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일 서울 송파구 문정동 '래미안 라클래시' 모델하우스를 찾은 방문객들이 모형 주택을 살펴보고 있다.

지난 20일 오전 서울 송파구 문정동 '래미안 갤러리'. 강남구 삼성동 상아2차를 재건축해 짓는 '래미안 라클래시'의 모델하우스가 문을 연 이곳 강당에서는 중장년층 위주의 방문객 100여명이 입장을 기다리며 단지 안내 책자를 넘겨보고 있었다. 최근 서울에서 분양한 아파트 모델하우스에 첫날부터 인파(人波)가 대거 몰린 점을 감안하면 차분한 분위기였다.

이 아파트는 강남 재건축 단지 가운데 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 적용을 피해 막차 분양에 나서는 첫 단지다. 당초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분양가 규제를 피해 아파트를 먼저 짓고 분양하는 후(後)분양을 추진했지만, 지난달 분양가 상한제 시행안이 발표되자 '이자비용 등을 따지면 차라리 지금 분양하는 게 낫다'며 선분양으로 돌아섰다. 전용면적 71·84㎡ 총 112가구를 일반에 분양한다.

분양 가격은 3.3㎡당 평균 4750만원. 전용면적 84㎡가 15억~16억원대다. 인근에서 지난해 3월 입주한 같은 면적의 '삼성 센트럴 아이파크'는 두 달 전 22억원대에 실거래 됐고, 매물 호가(呼價)는 24억원이다. 업계에서는 "당첨만 되면 5억~6억원 이상 차익 실현이 가능한 로또 분양"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하지만 10억원 넘는 현금을 동원할 수 있는 무주택 현금 부자만을 위한 잔치라는 지적도 적지 않다. 분양가가 9억원을 넘어 중도금(전체 분양가의 60%) 대출을 한 푼도 받을 수 없기 때문이다. 전용면적 84㎡의 경우 계약금(20%)을 포함해 전체 분양가의 80%에 해당하는 최소 13억원가량을 자력으로 마련해야 한다. 심교언 건국대 교수는 "분양가 및 대출 규제가 현금 부자들이 '로또 분양'으로 더욱 부를 쌓을 수 있는 상황을 제공하고 있다"고 말했다.

분양가 상한제 시행 전 막차 분양은 당분간 계속될 예정이다. 부동산 정보업체 '부동산인포'에 따르면 다음 달까지 서울에서 강남구 역삼동 '역삼 센트럴 아이파크'(개나리4차 재건축), 성북구 보문동 '보문 리슈빌 하우트'(보문2구역 재개발), 서대문구 홍은동 홍은 1구역 재개발 등 6개 단지가 분양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