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평짜리 편의점에 들어서자 지하철 개찰구 같은 기기가 반겼다. 무작정 입장하려고 하면 '삑삑' 소리가 울렸다. 스캐너에 QR코드를 인식시키자 문이 열렸다. '새우탕 큰사발'을 집어 출구로 나오니 5초 후 '결제 완료' 알람이 떴다. 매장 천장에 달린 30여개의 인공지능(AI)카메라가 움직임을 확인하고, 무게 센서가 상품이 나간 것을 파악한 것이다.

지난 24일 오후, 경기도 김포시 장기동 '이마트24 김포DC점'을 찾았다. 김포DC점은 신세계아이앤씨와 이마트24가 손잡고 만든 자동결제형 편의점이다. 걸어가면 자동으로 계산되는 '저스트워크아웃' 기술이 상용화된 매장이다.

이마트24 셀프스토어 김포DC점을 이용하는 모습. 매장에 입장해, 상품을 고르고, 출구로 나오면, 자동으로 결제가 완료된다.(시계방향 순)

그렇다면 상품 여러 개를 한꺼번에 집어 들거나, 몰래 숨겨도 결제될까. 시험 삼아 매대에 있는 우유와 껌을 들고 빠른 속도로 움직였다. 4개짜리 건전지를 주머니에 쓱 넣고 매장을 걸어 나왔다. 10초쯤 지나자 결제 알람이 울렸다. 영수증에는 3종의 상품명과 가격이 정확하게 적혀있었다.

신세계 아이앤씨 관계자는 "카메라를 피해 우산을 쓰고 물건을 구매하거나, 음료를 마신 뒤 매대에 다시 두는 실험을 여러 번 해봤지만 매번 결제됐다"며 "(카메라를) 피하기 어려울뿐더러 무게를 재는 센서가 미세한 변화를 감지하기 때문"이라고 했다.

국내 유통업계 중 이마트24가 처음으로 '걸어가면서 계산되는 편의점'을 구현해냈다. 오는 30일 문을 여는 김포DC점은 자신의 카드와 SSG페이를 연동한 뒤 입장하면 결제과정이 따로 없다. 신세계아이앤씨는 김포DC점에서 시험운영한 뒤, 매장 확대를 검토할 예정이다.

이마트24는 그간 무인편의점 50개를 운영했지만, 고객이 바코드를 직접 인식해야 하거나 셀프계산대를 이용해야 하는 불편함이 있었다. 세븐일레븐, GS25 등의 무인편의점도 비슷한 수준에 머물렀다.

국내 유통업계가 계산원 없는 편의점에 관심 갖는 이유는 추가수익을 확보할 수 있고 고객 편의도 높일 수 있기 때문이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줄을 설 필요가 없어 편리하고, 점주 입장에서는 회전율이 높아져 매출이 늘어날 수 있다. 인건비와 24시간 운영에 대한 걱정도 줄고, 밑바닥 소비자 동향을 파악하는 것도 가능하다.

물론 기술 발전에도 부족한 면도 있다. 이마트24 김포DC점은 2명의 직원을 두고 재고·청결을 관리한다. 이들은 손님이 다른사람에게 상품을 건네거나, 구입하지 않는 상품을 제자리에 놓지 않는 행위도 제재한다. 구매하지 않은 상품이 결제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초콜릿·바나나 우유의 자리를 바꾼 뒤 초콜릿우유를 들고나오자 바나나우유가 결제되는 오류가 생겼다.

신세계 아이앤씨 측은 "직원 두 명이 자리를 지키며 결제 혼란을 가중하는 행위를 하지 못하도록 안내한다"며 "상품 위치를 바꾸거나 계산하지 않고 취식하는 일을 막을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이마트24 셀프스토어 김포DC점의 쇼핑 중 유의사항 안내 문구.

매장 입장 제한에서도 아쉬움이 남는다. 김포DC점은 최대 입장 가능 인원이 10명밖에 되지 않는다. 이용객의 움직임 분석에 어려움이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 매장 이용고객이 10명을 넘어설 경우, 입구에서는 "잠시 기다려달라"는 음성이 나오게 된다.

어린이들의 이용도 어렵다. 현재 만 14세 이상만 SSG페이에 자신의 카드를 등록할 수 있어서 유치원생, 초등학생의 경우 매장을 이용할 수 없다. QR코드 1개당 1명만 입장 가능하기 때문에 부모님과 함께 들어가는 것도 불가능하다.

신세계 아이앤씨는 "SSG페이가 없어 입장하지 못하는 소비자를 위해 매장 바깥쪽에 자판기형 편의점을 마련했다"며 "스낵류, 담배 등을 체크·신용카드 또는 교통카드로 구매할 수 있다"고 했다.

유통업계는 그럼에도 무인매장, 완전결제 등이 가능한 스마트 편의점의 인기가 거세질 것이라고 보고 있다. 편의점업계에 따르면 CU·GS25·세븐일레븐·이마트24의 스마트편의점은 140개를 넘은 상황이다. 편의점 업계 관계자는 "금융업계와의 디지털 협업을 통해 가맹점 운영 효율화를 꾀하고, 차별화된 고객 서비스를 하려는 시도가 늘고 있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