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사진〉 삼성전자 부회장이 삼성전자 사내이사 연임을 하지 않기로 했다.

4일 재계 고위 관계자는 "이 부회장의 사내이사 임기(3년)가 오는 26일 끝나기 때문에 재선임을 위해서는 이달 중으로 삼성전자 임시주주총회를 열어야 한다"며 "이 부회장이 여러 가지 상황을 고려해 연임을 하지 않기로 최종 결심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사내이사직은 내놓지만, 삼성전자 부회장과 그룹 총수로 미래 성장 동력을 위한 새로운 투자 기회를 발굴하는 등 기존 역할에서는 큰 변화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

이 부회장은 그동안 사내이사 연임 여부를 두고 고민을 거듭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국정 농단 관련 재판이 아직 끝나지 않은 상황에서 임시 주총을 열어 이 부회장의 사내이사 재선임안을 의결하는 것이 큰 부담으로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국정 농단 사건과 관련해 구속된 이 부회장은 지난 2017년 1심에서 징역 5년 실형을 선고받았지만, 2심에서 집행유예로 풀려났다. 하지만 지난 8월 대법원이 이 부회장의 뇌물·횡령 혐의에 대해 뇌물 액수를 늘려 다시 심리하라며 파기환송하면서 재구속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사내이사 재선임을 위해 힘들게 임시 주총을 열더라도 삼성전자의 최대 주주인 국민연금과 해외 연기금 등에서 반대할 가능성도 적지 않다. 앞서 국민연금은 지난 3월 ㈜SK 정기 주총에서 분식회계와 횡령죄로 유죄 판결을 받은 최태원 SK 회장의 사내이사 재선임을 반대한 바 있다.

이 부회장은 2016년 9월 삼성전자의 '갤럭시노트7 폭발 사고' 등 위기 상황이 발생하자 오너로서 책임감을 보여주기 위해 등기이사를 맡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삼성전자는 "이 부회장이 COO(최고운영책임자) 등으로 수년간 경영 전반에 폭넓은 경험을 쌓았고, 이건희 회장 와병 2년 동안 어려운 경영 환경 속에서도 실적 반등, 사업 재편 등을 원만히 이끌며 경영자로서의 역량과 자질을 충분히 보여줬다"고 추천 이유를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