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가 '인공지능(AI) 기업으로의 변신'을 통한 재도약을 선언했다.

KT는 30일 서울 광화문 사옥 올레스퀘어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앞으로 4년간 3000억원을 투자해 AI 기술을 개발하고, AI 전문 인력도 현재 600여명에서 1000여명으로 확대해 글로벌 시장에서 통할 만한 AI 기업으로 거듭나겠다"고 밝혔다. 지난 22일(현지 시각) 스위스 취리히 연방공대에서 황창규 회장이 "5G는 AI와 결합했을 때 진정한 효과를 발휘한다. KT는 AI 기업으로 거듭날 것"이라고 했던 비전을 한층 구체화한 청사진을 내놓은 것이다. 그 핵심은 5G와 AI 기술력을 통해 '내수 통신 기업'의 굴레를 벗고 세계 각 산업 영역으로 파고드는 글로벌 기업이 되겠다는 것이다.

◇AI로 글로벌·B2B 시장 공략

KT는 AI 전략의 핵심 타깃으로 글로벌 시장을 선택했다. 국내에서 200만명이 넘는 가입자를 확보한 음성인식 AI 플랫폼 '기가지니'를 탑재한 스피커·셋톱박스로 해외 기업 고객을 집중 공략하겠다는 것이다. KT는 우선 호텔용 AI인 '기가지니 호텔'을 필리핀·말레이시아·두바이 등 에 보급하겠다고 밝혔다. 기가지니 호텔은 투숙객들이 음성으로 물품을 주문하고, 객실 조명·난방 등을 조작할 수 있도록 하는 서비스다. 11월 중 필리핀 세부에서 시범 적용을 시작해 아시아·중동 지역으로 넓힐 계획이다. 러시아 1위 통신업체인 MTS에는 기가지니 기술을 수출한다. KT 관계자는 "MTS는 KT처럼 이동통신과 IPTV(인터넷TV) 사업을 함께 하기 때문에 KT의 AI 셋톱박스 기술을 수출하기 딱 맞는 기업"이라고 말했다. 국내에서는 숙박 예약 서비스 1위 업체인 야놀자와 손잡고 호텔용 AI를 야놀자 제휴 호텔 2만여 객실에 적용할 계획이다. 반복 작업이 많은 사무실 등 산업용 AI 분야에서는 사람이 수행하던 반복 업무를 로봇 소프트웨어가 지원해 업무 부담을 줄이는 로봇 프로세스 자동화 시스템 등을 확산시킨다.

◇AI 원천 기술 확보에 집중

KT는 이날 다양한 AI 원천 기술도 선보였다. 눈에 띄는 것은 시끄러운 환경 속에서도 말하는 사람의 음성을 정확히 인식하는 '스피치 분리' 기술이었다. 주변 소음이 심한 상황에서 한국인 남성, 미국인 여성이 각각 한국어와 영어로 동시에 이야기하는 것을 따로따로 파악해 5초 만에 분리해냈다. 현실을 그대로 복제해 스스로 미래를 예측하는 '디지털 트윈' 기술도 개발했다. '기가 트윈'이라고 부르는 이 기술은 5분 후도 예측이 어려운 교통 상황을 그대로 복제해 신호등 시스템 등을 조작해가면서 교통 체증을 완화할 수 있는 방안을 제시한다. KT는 경찰청과 공동으로 기가 트윈 기술을 활용한 신호 체계를 개발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 기술이 상용화되면 교통 체증을 최고 10%가량 줄일 수 있을 전망이다. KT 이필재 마케팅부문장(부사장)은 "이미 AI는 거스를 수 없는 흐름이 된 만큼, 이를 주도하는 기업이 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