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컬리 누적적자 600억원...FI 상장·매각 압박 커질듯
매각·상장설 부인…."흑자전환 기대"

새벽배송 업체 마켓컬리의 향후 행방에 눈길이 쏠리고 있다. 마켓컬리는 설립 초기부터 개인·기관투자자들의 자금을 받으며 성장한 탓에 매각설, 상장설이 끊이지 않고 있다. 마켓컬리는 현재까지 2160억원 가량의 투자금을 유치한 상황이다.

24일 업계에 따르면, 마켓컬리 운영사 컬리는 지난해 삼성증권을 상장 주관사로 선정한 데 이어 최근 1주의 액면가를 5000원에서 100원으로 분할하며 관심을 끌었다. 비상장기업은 기업공개(IPO) 전 신규투자자를 확보하고 자금 조달을 하기 위해 액면 분할을 하는 경우가 많은 편이다.

김슬아 대표는 24일 서울 강남구 신사동 사옥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모든 포장재를 종이 포장재로 바꾸겠다”라고 말했다.

김종훈 마켓컬리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이날 서울 강남 신사동 사옥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설립 이래 액면분할 한 적이 없어 주당 가치가 크게 올랐다"며 "행정적인 차원에서 주식가치를 쪼갠 것으로 IPO와 무관하다"고 했다. 김슬아 마켓컬리 대표도 "매각이나 상장계획이 전혀 없다"고 밝혔다.

마켓컬리의 선긋기에도 추측이 나오는 이유는 대부분의 자금을 재무적투자자(FI)로부터 유치했기 때문이다. FI는 투자 조건으로 드래그얼롱(동반매도청구권)을 요구하는 경우가 많다. 드래그얼롱은 가장 일반적으로 활용되는 FI 투자회수 방안이다.

드래그얼롱이란 소수 주주가 지배주주 지분까지 끌고와 제3자에게 매각할 수 있는 조항을 말한다. IPO가 이뤄지지 않을 경우를 대비한 최소한의 프로텍션 조항으로, 통상적으로 기한은 3~5년이다.

마켓컬리도 지난해 미국계 벤처캐피탈 세콰이어 등 FI와의 계약에서 드래그얼롱 조항을 넣은 것으로 알려졌다. 계약서에 명시한 기간 내 상장하지 않으면 FI가 김슬아 대표의 지분까지 3자에 매각할 수 있다는 의미다. 마켓컬리 관계자는 "드래그얼롱 조항이 있는 것은 맞지만, 계약내용을 밝힐 수 없다"고 했다.

그러나 누적된 적자, 해외 투자자 증가로 IPO가 쉽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마켓컬리는 최근 힐하우스캐피탈, 세콰이어캐피탈차이나 등 글로벌 투자자들의 지분이 늘면서 김슬아 대표의 지분이 줄었다.

마켓컬리의 영업손실 규모는 2015년 54억원, 2016년 88억원, 2017년 124억원, 지난해 337억원으로 매년 커지고 있다. 누적적자는 약 600억원이다. 마켓컬리는 지난해 손익분기점 도달을 목표로 했지만 이루지 못했다.

기술특례나 테슬라 요건을 적용받으면 적자 상태에서도 상장할 수 있지만, 앞서 삼성바이오로직스(207940)상장 특혜 의혹이 불거지면서 심사가 상당히 까다로워졌다.

벤처캐피탈(VC) 업계 관계자는 "마켓컬리는 계속해서 적자를 내고 있고 최대 주주가 해외 투자자이기 때문에 국내에서 상장을 추진하기에 상황이 좋지 않다"라며 "향후 해외에서 IPO를 하거나 매각을 검토할 가능성이 높다"라고 말했다.

마켓컬리는 2014년 12월 설립된 신선식품 새벽배송 스타트업이다. 새벽배송을 처음 도입하며 주목을 받았지만 최근 백화점, 홈쇼핑 등 대기업도 연이어 시장에 진출하면서 경쟁이 심화됐다. 대기업에 비해 자금력이 부족해 전국으로 배송을 넓히는데 한계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현재 쿠팡과 현대홈쇼핑, 롯데, SSG닷컴 등은 새벽배송 영역을 확대하고 있다.

새벽배송 마켓컬리의 투자금 회수 방안을 놓고 관심이 쏠리고 있다.

마켓컬리는 향후 물류 센터를 늘리며 배송권역을 확장하고 흑자전환을 이루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김 대표는 적자구조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에 "지금까지의 적자는 물류자산, 직원채용, 데이터, 소프트웨어 등 적절한 인프라를 위해 투자를 해왔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브랜드와 고객 가치를 위한 투자 기간이 끝나면 이익을 낼 수 있을 것"이라며 "다양한 업체들이 새벽배송 시장에 들어오고 있지만, 규모가 작고 침투율이 높지 않다"고 덧붙였다.

한편 마켓컬리는 25일부터 플라스틱, 스티로폼 포장재를 종이로 전면 교체한다. 비닐 완충 포장재, 파우치와 지퍼백, 박스 테이프 모두 종이 소재로 바꾼다. 아이스팩도 테스트를 거쳐 100% 워터팩으로 변경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