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감원, 우리·하나은행 포함 중간 검사 결과 발표
상품위원회 열지도 않고 리스크부서 경고는 무시
국채금리 하락하는데도 구조만 바꿔서 신규 판매
금융감독원이 1일 해외금리 연계 파생결합상품(DLF) 불완전판매 논란에 대한 중간 검사 결과를 발표했다. 금감원은 8월말부터 DLF 상품의 설계와 제조, 판매에 관여한 은행 2개, 증권사 3개, 자산운용사 5개에 대한 현장검사를 진행했다. 이번 사태에 연루된 금융회사는 우리은행과 하나은행, IBK투자증권, NH투자증권(005940), 하나금융투자, 유경PSG자산운용, KB자산운용, 교보악사자산운용, 메리츠자산운용, HDC자산운용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아직 현장검사가 마무리되지 않았지만 시장 불안을 해소하고 향후 검사 및 분쟁조정 방향을 제시하기 위해 중간 검사결과를 발표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아무도 투자자 손실에 관심 없었다
금감원의 중간 검사 결과로 다시 맞춰본 DLF 상품 설계와 판매 과정은 한마디로 '부실' 그 자체였다. 상품을 설계한 증권사와 자산운용사, 그리고 투자자에 판매한 은행까지 누구도 투자자의 손실에 대해 신경쓰지 않은 사실이 드러났다. 주요 해외금리 연계 DLF는 210개가 설정돼 3243명의 투자자에게 7950억원이 판매됐는데 예상손실액은 3513억원이다. 투자자가 맡긴 돈 절반이 허공으로 사라지게 생겼다.
DLF 상품은 외국계 투자은행(IB)이 국내 증권사에 상품을 제안하면서 만들어졌다. 증권사는 외국계 IB와 DLS 발행조건을 확정한 뒤 헤지계약을 체결했다. 이후 은행이 자산운용사를 지정해 증권사에 통보하면, 증권사는 은행과 자산운용사에 DLS 세부 내용을 통보했다. 자산운용사는 이를 바탕으로 상품제안서, 펀드계약서 등을 만들어 은행에 건넸다. 금융회사들은 이런 과정을 반복하면서 시리즈로 상품을 설계했다. 자산운용사는 이렇게 만들어진 DLS를 묶어서 펀드(DLF)에 편입했고, 은행은 DLF를 개인투자자에게 팔았다.
DLF가 만들어지고 판매되기까지 증권사와 자산운용사, 은행 등 국내 금융산업 거의 전체가 관여했지만, 어디서도 빨간불은 켜지지 않았다. 금융시스템 전체가 당장의 수익에 급급해 투자자의 손실 위험은 외면했다. DLS를 만든 증권사의 경우 리스크 관리부서에서 고객 손실 가능성을 경고한 적이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C증권사 리스크관리부는 '최근 독일국채 10년금리의 하락이 심상치 않아 상품의 원금손실도 가능하다'는 의견을 전달했지만, 이 증권사는 이런 경고를 무시하고 DLS를 발행했다.
자산운용사는 단순한 과거 금리를 바탕으로 한 수익률 모의실험(백테스트)을 진행한 뒤 원금손실 확률이 0%라는 결과를 은행에 전달했고, 은행은 이를 자체 검증없이 그대로 활용했다. 이 과정에서 은행 실무자가 백테스트 결과와 다르게 최근 해외 국채금리가 움직인다고 문제를 제기했지만, 은행은 이를 무시했다.
DLF를 판매한 은행의 내부통제 시스템도 작동하지 않았다. 은행 내규에는 고위험상품 출시 결정 시 내부 상품선정위원회의 심의 및 승인을 얻도록 돼 있다. 하지만 금리연계 DLF 상품 중 위원회 심의를 거친 경우는 1%도 되지 않는 것으로 확인됐다. A은행의 경우 DLF 380건 중 상품선정위원회에 부의된 건 단 2건에 그쳤다. 그마저도 일부 위원이 평가표 작성을 거부하자 찬성 의견을 임의 기재하고, 구두로 반대의견을 표명한 위원은 교체한 뒤 찬성 의견을 받았다. B은행도 마찬가지였다. 753건의 DLF 중 상품선정위원회에 부의된 건은 6건뿐이었다.
DLF의 기초자산인 해외 국채금리가 하락하는 상황에서도 은행들의 관심사는 투자자의 원금을 지키는 게 아니라 수수료 수익을 내는데 있었다. DLF의 손실 가능성이 커지는 상황에서도 은행들은 상품구조를 바꿔 가면서 신규 판매를 지속했다. 이 과정에서 기존 고객에게 손실가능성도 제대로 통보하지 않았다.
금감원은 DLF를 판매한 은행의 성과지표에 문제가 있다는 점도 지적했다. 금리연계 DLF를 판매한 우리은행과 하나은행은 성과지표에서 PB센터에 비이자수익 배점을 20% 이상 부여했는데, 경쟁은행 대비 2~7배나 높은 수준이었다. 반면 소비자보호 배점은 낮게 부여한 사실도 확인됐다.
◇은행·증권사 등 제재 불가피
금감원은 우리은행과 하나은행에 대해 추가 검사를 실시할 계획이다. 중간 검사 결과 파악된 내용들에 대해 추가로 사실관계를 확정할 부분이 있어서다. 하지만 중간 검사 결과에서 크게 달라질 것은 없다는 게 금감원의 설명이다.
금감원은 검사 결과 확인된 위규 사항에 대해서는 법리 검토를 거친 뒤 제재절차를 진행하기로 했다. 또 금감원에 접수된 DLF 관련 분쟁조정도 중간 검사 결과를 바탕으로 속도를 내기로 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조속한 시일 내에 분쟁조정위원회에 부의하겠다"며 "분조위에서 결정된 개별 건의 배상기준을 기초로 해서 나머지 분쟁 건에 대해서도 합의권고를 하겠다"고 말했다.
또 검사 결과 확인된 소비자보호 취약 요인, 제도적 미비점 등에 대해서는 금융위원회와 협의해 개선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