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거래위원회가 애플의 이른바 '광고비 갑질' 조사와 관련해, 애플이 지난 6월 제출한 자진시정안에 대해 보완을 요구했다.
애플은 SK텔레콤(017670), KT(030200), LG유플러스(032640)등 통신사에 광고비와 수리비용을 떠넘겼다는 혐의로 지난해 12월부터 공정위 전원회의(법원의 재판에 해당) 심의를 받고 있다. 그리고 올 6월 공정위에 동의의결을 신청했다. 동의의결은 기업이 스스로 시정 방안을 제시하고 공정위에 자진시정 대가로 심의 종결을 요청하는 것이다.
공정위는 지난 25일 조성욱 위원장 주재로 열린 전원회의에서 '애플의 거래상 지위 남용 행위에 대한 건' 가운데 동의의결 절차 개시 신청 건을 심의했다고 30일 발표했다. 공정위는 "이날 심의에서 결론을 내지 못하고 신청인이 동의의결 시정방안에 대한 개선안을 제출하면 심의를 다시 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자진시정안의 보완을 요구한 것이다.
공정위는 지난해 12월 애플이 통신사에 광고비와 수리비용 일부를 떠넘겼다며 거래상 지위남용 혐의로 전원회의 심의에 착수했다. 지난해 12월, 올해 1월과 3월 등 총 세 차례 전원회의 심의가 있었다. 공정위는 2016년부터 이 같은 혐의에 대해 애플코리아를 조사해왔다.
애플은 지난 6월 4일 공정위에 동의의결을 신청했다. 동의의결은 거래상 지위 남용, 시장 지배력 남용, 부당 광고, 부당 지원, 차별 취급 등의 혐의로 공정위 심의를 받는 기업이 스스로 시정 방안을 제시하고 공정위에 자진시정 대가로 심의 종결을 요청하는 것이다. 심의 결과 위법성이 인정돼 과징금 부과, 형사 고발 등 처벌을 받는 위험을 피하는 대신 위법 혐의를 받는 행위를 스스로 고치겠다는 '거래'를 제안하는 행위다. 일종의 '백기 투항'인 셈이다.
애플이 신청한 동의의결을 받아들일 지에 대해 공정위는 지난 3달 반 동안 결론을 내지 못했다. 김상조 전 위원장이 6월 21일 청와대 정책실장에 선임되면서 위원장 자리가 비었기 때문이다. 공정위는 조성욱 위원장이 취임한 뒤 처음으로 주재한 지난 25일 전원회의 안건으로 애플의 동의의결 신청에 대해 심의했다.
이날 심의에 앞서 조 위원장은 "국내기업과 외국기업을 공정하게 대하겠다"며 "(기업 규모와 국적에 상관없이) 피심인 또는 신청인에 대한 방어권을 보장하는 동시에 법과 객관적인 자료에 근거해 판단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애플이 자진시정 방안을 보완해 다시 제출하면 공정위 전원회의가 이를 심의한다. 공정위 관계자는 "여기서 동의의결 신청을 받아들이지 않기로 한 경우 통상적인 사건 처리 절차에 따라 다시 심의가 진행될 것"이라고 말했다. 공정위는 애플이 자진시정 방안으로 무엇을 제시했는지에 대해서는 밝히지 않았다.
지난 3~4년간 동의의결 신청 심의 결과를 보면, 공정위가 기업의 자진시정 방안을 수용한 경우보다 거부한 경우가 훨씬 많다. 2016년 이후 있었던 동의의결 신청 7건 가운데 공정위가 인용한 사건은 이동통신 무제한 요금제 과장 광고와 관련해 통신 3사가 각각 신청한 3건에 불과하다. 이를 1건으로 합쳐볼 경우 5건 가운데 1건만 공정위가 자진시정 방안을 수용한 셈이다. 2016년 퀄컴(시장지배적 지위 남용), 2017년 현대모비스(012330)(거래상 지위 남용), 2018년 LS(계열사 부당 지원)와 골프존(가맹점 차별 취급) 등에서는 모두 동의의결 신청을 기각했다.
현재 공정위가 문제 삼는 것은 크게 두 가지다. 먼저 애플이 통신사와 공동으로 비용을 갹출해 '광고기금'을 조성한 뒤, 애플 제품과 브랜드 광고만 내보냈다는 것이다. 두 번째는 애플이 자사 제품 전용 애프터서비스 시설을 개설해 운영하면서 시설 운영 비용 일부를 통신사에 분담케 했다는 것이다.
공정위가 애플의 이 같은 행위를 문제 삼은 것은 이동통신시장의 구조 때문이다. 이동통신시장은 휴대전화와 통신서비스를 함께 묶어 판매한다. 통신사가 고객들을 유치하지만, 실제로 휴대전화의 제품 경쟁력도 중요하다. 휴대전화 업체 입장에서는 자사 제품을 팔기 위해 통신사와 협력 관계를 만들어야 한다. 전통적으로 이동통신시장에서 통신사는 '갑(甲)'으로 휴대전화 회사를 상대로 주도권을 쥐어왔다. 또 휴대전화 회사는 자사 제품을 판매하기 위해 소비자에게 지급하는 구매보조금, 통신사 대리점에게 지급하는 판매보조금(리베이트) 등을 각각 지원해왔다.
그런데 애플은 통신사에게 자사 방식을 따를 것을 요구해, 이를 관철했다. 애플은 구매보조금을 거의 지급하지 않는다. 그리고 자사 브랜드 가치 유지를 위해서 애플과 통신사가 갹출해 공동광고기금을 만든 뒤, 애플 제품 광고에 써왔다. 이 기금에서 제작되는 광고는 애플의 광고 관련 정책을 엄격히 따르도록 했다.
또 수리 등 애프터서비스와 관련해 애플코리아가 위탁운영을 맡기는 서비스센터를 통해서만 가능하게 하면서, 운영비용 일부를 부담케 했다. 원래 통신사가 접수 창구 역할을 맡다가, 공정위 등이 이를 문제삼자 애플이 서비스센터를 개설하면서 통신사에 비용을 대라고 요구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