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웨이즈(2013년, 11억달러), 오토(2016년, 6억8000만달러), 모빌아이(2017년, 153억달러)…'

창업 천국으로 불리는 이스라엘이 배출한 세계적 스타트업의 매각 시기와 금액이다. 이중 웨이즈는 창업 5년 만에 5500만명이 쓰는 세계 최대 내비게이션 앱으로 성장했다. 지난달 조선비즈가 주관한 '스마트클라우드쇼 2019' 참석차 방한한 유리 레빈 웨이즈 공동창업자는 "이스라엘은 전 세계에서 창업을 하기에 가장 좋은 생태계가 갖춰져 있다"고 했다.

이스라엘은 인구 900만명의 소국으로 자원이 부족하다. 전쟁이 잦고 지정학적 위치 때문에 군복무가 의무다. 불굴의 인내로 21세기에 놀라운 경제 성장을 이뤘다는 점에서 우리나라와 많이 닮았다. 그렇다면 글로벌 스타트업이 탄생할 수 있는 비결은 무엇일까.

레빈 창업자는 "이스라엘에선 (창업의)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고 기업인이 영웅처럼 대접받는다"면서 "정부가 스타트업 육성을 위해 투자자에게 세제 혜택을 부여하고 직원들에게는 스톡옵션 같은 보상이 돌아갈 수 있게 한다"고 말했다. 기업인을 바라보는 시각과 투자 활성화 제도가 중요하다는 의미다.

하지만 우리가 처한 현실은 암담하기만 하다. 지난해 11월 아산나눔재단·스타트업얼라이언스가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글로벌 누적 투자액 상위 100개 스타트업의 71.3%가 한국 시장에서는 규제 때문에 사업을 하지 못하거나 제한받는다고 응답했다.

때문에 자율주행·인공지능·헬스케어 등 4차 산업혁명 시대 유망 분야 스타트업들이 아예 한국을 떠나 해외에서 사업을 진행하는 경우가 많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올 7월 한국의 규제 개혁에 대해 "경제활동에 부담을 주는 규제를 줄이라"고 조언했다.

정부가 스타트업 창업을 돕고 청년기업가가 꿈을 펼칠 수 있게 하는 것이 아니라 규제라는 밧줄에 묶어 놓고 있는 셈이다. 신사업·아이디어가 있어도 이를 구현하는 순간 범법자가 되기 일쑤다. 여기에 국방부가 군복무 대신 정부·기업 연구원으로 일하는 전문연구요원 제도 축소를 추진하면서 혁신을 주도할 인재들이 강제로 군대에 가야할 위기에 처했다.

중소·벤처기업계는 주 52시간 근로제, 최저임금 인상 등이 시행되면서 어느 때보다 사업환경이 어렵다고 말한다. 김삼화 바른미래당 의원이 중소벤처기업부 등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12년부터 올 7월까지 '청년 전용 창업자금'을 지원받은 업체 1만1175곳 중 20%에 가까운 2155곳이 폐업한 것으로 나타났다.

레빈 창업자는 "한번 더 도전하고, 한번 더 실패할수록 (창업에) 성공할 확률이 높아진다"고 했다. 하지만 꿈을 펼치고 싶은 기업 앞에 족쇄와 같은 나쁜 규제가 도사리고 있다면 성공의 확률은 낮아질 수 밖에 없다. '규제 천국' 한국에서 청년기업가들이 절망하는 사이 '창업 천국' 이스라엘에선 지금 이 순간에도 세계적 스타트업들이 쏟아지고 있다. 언제까지 혁신적인 기술·아이디어로 무장한 청년기업가들이 '늘어나는 공무원수만큼 규제만 는다'는 푸념을 해야만 할지 안타깝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