웨이퍼 1㎝ 위까지 붓던 에칭가스, 0.5㎝ 위까지만 채우는 식
수출규제 후 에칭가스 수출허가 '1건'…단기적으로 재고 아낄 수밖에

일본의 반도체용 핵심소재에 대한 한국 수출 규제가 7월 초 시행된 이후 반도체 업계에서는 ‘다 쓴 에칭가스(고순도 불화수소)도 다시 보자’는 에칭가스 아끼기 운동이 벌어지고 있다.

삼성전자·SK하이닉스가 수출규제 시행 직전 구할 수 있는 에칭가스를 최대한 끌어모아 재고로 쌓아놓긴 했지만, 규제가 본격화되고 나서 일본 정부가 허가를 내준 에칭가스 수출 건수가 1건에서 더 진척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중장기적으로 에칭가스를 안정적으로 댈 수 있는 수입선 다변화를 위한 테스트·안정화까지 좀 더 시간이 필요한 상황이다.

수출규제 3종 가운데 에칭가스의 일본 시장 의존도는 44.6%(올해 상반기 기준)로 포토레지스트·플루오린 폴리이미드(약 90%)에 비하면 낮은 편이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수출규제로 인한 타격이 가장 큰 품목이 에칭가스라고 입을 모은다. 다른 두 품목이 차세대 기술에 투입되는 재료라면, 에칭가스는 당장 반도체 회로 기본 라인만 남기고 불필요한 부분을 녹이는 식각이나 공정 사이사이 세정 작업 때 두루 쓰이는 ‘물’ 같은 소재이기 때문이다.

반도체 회로가 그려진 웨이퍼를 씻는 세정 공정. 여기서 일본산 에칭가스가 필요하다.

26일 반도체 업계에 따르면, 최근 삼성전자는 삼성전자 종합기술원이 연구한 ‘에칭가스를 아낄 수 있는 방법’을 실제 반도체 생산라인에 적용해 어느 정도의 성과를 내기 시작한 것으로 나타났다. SK하이닉스 역시 에칭가스 사용량을 줄일 수 있는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다.

이를테면 10번 쓸 수 있는 세정액을 11번 써본다거나 장비 사용주기를 늘려 에칭가스 소비량을 줄이는 식이다.

웨이퍼(반도체 원재료)를 여러 장 쌓아 큰 통에 넣고 세정할 때도 에칭가스 투입 양을 웨이퍼를 쌓은 높이보다 1㎝ 위까지 채우던 것을 0.5㎝로 줄이는 식의 방식까지 동원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SK하이닉스 측은 "구체적으로 어떤 방법을 사용하고 있는지 매뉴얼을 공유하기는 어렵다"고 밝히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이전에는 아낄 필요가 없는 재료였지만, 요즘에는 마른 수건도 짜는 식으로 남아 있는 에칭가스를 탈탈 쓰기 위해 노력하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다만 이런 노력으로 에칭가스 가용량이 크게 늘어나는 수준은 아니라고 반도체 업계는 선을 긋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업계 관계자는 "두달 쓸 수 있는 분량을 두달 하루, 두달 이틀 정도로 써보자는 취지인 것"이라면서 "근본적으로는 일본산 에칭가스 수입이 어느 정도 숨통을 트고 수입선 다변화가 가시화돼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