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퍼컴퓨터로 1만년 동안 수행해야 하는 연산을 퀀텀컴퓨터(양자컴퓨터)로는 200초 만에 해결할 수 있습니다."

케빈 새칭거(Kevin Satzinger) 구글 AI퀀텀팀 연구원은 31일 오전 서울 강남구 역삼동 구글코리아 본사에서 기자들과의 화상 만남을 갖고 "양자 시뮬레이션으로 고도화된 알고리즘을 더 빠르게 해결할 수 있다"며 이 같이 말했다. 양자 역학은 원자와 전자 등 미시세계에서만 일어나는 현상으로 이를 컴퓨터에 적용하면 0과 1(비트)만이 아니라 0과 1을 동시에 구현하는 큐비트(qubit·quantum bits)를 통해 기존 디지털 컴퓨터보다 훨씬 빠른 속도로 연산을 처리하고 전송할 수 있다.

구글코리아가 31일 서울 역삼동 사옥에서 구글 AI 포럼을 열고 '퀀텀 컴퓨팅'에 대해 소개했다.

그는 "이러한 기술이 제약, 에너지 관련 소재 등에 활용될 수 있고 개발 시간을 더욱 앞당길 것"이라면서 "또 지금보다 고효율의 태양전지, 산업 프로세서, 배터리 등을 만드는 데도 쓰일 수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다만 향후 10년 정도의 연구가 필요할 것 같다"고 덧붙였다.

구글은 지난 23일(현지시각) 학술지 ‘네이처’에 양자컴퓨터 기술을 구현했다는 논문을 실어 큰 관심을 모았다. 양자컴퓨터가 가장 강력한 슈퍼컴퓨터를 능가했다는 양자 우월성(Quantum Supremacy)에 도달했다는 것이다. 구글은 최근 공개한 54큐비트 시카모어 프로세서 실험을 통해 슈퍼컴퓨터로 1만년이 걸리는 연산을 200초만에 해결했다고 발표했다.

새칭거 연구원은 "양자컴퓨터는 기존 컴퓨터와 근본적으로 다르게 작동한다"며 "라이트 형제가 1903년 동력비행에 최초 성공한 것처럼 양자 우위 입증으로 양자 컴퓨팅 자체가 가능해졌다"고 말했다. 그는 양자컴퓨터 시대를 ‘니스크’(NISQ·Noisy intermediate Scale Quantum Computer) 시대라고 규정했다. 큐비트 개수가 100~1000개 사이인 것을 니스크라고 부른다. 이는 존 프레스킬 미국 캘리포니아공대 교수가 소개한 말로 양자 오류가 줄어드는 시대를 뜻한다.

구글 AI 퀀텀 시카모어 프로세서.

양자컴퓨터의 등장으로 기존의 보안시스템이 뚫릴 것이라는 우려에 대해 새칭거 연구원과 팀 동료인 제이미 야오(Jamie Yao) 엔지니어는 "보안 커뮤니티가 유지하고 있는 체계(RSA 암호)의 유효기간이 10년 정도라는 건 오래전부터 나온 이야기"라면서 "양자 컴퓨터가 기존 RSA 체계를 무너뜨리는 것은 먼 이야기"라고 했다. 새칭거 연구원도 "현재 암호·보안업계가 양자컴퓨터 때문에 위협을 받게 되는 시점은 대략 10년 후에나 가능한 미래"라며 "구글에선 새로운 보안시스템에 대한 연구도 병행하고 있다"고 했다.

한때 양자 우월성에 도달했다는 논문이 발표된 직후 암호체계가 뚫릴 것이라는 말이 나오며 가상화폐 가치가 폭락하기도 했다. 비트코인은 5개월 만에 최저치로 급락했고, 이더리움 등의 거래량이 10%가량 줄었다. 그러나 양자 컴퓨터가 실용화하기까지는 적지 않은 시간이 소요될 것이라는 말이 나오며 가상화폐 시장은 다시 진정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