렌털 업계에서 핵심 시장인 정수기 제품을 둘러싼 기술 경쟁이 치열하다. 가장 첨단 기술이 적용되는 부분은 정수기의 품질을 좌우하는 '필터(여과기)'다. 저수조(물통)가 필요 없고 관리가 편한 직수형 필터가 등장한 지 얼마 안 돼 최근에는 오염 물질 제거 기능이 강화된 역삼투압 필터도 다양하게 출시되고 있다.
현재 업계에서 가장 많이 채택되는 방식은 직수형 필터로, 주로 중공사막(Ultrafiltration·UF)과 나노(Nano) 방식의 필터를 사용한다. 저수조가 필요 없어 정수기 부피가 줄어들고, 정수 속도가 빠르다는 장점이 있다.
중공사막 방식은 혈액 투석을 위한 신장투석기에 사용하는 중공사(中空絲)를 거름막으로 쓴다. 머리카락 굵기의 수만분의 일에 해당하는 0.01∼0.04㎛(마이크로미터) 이하의 구멍을 통해 유기 오염 물질과 대장균 등 세균을 걸러주고 미네랄 성분은 통과시킨다. 다만 물속에 녹아 있는 금속 이온 성분은 제대로 걸러내지 못해 물맛이 다소 텁텁하게 느껴질 수 있다.
나노 필터는 박테리아와 바이러스를 정전력으로 필터에 흡착시켜 제거하는 방식이다. 원단의 구멍 크기(직경)가 나노미터(10억분의 1m) 단위인 필터를 사용한다. 중공사막 필터보다 이물질 제거에 더 뛰어나고, 정수 효율도 높다. 다만 필터 가격이 비싼 것이 흠이다.
저수조형으로는 역삼투압 방식(Reverse Osmosis)이 대표적이다. 역(逆)삼투는 농도가 높은 액체와 낮은 액체를 얇은 막(반투과성 막)으로 갈라 놓고 농도가 높은 액체에 큰 압력(역삼투압)을 가해 농도가 낮은 쪽으로 순수한 액체가 스며들게 하는 것이다. 본래 바닷물을 식수로 바꾸기 위해 개발된 기술이다. 정수기에 적용하면 불순물이 많은 쪽(수돗물)에서 불순물이 적은 쪽(정수한 물)으로 물을 걸러낼 수 있다.
역삼투압 필터 막의 구멍 크기는 0.0001㎛로 중공사막 필터 막과 비교해 최대 1000배 이상 촘촘하다. 유기 오염 물질, 대장균, 중금속 이온 등 다양한 성분에 대한 제거 효과가 있다. 물맛이 깔끔하고 청량감이 높은 편이지만, 시간당 정수 용량이 작아 저수조가 필요하다. 필터 가격도 상대적으로 높은 편이다.
최근에는 직수형이면서도 역삼투압 필터를 채택한 정수기도 나왔다. 웅진코웨이가 지난 2017년 특허 출원한 이 제품은 필터를 지나는 물길(유로)을 한곳으로 만들어 필터를 통과하는 물의 속도(유속)를 빠르게 만든 것이 핵심이다. 기존 역삼투압 필터가 이온 물질의 제거율은 높은 반면, 물을 걸러내는 속도가 느린 점을 보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