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 만들 책임자들이 마치 평론가처럼 발언
靑 김상조 실장도 "검찰 타다 기소에 당혹"
정부 첫 문제땐 사실상 택시업계 손 들어줘
이제와서 타다 편드는 듯한 모습 '뒷북 논란'

이낙연 국무총리, 김상조 청와대 정책실장,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등 당정청의 주요 고위 당국자들이 검찰의 ‘타다’ 기소를 비판하고 있지만, 경제계에서는 오히려 뒷북 논란이 일어나고 있다. 직접 정책을 만들어야 할 책임자들이 제3자 입장에서 평론가처럼 발언하는 듯한 모습도 보인다.

정부는 타다 등 새로운 모빌리티 서비스에 대해 택시업계가 반발했을 때 사실상 택시업계의 손을 들어줬다. 그런데 이제 와서 검찰 기소 결정을 비판하며 마치 타다 편을 드는 듯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낙연(오른쪽 두번째) 총리와 홍남기(왼쪽 두번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등이 30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오신환 바른미래당 원내대표의 교섭단체 대표연설이 끝난 뒤 자리를 떠나고 있다.

이낙연 국무총리는 31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국정현안점검조정회의에서 "신산업은 기존 산업과 이해충돌을 빚을 가능성이 있지만 신산업을 마냥 막을 수도 없고, 막아서도 안 된다"면서 "이해는 조절하면서 신산업은 수용하는 지혜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날 회의에서는 수소차, 가상현실, 의료기기 분야 규제혁신 방안 33건이 확정됐다. 이날 이 총리 발언이 직접적으로 타다 이슈를 언급하지 않았지만, 검찰이 이재웅 쏘카 대표와 박재욱 브이씨엔씨 대표를 불구속 기소한 가운데 나온 것이어서 타다 기소를 염두에 둔 발언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이 총리 발언 직후 홍남기 경제부총리는 페이스북에 타다 관련 글을 올렸다. 홍 부총리는 "(타다와 같은) 신산업 시도는 필히 기존 이해 당사자와의 이해충돌이 발생하기 때문에 ‘상생’ 관점의 조화가 반드시 필요했다"면서 "그 상생해법이 충분히 강구되고 작동되기 전에 이 문제를 사법적 영역으로 가져간 것은 유감"이라고 했다.

이낙연 총리와 홍남기 부총리의 입장 표명이 나오기 전인 지난 30일에는 김상조 청와대 정책실장,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 박영선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등이 잇따라 검찰을 비판하는 발언을 쏟아냈다.

김상조 실장은 YTN에 출연해 검찰의 타다 기소에 대해 "저도 당혹감을 느꼈다"고 말했다. 그는 "대통령이 큰 비전을 말한 날이었는데 공교로운 일이었다"고 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인공지능(AI) 산업 육성 비전을 발표한 지난 28일 검찰이 이 대표를 기소한 것이 부적절했다는 주장이다.

교통정책 주무 장관인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도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1년 가까이 택시업계, 스타트업 기업과 두루 논의해 법안을 제출했고 며칠 후 법안심사소위가 열리는데 사법적으로 접근한 것은 너무 성급하지 않았나"라고 검찰을 비판했다. 그는 "타다 서비스에 대해 국민적 지지가 있었고 혁신적 성격이 있어서 높게 평가받았다"며 "저희는 그 혁신성을 어떻게 제도화하고 극대화할 것인가를 고민해왔다"고 했다.

택시 기사들이 지난 23일 타다의 운행 금지를 촉구하며 서울 여의도 국회앞에서 집회를 열고 있다.

박영선 중기벤처부 장관도 같은날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이 30일 승합차 호출 서비스 '타다'와 그 경영진을 기소한 검찰을 두고 "너무 전통적 생각에 머문 것으로 (19세기 영국의) '붉은 깃발법'을 떠올리게 한다"고 말했다.

박 장관은 이날 "국회에서 법(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이 바뀔 수 있는 상황인데도 검찰이 너무 앞서 나갔다"면서"지금 정부의 방침은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아 네거티브 규제(법에 금지돼 있지 않으면 모두 허용)로 전환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나 당정청 고위 당국자들의 이같은 발언은 택시업계와 혁신 모발리티 사업자들 사이의 상생협약을 밀어붙일 때와는 판이하게 다른 내용이라는 비판을 받는다.

국토교통부가 지난 7월 17일 발표한 ‘혁신성장과 상생발전을 위한 택시 제도 개편방안’은 지난해 10월 출시된 타다 같은 모빌리티 플랫폼 사업자를 사실상 택시 제도로 편입하는 내용이다. 일각에서는 타다 사업을 접게 하려는 전략이라는 비판이 나왔다. 국토부 발표 이후 타다는 플랫폼 운영에 집중하는 방안을 검토하기도 했다. 당시에는 택시업계의 반발을 의식한 정부가 타다식 모빌리티 사업을 압박하는 선택을 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었다.

이 때문에 경제계에서는 택시업계에 편향된 정부의 상생안이 타다에 대한 불법 판정 빌미를 제공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재웅 대표도 이같은 시각을 나타냈다.

그는 지난 30일 서울 서초구 팔레스호텔에서 열린 한국사내변호사회 주관 행사에 참석해 "국토부가 (타다 서비스를) 일단 허용하고 문제가 생기면 여기에 맞는 후행 규제를 만들겠다고 빠르게 선언했다면 지금처럼 갈등이 커지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 대표는 "대통령까지 네거티브 제도를 강조했지만 (국토부는) 택시 업계가 피해를 본다고 하자 실제 피해를 제대로 조사도 하지 않고 그저 ‘너희도 택시가 돼라’고만 했다. 이렇게 되면 모빌리티(이동수단) 기업이 효율화될 수 없고 모든 게 어려워진다"고 했다.

경제계에서는 혁신 사업의 기회를 막은 정부 당국자들이 이제와서 검찰을 비난할 자격이 있느냐는 비판이 나온다. 한 대기업 임원은 "기존 업계의 반발을 사회적 갈등으로 포장하며 기득권 지키기에 골몰했던 정치권과 정부 당국자들이 검찰 기소로 인한 반발이 일어나자 책임 회피를 위해 평론가 수준의 논평을 내놓는 모습"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