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 합병 심사, 통상 6개월 내 판가름…5월 중 발표 예상
현대중공업이 대우조선해양과 합병 여부를 판가름하는 EU(유럽연합) 집행위원회 심사 본신청을 11월 중 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내년 5월께 합병 심사 결과가 나올 전망이다. 현대중공업은 29일 첫 해외 경쟁 당국의 합병 승인을 카자흐스탄에서 받았다.
현대중공업은 29일 "이르면 11월 중 대우조선해양과의 합병과 관련한 EU의 사전심사가 마무리 될 것"이라며 "바로 그 직후 심사신청에 들어갈 계획"이라고 발표했다. 현대중공업은 지난 4월 대우조선해양과의 합병과 관련해 EU에 예비협의 단계에 들어갔다. EU 집행위원회는 기업결합 심사와 관련해 먼저 예비 협의를 거친뒤 본 심사에 들어가는 방식을 채택하고 있다. 본 심사는 1단계 일반심사와 2단계 심층심사로 나뉜다.
EU 집행위원회의 심사는 현대중공업-대우조선해양 합병을 좌우하는 변수다. 두 회사에 초대형컨테이너화물선이나 LNG선을 발주하는 선사들이 EU에 몰려있기 때문이다. 중국이나 일본의 경우 각각 국적 선사들이 자국 조선업체에 LNG선 등을 발주하기 때문에, 한국 회사들의 합병이 자국 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제한적이다. 하지만 EU 회원국 선사들에 미치는 영향은 크기 때문에 그만큼 심사를 엄격하게 할 수 밖에 없다.
이날 현대중공업의 EU 심사 신청 일정 발표는 EU와의 예비협의 단계가 마무리되고 있다는 의미다. 현대중공업은 지금까지 언제 EU에 심사보고서를 제출할 지 명확히 밝히지 않았었다.
EU 집행위원회는 사안에 따라 심사 신청일로부터 최종 판정을 내리기까지 기한을 정해 심사를 실시한다. 많은 경우 3~4개월인데, 사안이 복잡하면 6개월 정도까지 걸린다. 미국 보잉이 브라질 엠브라에르의 민수용 항공기 부문을 인수·합병하는 건의 경우 미국 보잉이 지난 8월 3일 신청했고, 심사 종료 시한은 6개월 뒤인 2020년 2월 2일로 정해졌다. 민간용 항공기 산업은 글로벌 시장을 대상으로 하고 과점이 이뤄지는 산업이다.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의 합병도 비슷하게 6개월로 시한이 정해질 가능성이 높다.
한편 현대중공업은 이날 카자흐스탄 경쟁당국으로부터 합병 승인을 받았다고 발표했다. 현대중공업은 지난 8월 카자흐스탄 정부에 합병 승인 신청서를 냈다.
EU와 카자흐스탄을 포함해 현대중공업이 기업결합 심사를 신청한 곳은 한국, 일본, 중국, 싱가포르 등 총 6개 국가다. 조선사 간 합병이 자국 선사에 영향을 미치는 국가들이다. 지난 7월 공정거래위원회에 기업결합심사 신청서를 처음 제출했고 같은 달 중국, 8월 카자흐스탄, 9월 싱가포르 순으로 심사를 신청했다. 일본과는 9월부터 일본과 정식 심사 신청에 앞선 사전 상담 절차를 진행 중이다.
현대중공업은 각국 경쟁당국으로부터 합병 여부에 대한 판단을 가급적 빨리 구한다는 방침이다. 가삼현 현대중공업 사장은 지난 9월 24일 열린 '제16회 조선해양의 날' 행사에서 일본 수출규제 이후 대우조선해양 기업결합심사 반대 우려에 대해 "부정적인 반응이나 우려는 없다"며 "올해 연말을 목표로 심사를 마무리할 것"이라고 했다.
업계는 나머지 국가의 기업결합 심사도 무난히 통과할 것으로 보고 있다. 중국의 경우 이달 25일 국영 대형 조선사인 중국선박공업그룹(CSSC)과 중국선박중공그룹(CSIC)의 합병을 허락한 상황에서 한국 조선소의 기업결합을 반대하기는 어려울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일본도 기업결합 자체를 반대하기는 어려울 것이란 관측이다. 글로벌 경쟁당국의 기업결합심사는 관련 법령에 따라 진행하는 것으로, 반대를 위해서는 구체적 근거를 제시해야 하기 때문이다. 아울러 일본 기업들도 한국을 비롯한 각국에서 합병 심사를 받아야 하기 때문에 굳이 보복 위험을 감수하지는 않을 것란 얘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