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국회 시정연설에서 예산을 많이 지출해야 한다는 확장 재정 필요성을 강조한 지 하루 만인 23일 "재정 확장의 경기 대응 효과가 크지 않다"는 국책 연구 기관의 지적이 나왔다.
이태석 한국개발연구원(KDI) 공공경제연구부장은 이날 대통령 직속 소득주도성장특별위원회와 한국조세재정연구원이 개최한 토론회에서 "최근 경기 부진의 주요한 요인은 미·중 무역 분쟁에 따른 국제 교역량 감소이고, 이는 단기간에 해소되기 어렵기 때문에 재정 확장 자체의 경기 대응 효과는 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이 부장은 지금처럼 확장 재정 기조를 유지할 경우 중기적 관점에서 재정 건전성은 악화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이 부장은 "2023년까지 재정 수지와 국가 채무 비율은 지속적으로 나빠질 것으로 전망된다"며 "단기적인 재정 확장을 위한 재정 여력은 있지만 중기적 관점에서는 재정 여력이 불충분하다"고 지적했다. 정부의 '2019~2023년 중기 재정 계획'을 보면 올해 -1.9%인 국내총생산(GDP) 대비 재정 수지 적자 규모는 내년에 -3.6%로 껑충 뛰고 2023년까지 -3.9%를 유지한다. GDP 대비 국가 채무 비율 역시 올해 37.1%에서 2023년까지 46.4%로 치솟는다.
이 부장은 또 "2021년 이후 정부의 재정 수지 개선 계획이 없다"며 "2021년 이후 재정 수입 증가율은 연 5% 수준으로 전망되지만, 성장률 회복 속도에 따라 재정 수입 증가율의 하방 위험이 있다"고 지적했다. 세수(稅收) 등이 제대로 걷히지 않을 수 있다는 얘기이다.
토론자로 나선 박기백 서울시립대 교수도 "정부의 중기 재정 계획을 보고 처음으로 과하다고 생각했다"며 "청와대나 정부 모두 국가 부채가 올라가도 신경 쓰지 않겠다는 무책임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고 했다. '글로벌 경기 하강 국면에 따른 주요국의 대응 방안'을 주제로 발표한 윤성주 조세연 연구위원도 "일본 사례에서 보듯이 구조 개혁이 수반되지 않은 재정 정책 확대는 높은 수준의 국가 부채만 초래한다"며 "재정 확대와 함께 지출 효율화와 구조 개혁이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고 했다.
하지만 이호승 청와대 경제수석은 축사에서 "정부가 재정을 활용해 적극적으로 나서 경기 변동을 완화하는 건 당연한 책무이자 교과서적 선택"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