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두산·신세계 2015년말 면세점 특허 동시 취득
한화·두산 3년간 적자만 1600억원…'빅3'가 면세점 80% 장악
수수료 출혈경쟁 '면세시장 왜곡'...따이궁에 준 수수료만 연 1.3兆
재벌가 3세들이 야심차게 추진한 면세점 사업의 희비(喜悲)가 엇갈렸다. 정유경 신세계 총괄사장이 추진한 신세계면세점은 흑자 전환에 성공한 반면, 김동선 전 한화건설 팀장과 박서원 두산그룹 전무의 갤러리아·두타면세점은 '면세점 철수'라는 최악의 상황을 맞았다. 이들은 지난 2015년말 동시에 시내 신규면세점 특허를 따냈다.
두산그룹은 29일 이사회를 열고 면세특허권 반납을 결정했다. 한화에 이어 두산까지 면세점 사업을 철수한 것은 사업자간 수수료 경쟁이 치열해 지면서 더이상 적자를 감내하기 어렵다는 판단에서다.
두타면세점은 면세점 사업권을 취득한 후 지난 3년간 600억원이 넘는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2016년 4월 문을 연 두타면세점은 당초 중국인 관광객이 몰리는 동대문 입지를 장점으로 내세웠지만 기존 면세업체와의 경쟁,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보복으로 인한 중국인 단체관광 금지 등으로 개점 이래 적자가 지속됐다. 이는 두산 전사의 미래 경쟁력을 위해 극복해야하는 난제(難題)로 여겨졌다.
두산은 면세점 사업을 지속하더라도 이익 구조 전환이 어려운 상황이라는 점을 판단해 2020년 말까지 사업 기간이 남았지만 면세점을 조기 폐점하기로 했다. 두산그룹 관계자는 "중장기 수익성 악화가 예상돼 면세 특허권을 반납하고 면세사업을 중단한다"며 "전자소재 등 기존 자체사업과 신성장 사업 육성에 집중하겠다"고 말했다.
앞서 지난 9월말 한화갤러리아도 1000억원이 넘는 영업손실을 낸 후 여의도 63빌딩 면세점 문을 닫았다.
한화와 두산, 두 대기업의 면세점 사업권 반납은 업계에 큰 충격을 주고 있다. 이들 면세점 사업은 재벌 3세의 면세전쟁으로 불리며 성공 여부에 관심이 쏠렸기 때문이다.
그러나 여의도와 동대문이라는 지리적 특성이 면세사업과는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왔다. 후발 사업자의 특성상 갤러리아와 두타면세점 판매품목의 60~70%는 화장품이 차지한다. 화장품을 구매하는 '큰 손'은 중국 따이궁(代工·보따리상)이다.
대부분의 면세점은 외국인 관광객이 몰려있는 서울 명동 부근에 밀집해 있다. 따이궁의 동선을 고려해서다. 한달 약 3000억원의 매출을 내는 명동 롯데면세점을 중심으로 신세계면세점(회현)·신라면세점(장충동)이 근처에 모여있다. 특히 두타면세점은 동대문이라는 특성상 면세점을 찾는 관광객의 객단가가 낮다는 지적이 나왔다.
대형 면세점으로의 쏠림 현상이 지속된 것도 두타면세점 철수 배경이다. 관세청에 따르면 올 상반기 국내 면세점 매출은 12조원에 육박하며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하지만 매출 점유율의 80%를 롯데·신라·신세계 등 '빅3' 면세점이 차지한다.
면세점 업계에 따르면 롯데(4조4332억원), 신라(2조9701억원), 신세계(2조930억원) 등 국내 '빅3' 면세점의 올 상반기 매출은 총 9조4963억원으로 전체의 80%를 넘는다. 따이궁들이 상품이 다양하고 혜택이 큰 대형 면세점으로 몰리면서 '빅3'만 성장하는 구조가 만들어진 것이다.
여기에 면세점들이 따이궁 유치를 위해 송객수수료를 높이면서 면세 시장 구조가 왜곡된 것도 원인으로 꼽힌다. 관세청에 따르면 면세점의 송객수수료(고객 유치를 위해 여행사에 지불하는 수수료)는 2015년 5630억원에서 지난해 1조3181억원까지 늘었다.
면세점은 직매입 형태로 운영되기 때문에, 타 유통과 달리 투자 비용이 많이 든다. 손님 유치 비용도 만만치 않은 상황이다. 게다가 정부는 지난 5월 대기업 시내면세점 5곳(서울 3곳)을 추가 허용했다.
두산은 잔여 기간 동안 세관 및 협력 업체와 긴밀한 협의를 통해 원만하게 면세점 영업을 정리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