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분기 GDP 0.4% 성장 '쇼크'…"현 추세면 연 1.8% 성장"
정부지출 2분기에만 '반짝 효과' 내고 민간둔화 극복 못해
그동안 성장을 주도해 왔던 '정부의 힘'이 한계에 부딪혔다. 3분기 성장률이 전기대비 0.4%에 그치면서 사실상 올해 2% 성장이 어려워졌다. 정부가 상반기 재정집행에 총력을 기울였지만, '반짝 효과'만 냈을 뿐 하반기에 들어서자마자 성장을 이끄는 힘이 쪼그라 들었다. 정부의 성장기여도는 2분기 1.2%포인트(P)에서 3분기 0.2%P로 추락했다.
한국은행은 이를 통계상의 기저효과로 설명했지만, 정확하게는 정부의 재정지출이 민간의 투자·소비를 독려하지 못한 결과로 봐야 한다는 시각이 앞선다. 경제전문가들은 단발성 일자리 확대를 비롯한 현금성 사회보장 중심의 재정정책은 지속가능하지 않다는 경고를 내놓고 있다. 정부주도로 경제지표를 끌어올리는 것보다 대내외 경제여건이 불안한 상황에서 기업과 개인이 안정적인 투자·소비를 이어갈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24일 한은이 발표한 3분기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올해 2% 달성 여부를 결정짓는 가늠자로 여겨졌다. 2%를 달성하려면 3분기 성장률이 최소한 전기대비 0.6%를 넘어서야 했지만 0.4%에 그쳤다. 투자 조정이 지속되고 민간 소비도 둔화된 가운데 정부의 성장기여도가 전분기의 기저효과로 대폭 낮아졌다.
박양수 한은 경제통계국장은 "정부소비가 무상교육 등 사회복지 중심으로 증가세를 이어갔지만, 정부투자는 전분기 크게 증가한 기저효과가 작용했다"며 "민간부문의 설비·건설투자가 계속해서 조정 중이고 민간소비 증가세가 약화됐다"고 설명했다.
3분기 성장률이 0.4%로 나오면서 올해 2% 성장률은 힘들다는 의견이 많다. 2% 성장하려면 4분기 성장률이 1.0%를 기록해야 하는데, 현재 경제상황에서 쉽지 않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의 연간 성장률이 2%에도 못 미친 건 1954년(0.7%), 1980년(-1.7%), 1998년(-5.5%), 2009년(0.8%) 등 4차례에 불과했다. 당시에는 오일쇼크, 금융위기 등 두드러진 외부 충격 요인이 있었다. 외부충격 없이 연 1%대 성장은 사실상 처음이다.
이주열 한은 총재도 이날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국정감사에 출석해 이같은 우려를 전했다. 그는 "올해 2% 성장이 현재로서는 쉽지 않겠지만, 4분기에는 정부의 재정 노력 등 여러 변수가 있어서 지켜볼 필요가 있다"며 "하여튼 좀 우려하는 바다"라고 했다.
미·중 무역분쟁으로 글로벌 교역이 둔화되면서 우리나라의 수출은 이달로 11개월째 역성장할 가능성이 크다. 하반기 들어서는 일본의 수출규제로 한·일간 갈등도 불거졌다. 이같은 불확실성 확대에 기업들은 몸을 사리면서 투자를 줄이고 있다. 산업연구원의 경기실사지수(BSI)에 따르면 4분기 시황, 매출 전망 BSI가 각각 87, 88로 전 분기보다 하락했다. 4분기에 3분기보다도 더 어려워질 것으로 예상한 제조업체가 그만큼 많다는 얘기다.
2분기 '반짝 성장'을 이끌었던 정부주도의 성장도 앞으로는 기대하기 어렵다. 정부는 상반기에만 중앙재정(473조6000억원)의 58.1%에 해당하는 275조4000억원을 집행했지만 3분기 민간부문의 성장세는 반응하지 않았다. 3분기까지 중앙재정 집행률은 78.5%다. 민간의 성장기여도는 3분기 플러스(+)로 전환됐지만 0.2%P에 그쳤다. 3분기 건설투자는 전분기대비 5.2% 감소해 14분기만에 최저치였고, 설비투자도 0.5% 성장하는 데 불과했다. 정부 지출이 민간의 활력을 증대시키는 효과를 전혀 내지 못했다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2분기에 정부지출 자체가 성장률을 올리는 역할을 했지만 민간부문의 투자, 소비와 연결이 되지 않으면서 3분기 성장률이 급락하는 결과로 나타났다"며 "노인 일자리 사업 등이 고용 통계를 개선시켰을지는 모르겠지만 경제성장과는 관련이 없었다"고 했다.
만약 4분기에도 3분기와 같은 수준의 성장세가 이어진다면 올해 성장률은 1.8%에 그친다. 한은은 민간의 성장기여도 확대와 함께 정부의 예산 지출이 어느 수준까지 가능할지에 2% 성장이 달렸다고 했다. 경제전문가들은 대내외 불확실성이 큰 상황에서 민간이 자체적으로 투자, 소비를 늘리는 데 한계가 있는 만큼, 경제주체의 경제심리가 회복되도록 정부가 정책을 추진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생활 사회간접자본(SOC) 확대와 연구개발 지원 등이 대표적인 방안으로 꼽힌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정부 지출이 의료보건을 비롯한 소비에 집중되다 보니 민간에 확산되는 효과가 제한적이었다"며 "현재 어려움을 겪고 있는 소·부·장 업종과 함께 혁신성장 등에 정부투자가 들어가면서 중장기적인 그림을 그려야 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