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국내 주식 시장에서 코스피와 코스닥 지수의 명암이 엇갈리고 있다. 코스피가 지속적인 상승 흐름을 이어가는 반면, 코스닥은 반등 동력을 잃고 있다. 국내 증시 수급을 좌우하는 외국인 투자자들이 코스닥 주도 업종인 제약·바이오주를 앞다퉈 팔아치우고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또 경기 불확실성이 높아지면서 코스닥 상장사들이 자금 조달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 역시 불안 요인으로 꼽힌다.
◇바이오, 대북주 팔아치우는 외국인
26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한 달간 외국인 투자자들은 코스닥 시장에서 2325억원어치 주식을 순매도했다. 순매도 1~5위 종목은 모두 제약·바이오주와 대북(對北)주가 차지했다. 제일 많이 팔아치운 종목은 최근 임상 3상 결과 발표 연기로 연속 하한가를 기록하고 있는 헬릭스미스로, 순매도 규모가 981억원에 달한다. 지난달 17일 20만4100원에 거래됐던 헬릭스미스 주가는 26일 7만원대로 추락했다. 순매도 2위와 4위도 셀트리온헬스케어(605억원), 메디톡스(291억원)가 차지했다.
올해 국내 바이오 업계에는 코오롱티슈진의 인보사 사태부터 신라젠의 펙사벡 임상 실패 소식까지 악재가 끊이지 않고 있다. 이 때문에 코스닥 시장의 성장세를 주도해온 바이오 업종에 대한 투자 인기가 시들해졌다. 한병화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국내 바이오 업종 지수는 지난해 고점과 비교해 50~54% 급락했다"며 "연속되는 임상 실패, 라이선스 반환에 신약 개발 과정에서의 문제로 인한 허가 취소까지 부각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외국인 순매도 3·5위는 아난티(314억원)와 대아티아이(266억원)로 둘 다 대북주다. 아난티는 금강산에 골프 리조트를 보유하고 있는 회사로, 최근 세계적인 투자가 짐 로저스를 사외 이사로 선임하면서 반짝 주목을 받았다. 철도 신호제어 시스템 공급 업체인 대아티아이는 남북 경협이 추진되면 철도 사업이 포함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면서 주가가 크게 올랐던 종목이다. 하지만 최근 북한이 미사일 발사를 계속하고, 남북 간 대화는커녕 미·북 대화에도 진전이 없자 기대감이 수그러들었다. 지난달 580선에 머무르던 코스닥 지수는 지난 20일 650선에 육박했지만, 다시 하락세로 돌아서 26일에는 628.42에 거래를 마쳤다.
◇자금 조달 어려움 겪는 코스닥 상장사
코스닥 상장사들이 많이 발행한 전환사채(CB)가 코스닥 시장의 발목을 잡을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코스닥 기업들은 작년 말부터 CB를 많이 발행해 자금을 조달했는데, CB 투자자들이 채권을 주식으로 전환하지 않고 만기가 되기도 전에 돈을 갚으라고 요구하는 경우가 급증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올해 들어 코스닥 기업의 CB 조기 상환 건수는 336건으로, 이미 작년 한 해 전체 조기 상환 건수(252건)를 훌쩍 넘었다. CB란 일정 기간이 지난 뒤 미리 정해진 가격에 주식으로 전환할 수 있는 채권이다. 투자자들은 정해진 전환가보다 주가가 높아지면 주식으로 바꿔 차익을 얻을 수 있다. 그런데 앞으로도 코스닥 지수 상승 여력이 크지 않을 것이란 전망 때문에 조기 상환 요구가 늘어난 것이다.
이에 따라 코스닥 기업들의 현금 유출 부담이 늘고 있다. 지난 20일 에이치엘비생명과학은 600억원 규모의 CB를 현금으로 조기 상환했다고 밝혔는데, 이 회사가 보유한 현금성 자산은 모두 710억원(2분기 기준)가량이었다. 기업들이 CB를 조기 상환하기 위해 또다시 CB를 발행하는 등 악순환이 일어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서근희 삼성증권 연구원은 "특히 신용등급이 낮아 회사채 발행도 어려운 바이오 업종에서 자금 조달 문제가 불거질 수 있다"고 말했다.
계획대로 자금 조달이 이뤄지지 않으면서, 코스닥 기업들이 공시 내용을 번복하거나 불이행해 거래소로부터 불성실공시 법인으로 지정되는 경우도 늘고 있다. 올해 불성실공시법인으로 지정된 코스닥 기업이 76곳에 달한다. 예를 들어 유상증자나 채권 발행으로 사업 자금을 조달하겠다거나 유망 사업에 투자하겠다고 공시했다가 이를 나중에 취소해버리면, 공시 내용을 믿고 투자했던 투자자들에게 피해를 주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