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네시아 정부가 니켈 수출을 즉각 중단한다고 발표하면서 니켈을 주원료로 하는 자동차 배터리 제조기업들이 긴장하고 있다. 국내 자동차 배터리 제조기업은 인도네시아산 니켈을 수입하지 않기 때문에 직접적인 영향을 받지 않을 것으로 보이지만 전 세계 니켈 가격이 상승하면 원가 상승 부담이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국내 자동차 배터리 제조기업은 LG화학(051910), 삼성SDI(006400), SK이노베이션(096770)등이 있고, 자동차 배터리에 들어가는 양극재 제조기업은 포스코케미칼, 일진머티리얼즈, 에코프로(086520)등이 있다.

조코 위도도 인도네시아 대통령.

바흐릴 라하달리아 인도네시아 투자협력청장은 28일(현지 시각) 인도네시아 수도 자카르타에서 기자들과 만나 내년 1월부터 니켈 수출을 중단하기로 한 계획을 앞당겨 이날부터 시행한다고 깜짝 발표했다.

인도네시아 정부는 니켈 원광을 수출하지 않고 자국 내 제련소에서 제련해 니켈 산업을 키우겠다는 취지로 니켈 수출 중단 정책을 추진해왔다. 당초 2022년부터 수출을 중단할 예정이었으나 지난 7월에 계획을 수정, 내년 1월부터 수출을 중단하기로 했었다. 그런데 수정된 계획을 2개월 더 앞당긴 것이다. 인도네시아는 세계 최대 니켈광석 생산국으로 지난해 전 세계 공급량의 4분의 1가량을 공급했다.

전문가들은 인도네시아 니켈 수출 중단이 국내 자동차 배터리 제조사에 직접적으로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인도네시아가 생산하는 니켈 원광은 석화광으로 자동차 배터리가 아닌 스테인리스의 주 원료이기 때문이다. 자동차 배터리의 양극재에 들어가는 니켈은 황화광으로 만든 황산니켈이다. 인도네시아산 니켈의 주요 수입국은 중국이다. 중국은 스테인리스강 생산을 위해 인도네시아 니켈 원광 생산량의 90%를 수입하고 있다.

다만 인도네시아가 니켈 수출을 중단함에 따라 자동차 배터리 기업들이 원가 상승 부담을 떠안게 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세계 최대 니켈 생산국인 인도네시아가 수출을 중단하면 전 세계 니켈 가격의 기준이 되는 런던 금속거래소 니켈 가격이 상승할 수 있다. 이재광 미래에셋대우 연구원은 "런던 금속거래소 니켈 가격이 오르면 자동차 배터리에 쓰이는 황산니켈 가격도 오를 것"이라며 "이는 원가 상승 요인이 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인도네시아가 니켈 수출 중단 정책을 발표한 이후 니켈 가격은 꾸준히 상승 곡선을 그려왔다. 지난해 10월 이후 런던 금속거래소 기준 니켈 가격은 약 40% 올랐다. 지난 7월 수출 중단 일정을 2020년으로 발표한 이후 가격이 급격하게 상승하면서 지난 9월에는 톤당 1만8850달러까지 오르며 5년 만에 최고가를 기록하기도 했다.

인도네시아 정부가 니켈 수출을 즉각 중단한다고 발표한 28일 런던 금속거래소에서 니켈 가격은 큰 변동을 보이지 않았다. 지난 1년여간 수출 중단에 대한 우려가 미리 반영됐기 때문이다. 이날 니켈 가격은 장중 전날 대비 1.3% 오른 1만7000달러까지 갔다가 1.3% 내린 1만6640달러에 마감했다.

전문가들은 당분간 전 세계 니켈 수급이 안정될 때까지 니켈 가격은 계속 오를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이 연구원은 "중국이 2014년부터 인도네시아에 진출해 산화광 니켈을 제련하고 스테인리스강으로 만드는 설비를 짓고 있다"며 "중국이 본격적으로 니켈 생산에 나설 때까지 니켈 가격이 계속 오를 가능성이 높다"고 예상했다. 백영찬 KB증권 연구원은 "호주나 브라질 등 다른 니켈 생산국들이 생산량을 늘려주면 니켈 가격이 빠르게 안정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