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10명 추가인하 예상…내년 1분기 8명·2분기 2명
"금리하한, 정해진 수준 없다…0%대도 열어놔야" 의견도

거시경제전문가들 사이에서는 내년 상반기 우리나라 기준금리가 1.0%까지 내려갈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었다.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오는 16일에 기준금리를 1.25%로 인하한다는 것으로 전제로 내년 1분기 혹은 2분기에 한 차례 추가 인하가 단행될 것으로 봤다. 내년 추가 인하를 벌써 전망할 만큼 경기전망을 어둡게 보는 전문가들이 다수였다.

시기는 엇갈렸다. 내년 1분기 다소 빠르게 인하할 것으로 본 전문가는 8명이었고, 나머지는 한은이 추가 금리인하에 신중을 기울여 2분기 중 추가인하를 단행할 걸로 봤다. 이들 중 상당수는 내년 경기가 올해보다 악화되거나 반도체 회복 시점이 늦춰질 경우 한은도 '0%대 금리' 행렬에 동참할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다만 그 수준은 0.5~0.75%에 머물러 '제로금리'까지 간다고 보는 전문가들은 없었다.

조선비즈가 13일 국내 증권사와 해외 투자은행(IB)의 거시경제 전문가 1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이들 전원은 내년에 한은이 기준금리를 1%까지 내릴 것으로 봤다. 우선 내년 1분기에 한은이 기준금리를 한 차례 추가 인하할 것으로 예상한 8명은 현 수준의 성장세와 물가전망을 전제로 했다. 미·중 무역분쟁이 장기화되고 반도체 회복시점이 연말로 미뤄졌다는 점을 가정한 것이다.

설문조사에 참여한 전문가 10명은 모두 이달 금리인하를 전망했는데, "추가인하가 없을 것"이라는 답변은 나오지 않았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내년 1, 2월 중 1.0%로 내려갈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며 "글로벌 인하 기조에 편승해야할 필요성이 크다"고 말했다.

공동락 대신증권 연구원은 "현 상황을 기준으로 전망했을 경우 (내년 상반기 금리를) 1.0%로 보고 있다. 신흥국 통화 중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통화인 원화의 위상을 생각했을 때 1.0%는 가능할 걸로 본다"고 했다.

일부는 내년 4월 금통위원 4명의 임기가 끝나는 만큼 1분기에 경기 대응을 위한 금리인하를 단행할 것으로 봤다. 통상 금통위원 취임 이후에 상당 기간은 금리조정이 되지 않았던 사례를 염두에 둔 의견이다. 박태근 삼성증권 연구원은 "지엽적인 부분이지만 내년 1분기 이후 금통위원 4명이 바뀌는 데 그 전에 금리인하가 단행될 가능성이 좀 더 커질 수 있다"고 했다.

2분기 인하를 전망한 이들은 한은이 역대 최저인 1.25%에서 금리를 더 내리는 것에 상당히 신중한 입장을 보일 것으로 봤다. 경기가 상당히 둔화된 것은 맞지만 다수의 전망기관이 아직은 내년 성장률을 올해보다 높게 잡고 있어 한은이 금리를 빠르게 인하할 필요성이 절실하지 않을 것으로 봤다.

신동수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인하 가능성을 열어두는 차원에서 2분기 인하를 예상한다"면서 "다만 내년 성장률이 올해보다 높아진다면 현실적으로 추가 인하는 어렵다고 본다"고 했다.

윤여삼 메리츠종금투자 연구원은 "시장에서는 1.25%에서 더 여력이 있다고 보는 데 2분기 기준금리를 1.0%까지 낮춘 다음부터는 보폭을 상당히 줄일 걸로 예상한다"고 했다.

이주열 한은 총재가 지난 8일 국회에서 열린 기획재정위원회의 한은 국정감사에 출석해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만약 경기가 올해보다 더 나빠질 경우를 가정해 0%대 기준금리도 가능할 것으로 봤다. 이주열 총재가 원화는 비기축통화국이어서 '제로금리'까지는 불가능하다고 언급했지만, 0.5~0.75%까지는 열어둘 수 있다고 봤다. 원화와 통화의 위상이 유사한 호주의 사례를 언급하는 전문가도 있었다. 호주 중앙은행(RBA)은 이달 초 기준금리를 0.75%로, 사상 처음 0%대로 인하했다.

이미선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금리의 하한선인 '실효하한'은 특정 수준으로 정해진 건 아니라고 본다"며 "1%에서 0.75%로 가는 과정이 심리적 부담이 클 수 있지만 상황이 안 좋아진다면 0%대로 못 간다고 단정할 수 없다"고 했다.

박태근 연구원은 "2016년에 비공식적인 실효하한으로 1% 초반이 언급됐는데, 지금 잠재성장률이 더 내려갔다는 점을 고려하면 0.75% 정도를 하한으로 볼 수 있다"고 했다.

박석길 JP모건 연구원은 "실효하한이라는 게 정해진 목표치가 있는 건 아니다. 만약을 대비해 여력을 확보해야 한다는 의미일 수 있으나 어느 수준 이하로 못 내려간다고 볼 순 없다"고 했다.

일부에서는 한은이 0%대까지 금리를 내릴 가능성은 희박하다고 했다. 물가상승률이 내년에 1%대로 다시 올라가면 적극적으로 금리를 인하해야 할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미국과의 금리격차로 인한 자금유출 우려가 상존하는 것도 0%대 금리는 무리라고 보는 이유다.

신동수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물가가 내년에 1%대로 올라간다면 금리를 적극적으로 내릴 유인은 없다"며 "한은 자체도 정책 여력이 많지 않다는 것을 인정한 상황에서 0%대로 금리를 내리는 건 쉽지 않다"고 했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금리정책 하나 만으로 경기를 부양하는데는 한계가 있다"며 "그렇게 내렸을 때 부동산 시장 불안과 금융기관 수익성 문제 등 부작용을 고려해야 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