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획 발표 때부터 관치 논란…용두사미로 끝날 전망

금융위원회가 미루고 미루던 은행 일자리 창출효과 분석 결과를 조만간 발표한다. 금융위 관계자는 22일 "은행을 대상으로 실시한 금융권 일자리 창출효과 분석 결과를 이달 말이나 다음달 초에는 발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처음 발표를 예고한 8월에서 석달이나 미뤄진 것이다. 발표가 차일피일 미뤄지자 금융권에서는 금융위가 관치 논란을 우려해 발표를 포기한 것 아니냐는 말까지 나왔을 정도다.

금융위의 은행권 일자리 창출효과 분석은 계획이 나왔을 때부터 큰 논란이었다. 금융위는 시중은행과 지방은행을 포함해 14개 국내 은행의 12년치 직원 채용 자료를 분석하겠다고 지난 6월 발표했다. 은행의 자체 채용 인원과 아웃소싱 인원을 전수조사하고, 청년과 여성, 비정규직 채용 비율도 조사하겠다고 했다.

지난 8월 27일 열린 금융권 공동채용박람회에서 최종구 전 금융위원장이 축사를 하고 있다. 박람회에 참석한 은행장 등 금융회사 CEO들이 최 전 위원장의 축사를 경청하고 있다.

여기에 더해 은행이 대출을 통해 간접적으로 늘린 일자리 규모도 측정하겠다고 했다. 은행이 각 산업에 지원한 자금 규모와 고용유발계수를 활용해 대출을 통한 일자리 창출 기여도를 측정하겠다는 발상이었다. 금융위는 은행이 얼마나 많은 일자리를 만들었는지 측정한 다음 8월에 우수사례 위주로 발표하겠다고 했다. 조사 기간이나 규모 모두 이례적일 정도로 대대적인 수준이었다.

하지만 이 계획은 발표되자마자 큰 논란에 휩싸였다. 가뜩이나 핀테크와 4차산업혁명으로 무인화 열풍이 거센데 일자리 창출을 강조하는 금융위의 정책이 시대에 역행한다는 비판도 있었다. 은행들은 하반기 채용 시즌을 앞두고 정부가 노골적으로 채용 압박에 나선 것이라며 불편한 기색을 감추지 않았다.

결국 금융위가 야심차게 나선 은행권 일자리 창출효과 분석은 용두사미로 끝날 가능성이 커졌다. 금융위가 여러 차례 발표 시기를 미룬 끝에 분석 결과를 일단 내놓기로 했지만, 개별 은행의 일자리 창출효과는 모두 빠지고 은행 전체의 일자리 창출 기여도가 어느 정도 수준이라는 발표에 그칠 것으로 보인다. 금융위 관계자는 "금융이 일자리 위기 산업이기 때문에 정부 차원에서 실태파악도 하고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문제의식에서 출발한 것"이라며 "은행별로 순위를 세우지 않을 계획이고 별도로 인센티브를 줄 계획도 없다"고 말했다.

은행권에서는 국정감사에서 논란이 될 것을 우려해 금융위가 일부러 발표 시기를 늦춘 것 아니냐는 의심도 한다. 실제로 지난 4일 금융위 국감에서 일자리 창출효과를 분석하는 것이 금융혁신과 모순된다는 지적이 나왔다. 금융위가 분석 결과를 발표했다면 논란은 더 컸을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금융위 입장에서는 목적을 달성한 것 아니냐는 시각도 있다. 주요 시중은행은 작년과 비슷한 규모로 하반기 채용을 진행하고 있다. 지난해 하반기 모두 1700여명을 채용한 4대 시중은행(신한·국민·우리·하나)은 올해 하반기에도 비슷한 규모로 채용을 진행하고 있다. 은행은 신규 채용 규모를 줄여야 하는 상황이라고 했지만 금융위가 일자리 창출효과를 분석하자 결국 작년 수준을 유지하기로 결정했다.

14개 시중은행의 일자리 창출효과를 금융위가 대외적으로 발표하지는 않는다고 해도 손에 쥐고 있는 한 은행들은 압박을 받을 수밖에 없다. 채용비리, 해외금리 연계 파생결합펀드(DLF) 불완전판매 논란 등 가뜩이나 금융당국의 눈치를 봐야 하는 일이 많은 상황에서는 더욱 그렇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정부에서는 비대면 서비스와 관련된 일자리를 늘리라고 하지만 대부분이 자동화되는 추세여서 그렇게 많은 인력 수요가 있는 것은 아니다"라며 "그렇지만 괜찮은 일자리를 유지해야 한다는 정부의 기조에 무조건 역행할 수도 없어 일단 작년 수준의 채용 규모는 지키기로 한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