70%가량을 직접 조달해야 한다는 얘기다. 9억원 이하 주택도 서울 등 규제 지역에서는 40%까지만 대출받을 수 있다.
청약 자격도 꼼꼼히 확인해야 한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당첨 후 부적격 처리된 사례가 지난 5년간 14만7000여명에 달했다. 청약 가점을 잘못 입력하거나 가구주가 아닌데 청약한 경우, 재당첨 제한 기간을 잘못 알고 있었던 경우 등이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청약 자격 등을 자세하게 기재한 '입주자 모집 공고'를 필독해야 한다"고 했다. 분양가가 시세에 비해 적정한 수준인지, 교통망 등 입지가 잘 갖춰진 지역인지도 따져봐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