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권추심업체, 최근 실적·규모 모두 동반성장
금융위는 연내 연체채권 관리 개선방안 발표키로
다른 금융업종이 불황과 저금리에 직격탄을 맞고 있는 가운데 채권추심업은 나홀로 고공성장을 하고 있다. 채권추심업체에 일거리가 몰리면서 점심 먹을 시간도 없이 일한다는 말까지 나온다. 채권추심업만 성장하는 건 불황의 전형적인 모습이다.
국내 채권추심시장 1위 업체인 고려신용정보는 작년에 매출 1035억원, 영업이익 73억원을 기록했다. 매출은 전년대비 18%, 영업이익은 46.8% 증가한 것이다. 올해 상반기에도 고려신용정보는 매출 538억원, 영업이익 35억원을 기록하며 좋은 실적을 이어갔다. 이 회사는 전체 매출의 90% 정도가 채권추심 업무에서 나온다. 증권업계에서 고려신용정보를 추천 종목으로 제시할 정도다. 한 증권사의 투자전략팀장은 "내년엔 올해보다 경제가 더 어려울테고 고려신용정보 같은 채권추심업체는 실적이 더 좋아질 것"이라고 설명하기도 했다.
고려신용정보처럼 채권추심업을 하는 신용정보회사 22곳의 지난해 매출은 7891억원이었는데 전년대비 8% 증가한 것이다. 업계 1위만 나홀로 성장하는 게 아니라 업계 전반에 활력이 돌고 있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대부업체가 채권추심업체에 맡긴 위임채권이 증가하면서 추심수수료가 늘어난 덕분"이라고 말했다.
신용정보회사가 아닌 대부업체 가운데 채권추심업을 하는 업체들도 덩치를 키우고 있다. 채권매입추심업체는 작년말 기준으로 1101개였는데 불과 3년 만에 두 배 이상 늘어난 것이다. 채권매입추심업체가 보유한 매입채권 잔액도 4조2783억원으로 반년 만에 20%나 증가했다.
금융권 관계자는 "경기가 어려워지면 금융권에서 돈을 빌린 개인의 부실채권이 채권추심시장에 나오는데 채권추심업이 호황이라는 건 이런 물량이 늘었다는 의미"라며 "채권추심업이 잘 나갈수록 우리 경제는 어려워지고 있다는 방증"이라고 말했다.
채권추심업이 호황일 때 생기는 문제는 과도한 채권추심이나 불법 채권추심이 늘어난다는 것이다. 추심해야 할 물량이 늘어날수록 추심업체 입장에서는 정상적인 방법을 활용하기보다는 채무자에 대한 압박 강도를 높이는 경향이 있다. 이 때문에 금융당국도 올해 들어 채권추심업체의 영업행위에 대한 점검을 강화하고 있다.
금융당국에서는 불황에 대비해 채권추심시장의 근본적인 틀을 바꿔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지금의 금융권 개인 부실채권(연체채권) 처리 관행이 채무자의 재기를 돕기보다는 오히려 방해하는 방향으로 작동한다고 보고 이를 근본적으로 개선하는 방안을 마련하기로 했다.
금융위 관계자는 "지금은 연체채권 관리에 대한 공적인 규율체계가 없기 때문에 금융회사 입장에서는 배임책임을 면하려고 최대한 추심압박을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금융회사와 채권추심업체의 도덕성을 탓할 게 아니라 그들이 채무자의 재기를 도울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드는 게 필요하다"고 말했다.
금융위는 다음달 초에 금융권 연체채권 관리체계 개선 태스크포스(TF)를 발족할 예정이다. TF에서는 올해 말까지 개인 연체채권 관리 체계 전반을 대대적으로 개선할 방안을 마련하게 된다. 특히 금융회사가 기계적으로 기한이익을 상실시키거나 연체채권의 소멸시효를 무조건 연장하는 것에 대한 개선방안을 마련할 예정이다.
지금은 연체가 발생하고 일정 기한이 지나면 금융회사가 기계적으로 기한이익을 상실시키고 있다. 이렇게 되면 채무자에 대한 채권추심 강도가 높아진다. 금융위는 기한이익을 자동으로 상실시키는 대신에 금융회사가 비용이나 수익성을 따져서 자체적으로 채무조정을 먼저 할 수 있게 하는 특례조항을 금융 관련 법에 삽입하는 방안을 찾고 있다. 또 연체채권의 소멸시효를 원칙적으로 연장하는 관행을 개선해 예외적인 상황에서만 연장하도록 하는 특례조항도 검토 중이다.
금융위 관계자는 "채권추심으로 인한 서민경제의 어려움이 커질 수 있기 때문에 TF 작업에 속도를 내서 연내에 개선 방안을 발표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