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롯데그룹이 카드, 캐피탈, 보험 등 금융계열사를 모두 정리하면서 금융그룹 통합감독 대상에서 제외될 것으로 전망됐지만, 잔존 가능성이 여전히 상당한 것으로 나타났다. 롯데그룹이 롯데카드 지분 20%를 남겨놓은 데다 롯데캐피탈은 롯데그룹과 한 가족인 일본 롯데홀딩스로 넘어간 만큼 완전히 분리해서 보기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18일 금융당국과 업계 등에 따르면 롯데그룹은 현재 공정거래위원회에 롯데카드의 계열분리 심사 신청을 위해 막바지 작업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롯데그룹은 롯데카드 지분 79.83%를 MBK파트너스에, 롯데손해보험 지분 53.49%를 JKL파트너스에 매각했다. 롯데캐피탈 지분 25.64%는 일본 롯데홀딩스의 계열사인 롯데파이낸셜코퍼레이션에 매각하기로 결정된 상태다.

금융계열사를 정리한 롯데그룹이 금융그룹 통합감독 대상에서도 제외될 수 있을지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사진은 서울 잠실에 위치한 롯데월드타워.

공정위가 계열분리를 승인하면 롯데그룹의 일반지주체제가 최종 완성된다. 지난 2017년 10월 지주사 체제로 전환한 롯데그룹은 공정거래법상 일반지주회사가 금융계열사를 소유할 수 없다는 금산분리 원칙에 따라 지분 매각 작업을 진행해왔다. 일반지주체제가 완성됐다는 것은 금융당국이 시행하는 금융그룹 통합감독 대상에서 제외될 수 있다는 조건을 갖췄다는 의미도 된다.

금융그룹 통합감독 제도는 비금융 계열사의 부실이 금융회사로 전이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지난해 7월부터 시행됐다. 금융자산 5조원 이상의 복합금융그룹 중 여수신·보험·금융투자 등 2개 권역 이상의 금융회사를 보유한 기업집단이 대상이다. 현재 감독 대상은 롯데그룹을 비롯해 삼성, 현대자동차, 한화, 교보생명, 미래에셋, DB 등 7개 그룹이다.

감독 대상으로 선정된 그룹은 금융그룹 내 대표회사를 선정해야 하고, 이 대표회사는 위험정책관리 수립 등 금융그룹 건전성 관리 관련 업무를 이행해야 한다. 롯데그룹의 대표회사는 롯데카드였다. 금융당국은 해당 금융그룹의 자본적정성과 내부거래 비중, 지배구조 등을 감독한다. 다만 감독 과정에서 미흡한 부분이 발견된다 해도 현재 금융그룹 통합감독 제도가 모범규준으로 운영되고 있어 별도 제재는 없다.

그러나 롯데그룹이 금융그룹 통합감독 대상에서 제외될지는 현 상황에서 장담할 수 없다는 것이 금융당국 입장이다. 롯데카드와 롯데그룹 간 연결고리가 완전히 해소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금융위원회 관계자는 "롯데카드의 경우 완전히 매각한 것이 아니라 20% 지분을 여전히 롯데그룹이 들고 있는데, 이 부분에 대한 면밀한 해석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즉 롯데그룹이 롯데카드 지분을 계속 보유하고 있는 한 백화점 등 유통계열사와 기존 관계가 그대로 유지될 수 있고, 이 경우 내부 거래로 판단돼 통합감독을 받아야 한다는 것이다.

롯데캐피탈 역시 롯데그룹의 발목을 잡고 있다. 금융위 관계자는 "롯데캐피탈의 경우 주인이 바뀐 것은 맞지만 (매각 대상이 일본 롯데홀딩스의 자회사인 만큼) 크게 봤을 때 신동빈 롯데 회장의 밑에 있는 것은 같다"라고 말했다. 다만 롯데카드와 롯데캐피탈이 같은 업종으로 해석된다면 롯데그룹이 금융그룹 통합감독 대상에서 제외될 가능성은 보다 커진다. 카드와 캐피탈은 같은 여신업으로 묶어 볼 수도 있기 때문이다.

금융당국은 먼저 공정위의 계열분리 심사 결과를 기다려본 뒤에 롯데그룹을 금융그룹 통합감독 대상에서 제외할지 검토하겠다는 방침이다. 금융위가 직접 그룹-계열사간 지배구조를 따져볼 수도 있지만, 이 분야는 공정위의 판단을 존중해야 한다는 이유에서다.

금융당국이 롯데그룹을 금융그룹 통합감독 대상에서 제외할지 직권으로 심사할 수도 있지만, 롯데그룹에서는 일단 직접 심사를 신청한다는 계획이다. 롯데그룹 관계자는 "공정위에서 계열분리 승인이 떨어지면 롯데카드 측이 금융당국에 금융그룹 통합감독 대상 지정 철회를 신청할 것"이라며 "필요하면 그룹 측에서 지원할 예정"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