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초 반짝 상승했던 수출 실적이 다시 마이너스(-)로 돌아서며, 10개월 연속 수출 감소세가 이어질 가능성이 높아졌다.

23일 관세청에 따르면, 이달 들어 20일까지 수출은 285억4300만달러(약 34조원)로 작년 같은 기간의 365억2000만달러보다 21.8% 감소한 것으로 집계됐다. 추석 연휴로 조업 일수(13.5일)가 작년 같은 기간보다 2일 줄어들었지만, 이를 감안해 하루 평균 수출액(21억1000만달러)으로 따져도 전년보다 10.3% 감소했다. 미·중 무역 전쟁 장기화에 따른 대중(對中) 수출 감소와 반도체 가격 하락 등의 영향으로 수출 감소세가 장기화되는 것으로 분석된다.

지난 2분기 수출 감소폭도 G20 국가 중 인도네시아에 이어 둘째로 컸던 것으로 나타났다. 수출 감소에 따라 2분기 국가별 수출 실적 순위가 세계 5위에서 6위로 밀렸다. 전체 수출의 21%를 차지하는 주력 품목인 반도체 업황 부진이 이어졌고, 미·중 무역 갈등 속에서 대중 수출이 계속 줄어든 것이 치명적이었다.

23일 세계무역기구(WTO)가 발표한 '월간 상품 수출 통계'에 따르면, 한국의 지난 2분기 수출액은 1385억9000만달러로 지난해 동기(同期) 대비 8.6% 감소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 같은 감소세는 G20 국가 중에선 인도네시아(-9.1%)에 이어 둘째로 컸다. 인도네시아는 농산품 등에서 중국 수출 의존도가 높았는데, 중국 경기 둔화의 직격탄을 맞았다.

이어 국제 유가 하락과 크림반도 병합으로 서방 제재를 겪은 러시아(-8.3%)의 수출 감소세가 컸고, 수출 규모가 큰 독일(-7.1%), 일본(-6.6%)도 글로벌 경기 둔화 등에 따라 수출이 많이 줄었다. 정작 무역 전쟁 당사자인 미국은 3.1% 감소, 중국은 1.0% 감소에 그치며 다른 주요 국가보다 감소율은 낮았다.

한국의 2분기 수출 실적이 큰 폭 감소한 건 반도체 수출이 2분기 내내 전년 동기 대비 줄어든 게 큰 영향을 미쳤다. 5월 감소율은 30%에 달했다. 재고가 넘치면서 가격이 폭락한 여파가 컸다. 4기가비트(Gb) D램 현물 가격은 지난 3월 2.56달러에서 6월 1.82달러까지 하락했다. 석유제품 등의 수출도 2분기 정제 마진 하락으로 수출액이 줄었다. 산업부 관계자는 "미·중 무역 전쟁 장기화, 교역 위축 등 대외 여건 악화로 수출 부진이 지속됐다"며 "반도체·석유화학·정유 등 주력 수출 품목들의 수출 단가가 급락하면서 수출이 줄었다"고 설명했다.

2분기에 이어 3분기에도 한국의 수출 부진은 이어질 전망이다. 반도체 부진은 3분기에도 이어졌다. 지난달 한국의 반도체 수출은 전년 동기 대비 30.5% 빠진 81억달러에 그쳤다. 다만 업계에선 메모리 반도체 수요가 점진적으로 회복되고 있고, 4분기엔 글로벌 IT 업체의 데이터센터에 필요한 반도체 수요가 늘어나 업황이 반등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7월부터 시작된 한·일 간 수출 규제로 인해 대일(對日) 수출은 지난달 전년 동기 대비 6.6% 줄었고, 이달 20일까지는 13.5% 줄며 감소폭이 더 커졌다. 3분기부터는 대미(對美) 수출액도 감소세로 돌아섰다.

상황이 이런데도 우리 정부는 최근 미국·중국·일본·EU 등 기존 '주력 시장'에 대한 수출 비중을 줄이고 개도국에 대한 수출 비중을 크게 늘리겠다고 밝혔다.

허윤 서강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개도국 수출은 우리가 늘리고 싶다고 늘릴 수 있는 게 아니다"라면서 "중장기적으로 기존 선진국과 신흥국에서 모두 수출 경쟁력을 높일 수 있도록 규제 완화에 더 집중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