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 딸⋅문재인 아들이 밟은 절차...네이버·카카오, 자체 판단 아닌 KISO에 심의 의뢰
개인정보 노출·명예훼손 등 7가지 기준에 해당되는 검색어에 대해 삭제나 제외 결정

‘네이버·다음 등 인터넷 포털사이트에서 연관·자동완성 검색어를 삭제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최근 문재인 대통령, 조국 법무부 장관 등 주요 공직자의 자제들이 포털사이트 업체에 연관 검색어 삭제를 요청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며 삭제 방법, 절차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연관 검색어란 검색어를 입력하면 검색창 아래에 10여 개 키워드를 보여주는 기능을 말한다. 검색 추이, 검색이용 행태, 연관도 등을 자동 분석해 제시하는 자동완성 검색어도 비슷한 기능이다.

포털업체는 내부 프라이버시 센터 등을 통해 당사자가 검색어 삭제나 제외를 요청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인터넷 업계 관계자는 "삭제 요청이 알 권리와 충돌하는 경우도 있기 때문에 한국인터넷자율정책기구(KISO)가 정한 가이드라인에 해당하는지 여부가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개인정보 노출, 명예 훼손 등 7가지 기준에 따라 삭제

4일 인터넷 업계에 따르면 포털 업체가 검색어 삭제나 제외를 결정하는 기준은 크게 7가지다. △개인정보 노출 △허위 사실 적시에 따른 명예 훼손 △저작권 침해 △불법·선정적인 정보 노출 △법원 판결·행정처분 여부 △욕설 등 이용자 불편 초래 △상업적 남용 등이다.

네이버 검색어 노출제외 기준.

조국 법무부 장관의 딸 조모(28)씨는 이 중 개인정보 노출 및 사생활 침해를 이유로 들어 자신의 실명과 함께 제시되는 연관 검색어 삭제를 요청했다. 네이버와 카카오는 심의를 KISO에 넘겼고, KISO는 9월 30일 "공직 후보자 자녀는 본인이 자발적으로 공론장에 진입하지 않는 한 정무직 공무원 등 공인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며 연관 검색어 삭제를 결정했다.

KISO 정책위는 교수(법학·미디어학과), 변호사 등으로 구성돼 있다. KISO가 정한 정책규정에 따르면 네이버, 카카오 등 포털 업체는 규정에 따라 요청인의 피해를 구제하기 위해 해당 검색어를 삭제 또는 제외할 수 있다. 아울러 ‘임시조치(삭제)’ 여부에 관해 의문이 있을 경우 KISO에 심의를 요청할 수 있다. 일반적인 경우 포털 업체가 내부적으로 판단해 삭제를 하고 사후 심의를 하는데, 조모씨의 경우 KISO 심의를 먼저 거쳤다.

연관 검색어 삭제 요청은 주로 사생활 침해 등 권리 침해를 받은 당사자가 침해 사실을 소명하고 해당 업체에 조치를 요청하는 방식으로 진행되나 개인, 기관, 단체 등도 삭제를 요청할 수 있다. 연관 검색어를 통해 해당 기관, 단체, 지역에 속한 구성원들이 불이익을 받게 될 우려가 있는 경우다.

연관 검색어 자체가 특정 지역, 종교, 사상, 장애, 인종, 출신 국가 등을 비하하는 단어를 포함하고 있어 과도한 사회적 갈등을 조장할 우려가 큰 경우도 요청에 따라 연관 검색어를 삭제할 수 있다.

올해 심의 결과 게재 10건... KISO "판단 어려운 경우 의뢰"

KISO는 포털 업체의 요청으로 심의를 진행한 경우 홈페이지에 심의 결과를 게재하고 있다. 올 들어 심의 결과가 게재된 사례는 총 10건이다. 평균적으로 한달에 2건을 넘지 못하는 것이다. KISO 관계자는 "KISO의 주 업무는 가이드라인을 만드는 것"이라며 "주로 포털 업체 등 회원사가 스스로 판단하기 어려울 때 심의를 의뢰한다"고 했다.

KISO 홈페이지 첫 화면.

KISO가 심의를 할 땐 한 차례 개인정보 이용 동의를 받는 절차도 거친다. 네이버, 카카오 등에 연관 검색어 삭제를 요청한 당사자가 본인을 특정하기 위해 소명한 정보를 KISO가 넘겨 받아야 하기 때문이다. 삭제 요청자가 동의를 한 경우에만 KISO가 심의를 할 수 있다.

포털 업체에 연관 검색어 삭제 요청이 얼마나 접수되는지는 정확히 알려지지 않은 상태다. 네이버 관계자는 "삭제 요청 접수건수에 관해선 별도로 통계를 내지 않고 있다"며 "삭제한 내용에 관해선 사후에 KISO의 검증을 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KISO가 연관 검색어로 인한 명예훼손 등 유형을 분류해 삭제 기준을 규정에 추가한 건 2018년 3월 21일이다. 삭제 기준을 명확하게 정해 포털 사업자의 자의적 판단에 따른 알 권리 침해를 줄이도록 했다는 게 KISO 측 설명이다.

앞서 문재인 대통령의 아들 준용씨도 인터넷 게시물 6건을 삭제해달라고 한 포털 업체에 요청한 바 있다. KISO는 심의 결정을 통해 게시물 2건을 삭제했고, 나머지 4건은 "명백한 허위 사실에 해당한다는 소명이 부족하다"며 ‘해당 없음’ 판정을 내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