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영와코루와 함께 국내 여성 속옷 '양대 산맥'으로 불렸던 남영비비안의 주인이 바뀌게 될 전망이다.

'비비안' 브랜드로 알려진 남영비비안은 21일 "당사의 최대 주주가 쌍방울·광림컨소시엄을 지분 매각을 위한 우선 협상 대상자로 선정했다"고 공시했다. 광림은 코스닥 상장사로, 쌍방울의 최대 주주다. 매각 대상은 남석우 회장 및 특수관계인들이 보유한 남영비비안의 지분 58.9%와 그 외 자회사 지분 등이다.

1957년 설립된 남영비비안은 그동안 국내 여성 속옷 시장을 이끌어 왔다. 하지만 2010년대 들어 위기를 맞았다. 속옷 업계의 특성상 시장이 커지기 쉽지 않은 데다 한정된 시장을 놓고 경쟁해야 할 경쟁사들의 영향력이 커졌다. 특히 유니클로 등 저렴한 가격의 속옷이 시장에 쏟아져 들어오고 나이키 등 스포츠 브랜드까지 속옷을 잇따라 출시하면서 남영비비안을 비롯한 기존 업체의 입지는 날로 줄어들었다. 업계 관계자는 "이제 속옷 브랜드 순위를 매기는 것조차 의미가 없어질 정도로 시장 경쟁이 치열해졌다"고 말했다.

남영비비안은 2017년 393명이던 직원을 지난해 236명으로 줄이는 구조조정을 벌였지만, 위기 탈출 성공으로 이어지진 않았다. 지난해 비비안은 매출 2061억원, 영업 손실 39억원을 기록했다. 최근 속옷 이외에 레깅스를 만들고 편의점 세븐일레븐과 손잡고 패딩 조끼까지 출시하는 등 전략 다변화를 시도하고 있지만, 결국 최대 주주인 남 회장 등이 택한 건 매각이다. 지난해 매출 기준으로 보면 남영비비안이 절반 규모인 쌍방울(1016억원)에 매각되는 셈이다.

쌍방울에 따르면 21일 매각 협상이 개시되고 오는 11월 15일까지 계약이 체결될 예정이다. 이날 남영비비안의 주가는 전 거래일 대비 가격 제한 폭(29.78%)까지 오른 2만68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쌍방울 주가도 3.37% 상승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