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이 한국거래소의 상장폐지 결정에 잇따라 제동을 걸고 있다. 부실기업이 시장에서 장기간 체류하면서 시장가치가 떨어지고 있다는 불만도 나오고 있다.

24일 에이앤티앤은 법원이 거래소의 상장폐지 결정에 대한 효력 정지 가처분을 인용했다고 공시했다. 이에 따라 거래소는 법원이 본안 확정을 판결하기 전까지 에이앤티앤의 정리 매매 절차를 밟을 수 없다. 에이앤티앤은 일단 가처분 인용 결정으로 시간을 번 뒤 상장폐지 결정 무효 확인 소송을 제기해 상장폐지 결정을 뒤집으려는 것으로 보인다.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 전경.

에이앤티앤은 2017년 횡령·배임 혐의, 유상증자 대금 가장납입, 감사의견 거절 평가 등을 이유로 상폐 결정을 받았다. 거래소는 21개월간 개선의 기회를 줬지만 나아질 여지가 보이지 않자 올해 5월 상장폐지를 결정했다.

법원이 거래소의 상장폐지 결정에 대한 효력 정지 가처분을 인용한 사례는 최근 2년간 이번이 네 번째다. 법원은 지난해 모다, 파티게임즈, 감마누의 상장폐지 결정에 대한 효력 정지 가처분을 인용했다. 다만 모다는 거래소의 항의가 법원에 받아들여지면서 항고 절차를 밟고 있다. 파티게임즈도 올해 7월 거래소의 상폐 결정 무효 소송에서 패소해 2심을 진행 중이다. 이들 기업 모두 정리 매매 절차가 중단된 상태다. 감마누는 유일하게 상폐 결정 무효 소송 1심에서 승소했다.

거래소는 최근 법원의 가처분 인용 사례가 늘어난 데 대해 상장폐지 결정을 받은 상장사들이 증가했기 때문이라고 했다. 상장폐지 결정을 받은 상장사들은 일단 법원으로 달려가는 데 그만큼 매년 상장폐지 통보를 받은 기업들이 늘었다는 것이다. 지난해 상장폐지 결정을 받은 기업 중 11개 기업이 법원에 효력 정지 가처분을 신청했고, 7개 기업의 소송이 기각됐다. 올해 상장폐지 통보를 받은 기업 중 가처분 신청을 한 기업은 에이앤티앤과 제이테크놀로지가 있다. 제이테크놀로지에 대해서는 가처분 인용 여부가 결정되지 않았다.

법원에 의해 상장폐지가 지연되는 사례가 늘수록 거래소의 고민은 깊어지고 있다. 본연의 역할인 시장 관리가 어려워지기 때문이다. 거래소 관계자는 "상장폐지 결정을 받은 기업들이 법적 절차를 거치면서 상장폐지가 지연될 수록 부실기업이 시장에 장기간 머물게 되고 시장 전체에 대한 불신이 커지게 된다"고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