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안성에서 본격적인 추수철을 맞아 콤바인을 이용한 벼베기가 한창이다.

정부가 세계무역기구(WTO) 개발도상국(이하 개도국) 지위를 포기한다고 밝히자 농업계가 정부 결정에 강하게 반발하고 나섰다.

정부는 25일 오전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주재로 정부서울청사에서 제 208차 대외경제장관회의를 열고 "미래 협상 시 개도국 특혜를 주장하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정부는 "기존 개도국 특혜는 새로운 협상이 타결되기 전까지 변동 없이 유지할 수 있다"며 "미래 협상까지는 상당한 기간이 소요될 것이므로 충분한 시간을 갖고 대비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농업계는 "우려가 현실이 됐다. 정부의 개도국 지위 포기로 우리 농산물이 수입산에 밀려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을 것"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아직 한국 농업이 해외 농업 대국과 경쟁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지 못한 상황에서 개도국 지위를 포기하기로 결정함에 따라 한국 농업 기반이 붕괴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한국의 가구당 농업소득은 1995년 1047만원에서 2018년 1292만원으로 사실상 제자리 걸음이고, 곡물 자급률도 21.7%로 OECD 최저 수준이다.

농업계는 구체적으로 한국이 개도국 지위를 잃게 되면 당장 쌀 관세화나 농축산물 직불금 지급 등에서 정부 지원이 제한받게 되는 점을 우려하고 있다.

도하개발아젠다(DDA) 협상 때 논의한 내용에 따르면 직접보조금(변동직불금) 지급 한도(AMS)는 현재 1조4900억원지만 선진국은 8195억원으로 줄이기로 했다. 한국인의 주식인 쌀을 수입할 때 부과하는 관세율도 현재 513%에서 393%까지 낮아진다. 한국은 쌀 개방 후 다른 쌀 수출국에 높은 관세를 매기고 보조금을 지원하며 농가 소득을 보전하고 있는데 향후 협상에서 선진국 지위를 얻으면 그만큼 농가 지원을 줄일 수밖에 없다.

정부가 개도국 지위를 포기하면 관세를 낮춰달라는 미국이나 중국 등 농업 강대국의 압력이 커질 것이 뻔해 쌀 뿐만 아니라 참깨나 땅콩, 대두, 녹두 같은 밭작물도 위협을 피할 수 없다. 정부는 이들 밭작물도 쌀과 마찬가지로 최소 300% 이상의 높은 수입관세를 부과해 수입산 저가 수입작물로부터 농가를 보호하고 있다.

한국농업경영인중앙연합회 관계자는 "밭작물은 노동집약적 산업으로 안 그래도 국내 생산량이 줄어들고 있는데 수입 관세까지 낮아지면 생산기반 자체가 위태로워질 수 있다"며 "AMS 한도가 감소할 경우 축산분야에서는 송아지 생산안정제 등 다른 지원도 폐지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농민단체들은 정부의 개도국 지위 포기에 항의하는 동시에 농업경쟁력을 강화를 위한 개도국 지위 포기에 따른 대책 마련도 촉구했다.

이들이 요구한 농업분야 지원대책 6대 항목은 ▲국무총리를 위원장으로 한 특별위원회 설치 ▲농업예산을 전체 국가 예산의 4~5%로 증액 ▲취약계층 농수산물 쿠폰 지급으로 수요 확대 ▲공익형 직불제 도입 ▲1조 원 농어촌 상생협력기금 부족분 정부 출연 ▲한국농수산대 정원 확대 등이다.

전국농민회총연맹 관계자는 "농업 위기를 극복할 실효성 있는 대책이 없는 상황에서 정부가 개도국 지위를 포기하기로 했다"며 "농산물 가격 안정과 대규모 자본의 농산물 유통시장 장악 등 농업위기를 극복할 전략적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