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현실(VR) 속 거북이일까. 초록색과 파란색, 붉은색 형광으로 빛나는 거북이가 헤엄치고 있다. 카메라 제조 기업 니콘(Nikon)은 지난 21일 현미경 사진전 '니콘 스몰월드 2019'의 1등 수상 작품으로 이 거북이 사진〈사진 ①〉을 선정했다.

미국 로체스터공대의 현미경 기술자인 테레사 즈고다와 이 학교 졸업생 테레사 쿠글러는 몸길이가 2.5㎝에 불과한 거북이 배아를 현미경으로 5배 확대 촬영했다. 이들은 배아의 모든 조직을 사진 한 장에 보여주기 위해 형광 현미경 사진 수백 장을 이어 붙였다. 덕분에 같은 사진에서 피부와 등껍질이 한꺼번에 보이며, 피부 아래 숨은 골격도 붉은색 형광으로 나타났다. 쿠글러는 "현미경은 세상을 이루는 가장 작은 생명체와 구성 성분을 확대해 너무 작아 모르고 지나치기 쉬운 작은 생명체들의 진가를 알 수 있게 해준다"고 수상 소감을 밝혔다.

미국 하워드 휴즈 의학연구소의 이고르 시바노비치 박사는 나팔벌레를 40배 확대해 촬영한 사진〈사진 ②〉으로 2등을 차지했다. 나팔벌레는 민물에 사는 단세포생물로, 표면에 나있는 작은 털인 섬모로 이동하거나 먹이를 잡는다. 자연에서는 순식간에 몸 형태를 바꿔 나팔 형태로 몸을 펼친 모습을 찍기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시바노비치 박사는 목욕할 때 근육 이완을 위해 쓰는 소금과 비슷한 황산마그네슘을 이용해 나팔벌레가 몸을 펼친 상태로 고정하고 사진을 찍었다.

순백 모피 코트를 입은 듯한 모습의 6등 수상작은 흰 털로 덮인 거미의 머리 부분을 20배 확대한 것이다. 흰 털 속에서 거미 눈 8개가 빛나는 모습이 이채롭다. 금방이라도 터져 나올 것만 같은 작은 알들은 중국 카네이션의 수술과 꽃가루들을 확대한 사진이다(7등·사진 ③). 둘둘 말린 커튼 사이로 춤추는 보라색 나비들은 튤립의 봉오리를 절단해 확대한 사진이다(9등·사진 ④).

니콘은 자연과 생명의 소중함을 일깨우기 위해 1975년부터 매년 이 공모전을 열고 있다. 이번 대회는 전 세계 100여 나라에서 출품한 응모작 2000여 점 가운데 본상 20작품을 비롯해 총 86작품을 수상작으로 뽑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