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팰리세이드와 셀토스를 앞세워 국내 판매량을 늘리고 있는 현대·기아차가 내년까지 SUV(스포츠유틸리티차량) 신차를 쏟아낸다. 고급 브랜드인 제네시스의 GV80을 필두로 간판 모델인 현대차 투싼과 기아차 쏘렌토, 스포티지가 완전변경 모델로 출시된다.

지난 2017년 뉴욕 모터쇼에서 세계 최초로 공개된 제네시스 GV80 콘셉트카

글로벌 자동차 시장에서는 세단 모델의 판매가 정체된 반면 실용성이 높은 SUV는 꾸준히 성장세를 유지하고 있다. 현대자동차도 지난달 SUV의 판매대수가 창사 후 처음으로 세단 판매량을 넘어섰다.

자동차 업계에서는 내년까지 SUV 라인업의 대부분을 신차로 재정비하면서 현대·기아차의 ‘SUV 쏠림현상’이 심화될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한다.

◇ 11월 제네시스 첫 SUV 첫 선…내년 투싼·쏘렌토·스포티지 출시

최근 자동차 시장에서 가장 큰 관심을 받는 출시 예정 신차는 오는 11월 출시되는 제네시스 GV80이다. GV80은 제네시스가 지난 2015년 브랜드 출범 후 처음으로 선보이는 SUV로 이미 국내는 물론 해외 시장에서도 상당한 이목이 집중돼 왔다.

올해 출시되는 GV80은 디젤 모델이다. 제네시스는 당초 GV80의 가솔린과 디젤 모델을 모두 11월에 내놓을 계획이었지만, 새롭게 개발한 2.5리터 세타3 엔진과 3.8리터 GDi 엔진 등 2종의 가솔린 엔진 개발이 늦어지면서 우선 디젤 모델만 출시하기로 했다.

제네시스 GV80 콘셉트카의 전면부

국내 SUV 시장에서 디젤차의 수요가 많다는 점을 감안하면 GV80은 출시 초반부터 큰 인기를 끌 가능성이 크다. 여기에 내년 3월에는 가솔린 모델도 추가될 예정이다. 자동차 업계에서는 GV80 디젤 모델의 기본트림 가격이 6000만원대 초반, 가솔린 모델은 5000만원대 초반을 각각 형성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제네시스는 가솔린 모델이 출시되면 GV80을 북미와 유럽 등에도 수출할 계획이다. 올해 북미 시장에 나온 현대차 팰리세이드와 기아자동차의 현지 전용모델 텔루라이드가 인기를 끌고 있는데다, 제네시스의 첫 SUV라는 상징성이 더해져 GV80 역시 무난히 안착할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내년에는 현대·기아차의 간판 볼륨모델에서 완전변경 신차가 쏟아진다. 기아차의 중형 SUV 쏘렌토를 시작으로 준중형 모델인 현대차 투싼과 기아차 스포티지가 연이어 시장에 나온다.

내년 상반기 출시되는 4세대 쏘렌토는 가솔린과 디젤 트림 외에 하이브리드 모델이 새롭게 가세한다. 기아차의 소형 SUV 니로에 이어 올해 현대차도 소형 모델인 코나에 하이브리드를 추가했지만, 중형 SUV에는 아직까지 하이브리드 모델이 없었다. 이 때문에 차체가 큰 쏘렌토 하이브리드가 실용성과 친환경차의 장점을 모두 찾는 소비자들의 관심을 끌 것으로 보인다.

하반기에는 4세대 투싼에 이어 5세대 스포티지가 출시된다. 특히 스포티지는 현재 기아차가 해외에서 파는 차종 가운데 가장 많은 판매량을 기록 중인 모델로 완전변경 이후 실적 개선에 큰 기여를 할 것으로 예상된다. 올해 기아차가 선보인 소형 SUV 셀토스가 스포티지와 비슷한 크기로 나왔기 때문에 내년에 나올 신형 스포티지는 지금보다 차체가 확대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현대차는 이 밖에 내년 중 코나와 싼타페의 부분변경 모델도 출시한다. 싼타페 부분변경 모델의 경우 파워트레인을 공유하는 신형 쏘렌토 출시와 함께 하이브리드 모델도 나올 예정이다.

◇ 저무는 '세단의 시대'…아슬란, i40 이어 엑센트도 단종

SUV는 이미 세단을 제치고 현대·기아차의 ‘대세’를 이루는 차종으로 자리잡았다. 지난달 국내 시장에서 제네시스를 제외한 현대차의 판매량을 보면 SUV는 1만9454대로 세단(1만7949대)의 판매량을 넘어섰다. 세단 판매의 상당 부분에 법인용 차량이 포함된 점을 감안하면 개인 소비자 시장에서 SUV와 세단의 판매량 차이는 더욱 클 것으로 분석된다.

지난해 단종된 현대차의 대형세단 아슬란

SUV 차종에서 잇따라 신형 모델들이 등장하고 있는 반면 세단에서는 오랜 기간 판매된 모델들이 역사 속으로 사라지고 있다. 현대차는 지난해 대형세단 아슬란과 왜건 모델인 i40를 단종한데 이어 1994년부터 판매해 온 소형차 엑센트도 더 이상 만들지 않기로 결정했다.

제네시스를 제외하고 2017년말 기준 9종이었던 현대차의 세단 모델은 엑센트까지 단종이 확정되면서 6종으로 감소했다. 반면 SUV는 2017년 코나, 2018년 수소전기차 넥쏘, 올해 경차급 소형 모델 베뉴까지 추가되면서 6종으로 확대됐다. 기아차도 올해 셀토스를 새롭게 선보이면서 7종의 SUV 라인업을 갖추게 됐다.

지난 7월 국내에서 출시된 기아차의 소형 SUV 셀토스

내년까지 쏟아질 SUV 차종에서의 신차는 현대·기아차의 글로벌 판매실적 개선에 큰 기여를 할 것으로 보인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특히 북미 시장의 경우 이미 SUV를 중심으로 라인업을 재편한 상황에서 ‘스테디 모델’인 투싼과 쏘렌토 등이 잇따라 완전변경 모델로 출시돼 판매량이 크게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