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업 5년 만에 1조3000억 받고 구글에 회사 매각
이스라엘 기업이 강한 이유 "도전정신·정부 지원"
한국, 스타트업 육성 위해 세제혜택·투자 장려해야

"구글이 웨이즈(waze)를 인수한 것은 구글 맵스보다 사용량·편의성이 뛰어났기 때문입니다. 웨이즈의 성공 비결은 지도, 교통정보 등 모든 데이터를 '크라우드 소싱(crowd sourcing·대중을 제품개발이나 서비스 개선에 참여시키는 것)'으로 확보한 것입니다."

웨이즈는 지난 2008년 이스라엘에서 시작한 스타트업이다. 유리 레빈 등 3명의 공동창업자는 교통정체에 시달리는 운전자들이 어떻게 하면 빠르고 정확하게 목적지에 갈 수 있을지 고민했다. 웨이즈는 사용자들이 직접 제공한 GPS(위성항법장치) 데이터·건의사항을 반영, 창업 5년 만에 5500만명이 쓰는 세계 최대 내비게이션 앱으로 발전했다. 구글은 2013년 당시 107명의 직원이 다니는 웨이즈를 11억달러(약 1조3000억원)에 인수했다.

지난 18일 조선비즈가 주관한 '스마트클라우드쇼 2019' 참석차 방한한 유리 레빈 공동창업자는 "웨이즈는 오늘날 전 세계 100여개국에서 4억명이 쓰고 있다"면서 "(2012년에 창업한 이스라엘 대중교통 지도 앱) 무빗(moovit)은 전 세계적으로 60만명(에디터로 불리는 사용자)이 무료로 지도 수정에 참여하고 있다. 크라우드 소싱을 통해 웨이즈보다 더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고 말했다.

유리 레빈 웨이즈 공동창업자는 지난 18일 서울 소공동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진행된 인터뷰에서 "한국에선 실패를 두려워하기에 기업가들이 날개를 펴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레빈 창업자는 이날 서울 소공동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진행된 인터뷰에서 글로벌 기업들이 이스라엘 기업에 관심을 갖는 이유에 대해 "창업에 실패할수록 성공확률이 높아지는데, 이스라엘에선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고 도전한다"면서 "정부가 우수 인재 양성에 힘을 쏟고 있으며, (투자자를 대상으로) 파격적인 세제혜택을 부여해 창업의 천국으로 불린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 정부가 스타트업 육성에 관심이 많다고 하자 "창업 초창기 기업에 투자를 장려할 수 있도록 정부가 지원해야 한다"면서 "투자자뿐 아니라 (스타트업) 직원에게도 스톡옵션 같은 보상이 주어져야 우수 인력이 유입될 수 있다"고 했다. 다음은 레빈 창업자와의 일문일답.

◇ "스타트업, 세상의 문제 해결하는 방식"

-구글이 웨이즈를 인수했을 때 회사 상황이 어땠나. 왜 구글에 남지 않았나

"2013년 당시 웨이즈의 직원수는 107명이었고, 사용자는 5500만명이었다. 구글 맵스보다 웨이즈가 사용량이나 편의성이 뛰어나 구글이 인수를 결정했다. 나는 구글이 인수한 다음날 바로 웨이즈를 떠났다. 구글 인수 전부터 창업을 생각했고, 스타트업은 나에게 운명과 같다. 세상의 문제를 해결하고 더 나은 세상을 만드는 방식이기 때문이다.

-구글이 어떻게 인수제안을 했나. 6년 전 구글과 현재를 평가한다면.

"(2013년 당시) 다른 잠재적 인수자와 접촉하고 있었는데, 구글이 이메일을 보냈다. 1페이지짜리 인수계약 조건을 제시했고, 일주일 안에 딜(계약)을 끝낼 수 있다고 했다. 실제 구글이 인수하는데 열흘 밖에 안 걸렸다. (구글의 인수금액 11억달러는) 당시 앱 인수 금액으로는 최고였다. 구글은 훌륭한 인수자이다. 왜냐면 인수 후에도 제품이나 운영방식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 구글은 엔지니어링 회사이며, 대규모 스타트업이다. 역사가 20년 밖에 안 됐다. 사용자의 가치창출을 위해 노력하고 더 좋은 세상을 만들기 위해 투자하고 있다."

◇ "대중교통 지도 앱 '무빗', 웨이즈보다 성장속도 빨라"

-창업한 회사 중에 크라우드 소싱 방식을 적용한 회사가 있나.

"(내가 창업한 회사 중) 무빗(moovit)은 참여형 대중교통 지도 앱이다. 사실 웨이즈보다 무빗의 성장속도가 더 빠르다. 무빗은 모든 데이터를 크라우드 소싱으로 확보하는데 전 세계적으로 60만명이 무료로 지도 수정작업에 참여하고 있다. 60만명에 달하는 사용자의 참여는 10만명의 직원을 고용하는 것과 맞먹는 효과를 낼 수 있다."

유리 레빈 웨이즈 공동창업자는 "한국 기업들이 글로벌로 눈을 돌리고 도전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국 기업들이 어떻게 하면 글로벌 무대에서 성공할 수 있을까.

"이스라엘도 그렇지만 한국 내수 시장은 작다. 한국 기업들이 글로벌로 눈을 돌리고 도전해야 하는 이유다. 만약 서울에서 서비스에 성공한다면 그 다음 서비스 지역을 어디로 할 지 고민해야 한다. 중요한 시장이지만 성공하기 쉬운 지역으로 가야 한다. 미국, 중국, 일본은 시장이 크지만 경쟁에서 이기기 쉽지 않은 곳이다. 차라리 프랑스, 스페인, 인도네시아 같은 시장이 경쟁도 덜하고 사용자 수용성도 좋다."

-언제쯤이면 자율주행 시대가 본격적으로 열릴 것이라고 생각하나.

"(자율주행을 위한) 전용차로를 구축하는 것이 중요하다. 자율주행의 문제는 기술이 아니라 운전자(사람)다. 운전자와 자율주행 차량이 같은 도로를 다닌다면 제약요소가 될 것이다. 이들이 공존하다면 (자율주행 시대가 열리는데) 10년은 걸릴 것이다. 사람의 운전행태를 예측하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 "스타트업 직원들에게 스톡옵션 혜택 부여해야"

-글로벌 기업들이 이스라엘 기업 인수에 관심이 많다. 이스라엘 기업의 경쟁력은 무엇인가.

"이스라엘에는 전 세계에서 창업하기에 가장 좋은 생태계가 갖춰져 있다. 이스라엘에서는 실패를 두려워 하지 않고 (창업에) 도전한다. 군복무가 한국처럼 의무인데, (예비창업가들이) 위기를 극복하고 포기하지 않는 정신을 배운다. 정부가 우수 인재를 양성하고 파격적인 세제혜택을 부여하는 것도 장점이다. 이런 창업 생태계 때문에 이스라엘을 창업의 천국이라고 부른다."

-한국 정부도 스타트업 육성에 관심이 많은데.

"스타트업 육성에 성공하기 위해서는 3가지가 통합적으로 이뤄져야 한다. 정부가 창업 초창기 기업에 대한 투자를 장려해야 한다. 예를 들어 투자자가 1달러를 투자하면 정부가 이에 상응하는 금액을 지원한다. 투자자에 대한 세제 혜택뿐 아니라 (우수 인재를 확보할 수 있도록) 직원들에게도 스톡옵션 같은 혜택이 주어져야 한다. 미디어(언론)의 역할도 중요하다. 성공한 기업인뿐 아니라 실패한 기업인도 영웅처럼 다뤄야 한다. 한국에선 실패를 두려워하기에 기업가들이 날개를 펴지 못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