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벅스 2020다이어리 출시 하루 만에 판매글 쇄도
쿠폰 17장 모으면 다이어리 1개…"쿠폰 팔아 용돈 벌이"
'쿠폰 재테크族' 올해도 등장...1장당 최대 4500원에 팔아
"한정판 펜도 나와 34잔 먹어야…노예 시작"

2020년 새해를 두 달 남짓 남겨놓고 커피전문점들의 한정판 다이어리 경쟁이 치열하다. 연말 다이어리 대전(大戰)의 ‘대어’ 스타벅스가 지난 29일 다이어리를 출시한 지 하루 만에 중고거래 사이트에는 ‘한정판 판매’ 글이 잇따르고 있다. 매년 웃돈을 얹어 쿠폰과 제품을 재판매하는 사태가 올해도 어김없이 나타난 것이다.

스타벅스는 올해 처음으로 새해 다이어리 외에 독일 필기구 브랜드 ‘라미’와 협업해 한정판 펜 세트를 출시했다. 소비자들은 소셜미디어(SNS)에 "볼펜까지 받으려면 34잔을 먹어야 한다" "1달 내내 스타벅스 갈 것" "2배로 가중된 스타벅스 노예의 굴레"와 같은 반응을 내놓으며 관심을 보였다.

30일 서울 종로구의 한 스타벅스 매장에 진열된 2020년 다이어리를 소비자가 집어보이고 있다.

◇매년 수요 폭발...올해도 '다이어리·쿠폰 재테크' 열풍
새해 다이어리 증정 이벤트는 스타벅스가 2004년 처음 시작했다. 10월 말부터 그 해가 끝날 때까지 음료 1잔당 쿠폰 1개를 발행해 총 17개의 'e-프리퀀시 쿠폰'을 모은 고객에게 플래너를 증정하는 방식이다. 최소 약 7만원 어치의 커피를 마셔야 받을 수 있는 다이어리지만 매년 조기 소진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다이어리를 받기 위해 필요한 쿠폰만 따로 판매하는 재테크족도 등장했다. 한 중고거래 사이트엔 이날 오전에만 "스타벅스 프리퀀시 쿠폰 3개 1만2500원에 팝니다" "프리퀀시 쿠폰 4100원에 팝니다" 등의 게시글이 300개 이상 올라왔다. 제조 음료를 마시면 발행되는 쿠폰을 1장당 3000~4500원에 판매하는 것이다.

30일 한 중고거래 사이트에 올라온 스타벅스 쿠폰과 다이어리 판매글.

쿠폰 10장을 4만원에 판다는 글을 올린 한 판매자는 "회사에서 커피 심부름을 도맡아 해 쿠폰이 쌓였는데 쿠폰 17장 모아서 다이어리를 받는 것보다 쿠폰을 따로 판매하는 게 경제적으로 훨씬 이득"이라며 "2년째 연말에 쿠폰만 팔아서 20만원 이상 번다"고 했다.

해외 출시 스타벅스 한정판 다이어리를 입수해 웃돈을 얹어 재판매하기도 한다. 싱가폴·대만·필리핀 스타벅스에서 나온 2020년도 다이어리는 현재 SNS에서 3만7000~5만원에 거래되고 있다. 2018년도 중국 스타벅스 한정판 다이어리는 재판매 가격이 8만원까지 올랐다.

스타벅스 관계자는 "당초 다이어리는 커피를 많이 마시는 단골고객을 위한 사은행사로 기획됐다"며 "이후 다이어리 일부 종류를 쿠폰 없이 따로 구매할 수 있도록 조처한 것도 비싸게 재판매하는 부작용을 줄이기 위한 일환"이라고 했다.

◇커피전문점, 브랜드 협업 통해 차별화 나서…"1년 내내 준비"
새해 한정판 다이어리 출시는 커피전문점들에게도 중요한 마케팅 수단이 되고 있다. 고객이 매장에 더 자주 방문해 쿠폰을 모으게 할 뿐만 아니라 브랜드 인지도와 친밀도를 높이는 효과도 있다. 매일 쓰는 다이어리를 통해 고객이 브랜드에 쉽게 노출될 수 있기 때문이다.

다이어리는 매출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한정판 다이어리가 나오는 11~2월은 커피전문점의 매출 성수기에 속한다. 스타벅스 관계자는 "11~12월 매출이 다른 달보다 높은 것은 사실"이라고 했다.

커피전문점들은 다양한 브랜드와 협업을 통해 차별화를 꾀하고 있다. 스타벅스는 다이어리 전문업체인 몰스킨이나 색채 전문업체 팬톤 등과 함께 다이어리를 출시해왔다. 작년에는 이탈리아 의류 편집매장 ‘10꼬르소꼬모’와 협업하기도 했다.

내달 1일 다이어리를 출시하는 할리스커피는 미키마우스, 푸우 등 디즈니 인기 캐릭터를 활용한 다이어리 4종을 출시한다. 이디야커피는 필기구 제조업체 모나미와 손 잡았다. 카페베네는 국내 캘리그라피 작가인 ‘굳세나’와 협업해 ‘애국’을 주제로 한 다이어리를 선보인다.

스타벅스 관계자는 "연말 다이어리를 출시하기 위해 연초부터 소비자 반응을 분석하고 디자인을 기획하는 등 1년 내내 준비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며 "올해는 증가한 매장 수 등을 고려해 작년 대비 수량을 10%가량 늘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