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와 중국의 주민 등록·관리 제도 비슷한 부분 많지만
전통적 호적(户籍) 제도 바탕한 中, 거주이전 제한 성격 갖는 露

러시아와 중국의 신분증 제도를 비교해 본다. 러시아에는 해외용 여권 이외에 ‘국내용(Внутренний) 여권(Паспорт∙파스뽀르트)’이라는 것이 있다. 국내용 신분증인 셈이다. 14세가 되면 발급된다. 국내용 여권에는 출생지, 출생일, 발급기관이 나와 있고, 성∙명∙부칭이 명시된다. 러시아 사람의 이름에는 아버지 이름까지 쓰는 부칭(Отчество∙오체스뜨바)이라는 특징이 있다. 국내용 여권에 이사, 결혼, 출산, 여행의 기록도 적는다. 러시아 국민들은 국내에서 이것을 소지하여야 한다. 분실하면 피곤하니까 집에 고이 모셔두고 복사한 종이를 들고 다니는 사람들도 많다.

국내에서 여행할 때에는 원본이 필요하다. 거주지 이외의 지역에 가면 도장을 받는다. 이것을 프라삐스카(Прописка)라고 한다. 기입, 기록이라는 뜻이다. 소련의 도시 주민들은 1930년대에 국내여권을 발급 받았다. 소련의 농촌 주민들은 그보다 늦은 1960년대부터 국내여권을 발급 받기 시작했다. 의미를 따져보자. 소련 당국이 농민들의 이동, 이전을 더 꺼려 했다는 추론이 있을 수 있다.

소련의 영향을 받은 중국, 북한 등 많은 사회주의 나라들이 여행허가, 임시 거주등록 등의 제도를 가졌다. 그런데 여행통제와 허가는 제정 러시아의 차르 시기에도 있었다. 차르는 농노의 거주 이전을 제한하기 위해 엄격한 여행허가 제도를 유지했다. 구소련 해체후 러시아는 프라삐스카 도장 제도를 중지했다. 그러나 거주지 이외의 지역에서 90일 이상 머무르면 현지 기관에 등록(Регистрация∙레기스뜨라찌야)을 해야 하기 때문에 완전한 거주 이전의 자유를 가진다고 하기는 어렵다. 러시아는 이 국내여권을 2022년까지 전자 정보가 내장된 플라스틱 카드 형태로 바꾼다. 여기에는 기존 정보 이외에, 자동차 운전면허, 사회보장 번호, 납세자 번호가 들어간다.

러시아의 국내용 여권(Паспорт∙파스뽀르트).

중국의 국내용 신분증인 카드 형태의 ‘거민(居民) 신분증’은 1984년에 손글씨로 쓰고 코팅을 한 형식으로 만들어졌다. 1999년에는 18자리의 ‘공민(公民) 신분 번호’ 제도가 확립되었다. 2004년부터 전자 정보가 내장된 플라스틱 카드가 발급되었다. 여기에는 성명, 출생일, 주소, 발급기관이 적혀 있고, 유효기간이 나와 있다. 만16세에 발급받는 10년 유효기간의 신분증, 만26세에 발급받는 20년 유효기간의 신분증, 만46세에 발급받는 장기유효의 신분증이다. 그런데 중국의 거민 신분증에는 ‘민족’이 명시되어 있다. 이 부분에서는 러시아가 먼저 변화했다. 예전에는 러시아 국내용 여권에도 민족을 표시하는 난이 있었으나, 소수 민족 차별의 소지를 없애기 위해 민족란을 삭제했다.

러시아와 중국의 주민 등록, 관리 제도는 비슷한 부분이 많지만, 중국은 기본적으로 전통적인 호적(户籍) 제도가 바탕에 자리잡고 있다. 통상 호구(户口) 제도라고 부르기도 한다. 워낙 중국 대륙의 고대 때부터 백성과 농지, 조세, 군역 등을 묶어 관리하는 용도로 존재해 왔다. 사회주의 중화 인민공화국도 호적 제도를 이어 받았다. 개혁개방 시기에는 호적제도의 역할에 산아제한을 통한 인구통제가 추가되었다.

중국은 호적 제도에 의해 개인의 호적이 농업 호적과 비농업 호적으로 나뉜다. 농업 호적과 비농업 호적을 차차 농촌 호적과 도시 호적으로 변경한 성시(省市)도 있다. 농촌 호적과 도시 호적의 구별이 엄격하다 보니까 농촌을 떠나 도시에서 노동을 하는 농민공이 상해나 북경의 호적을 얻기는 어렵다. 호적은 자녀 교육 등 개인 생활의 전 분야에 영향을 미친다. 당국은 내수경기와 도시화를 통해 경제 성장률을 유지해야 하기 때문에 도시 인구 비율의 증대를 꾀해야 하는데, 호적 제도는 걸림돌이면서 한편 딜레마이다. 매년 정부의 국정과제에 호적제도 개혁이 들어간다.

중국 인민의 호적이 기록되어 있는 것이 ‘거민 호구부(户口簿)’이다. 공안부가 발급한다. 가족 구성원의 성명, 출생, 직업, 적관(籍贯)이 적혀 있다. 적관은 부계 조상의 근거지이다. 한국의 원적, 본적 개념이다. 중국인은 진학, 결혼, 여권발행 등 생활 대부분의 상황에 거민 호구부를 제출해야 한다.

중국의 본인 호적이 있는 지역 특히 농촌 지역에서 도시로 들어와 사는 경우에, 잠시 거주한다는 의미의 ‘잠주증(暂住证)’을 발급 받아야 한다. 이 신분증의 이름이 부정적이기 때문에 도시에 따라서는 ‘거주증’으로 이름을 바꾼 곳도 있다.

중국 인민의 호적(户籍)이 기록되어 있는 ‘거민(居民) 호구부(户口簿)’. 공안부가 발급한다. 가족 구성원의 성명, 출생, 직업, 적관(籍贯)이 적혀 있다. 적관은 부계 조상의 근거지이다.

러시아와 중국 양국에 ‘취업증’ 제도가 있다. 중국의 경우 고등학교, 직업학교 졸업후 취업하거나 대학 졸업후 취업할 때 발급된다. 개인의 취직, 근무, 이직 등이 기록된다. 고용하는 조직에 필수적으로 제출되기 때문에 개인들은 이것의 기록에 많은 신경을 쓴다. 중국에는 심지어 ‘취업 보도증(报到证)’이라는 것도 있다. 말 그대로 ‘도착을 보고한다’는 의미인데, 졸업하는 학교에서 발행하고 해당자가 최초 취업하는 조직에 갖다 낸다. 개혁개방 이전의 이름은 ‘파견증’이었다.

한국도 대부분의 상황에서, 관공서가 발행하는 각종 증명서가 많이 요구된다. 그래도 카드나 수첩 형태로 되어 있는 신분증은 일반적으로 주민등록증, 운전면허증, 여권 등 몇가지에 지나지 않는다. 중국만큼 카드나 수첩 형태의 신분증이 많은 나라도 드물다. 결혼한 부부는 각자 ‘결혼증’을 발급받는다. 이혼하면 ‘이혼증’이 있다. 이혼증에는 이혼 이후 채권 채무, 재산 처리, 자녀 양육, 부모 부양 등의 내용이 기록되어 있다. ‘미혼증’도 있다. 미혼증의 용도는 부동산 거래시, 일부 취업시, 결혼 정보 회사 등록시 등이다.

‘생육증’은 준생증(准生证)이라고도 부른다. 임신 계획시 발급한다. 국가가 산아제한 즉 계획 생육을 관리하기 때문에 허락, 부합, 표준을 뜻하는 준(準)이라는 말이 들어갔다. 이것에 따르지 않을 때, 경우에 따라 금액의 차이는 있지만 비교적 큰 벌금이 발생한다. 엄격한 1자녀 계획생육 시절에도 부유한 집에서는 벌금에 구애받지 않고 아이를 낳았다. 거꾸로 빈한한 농촌에는 벌금이 두려워 출생 등록을 못한 아이들이 많다.

대륙 또는 내지와 기타 지역간 통행증이 있다. ‘대륙 거민(大陆居民)용 대만 왕래 통행증(往来台湾通行证)’이 있다. 입대증(入台证)이라고도 한다. 역으로 ‘대만 거민(台湾居民)용 대륙 왕래 통행증(来往大陆通行证)’이 있다. ‘대륙 거민용 홍콩, 마카오 왕래 통행증’이 있다. ‘홍콩 마카오 거민(港澳居民)용 내지 왕래 통행증(往来内地通行证)’은 고향으로 돌아간다는 의미의 회향증(回乡证)이라고도 부른다.

중국의 결혼한 부부는 각자 ‘결혼증(结婚证)’을 발급받는다.

러시아는 국내용여권에 상응하는 ‘해외용(Заграничный) 여권(Паспорт)’이 당연히 있다. 그런데 실제로 해외용 여권을 소지한 러시아 국민은 30% 정도인 것으로 집계된다. 중국어로는 여권을 ‘호조(护照∙護照)’라고 한다. 명나라, 청나라 시기 통행증의 용도가 소지자를 보호(護)하고 돌보아(照) 달라고 했던 것에서 유래했을 것이다. 중국 인구중 여권소지자는 10% 가량으로 알려져 있으나 세계 여행 시장에서의 위상은 대단하다.

중국과 러시아는 긴 국경을 맞대고 있으며, 사회주의를 같이한 역사 등을 공유하는 특수한 관계이다. 위에서 러시아와 중국의 신분증 관련 내용들로 두나라의 특별한 관계를 살펴 보았다. 우리는 한국 전쟁 이후 미국과 일본에 대한 관심과 교류와 비교하여 상대적으로 러시아와 중국에 대한 관심과 교류가 적을 수 밖에 없었다. 이제 우리는 시장경제를 운위하는 러시아, 중국과 교역하며 상호 이익을 추구해 오고 있다. 시장이 협소한 한국으로서는 지역적으로도 붙어 있고 소비자의 규모도 큰 두 나라와의 경제적 거래에 나서지 않을 이유가 없다.

또한 현대의 디지털 경제와 글로벌 교역이라는 두가지 테마만으로도 우리 젊은이들이 중국, 러시아 시장을 포함한 세계로 활동 범위를 넓힐 동인이 된다. 더구나 동북아의 정치, 군사적 긴장이 완화될수록 육로로 연결된 경제권은 활성화 될 수밖에 없다. 그런 의미에서 광의의 중국어권 시장과 러시아어권 시장도 함께 묶어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


◆ 필자 오강돈은...
《중국시장과 소비자》(쌤앤파커스, 2013) 저자. (주)제일기획에 입사하여 하이트맥주, GM, CJ 국내마케팅 커뮤니케이션 등 다수의 성공사례를 만들었다. 이후 디자인기업, IT투자기업 경영을 거쳐 제일기획에 재입사하여 삼성휴대폰 글로벌마케팅 커뮤니케이션 프로젝트 등을 집행했고, 상하이/키예프 법인장을 지냈다. 화장품기업의 중국 생산 거점을 만들고 판매, 사업을 총괄했다. 한중마케팅(주)를 창립했다.
서울대 정치외교학부 졸업, 노스웨스턴대 연수, 상하이외대 매체전파학 석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