넉달째 하락한 소비자심리지수, 9월 결과에 관심
"체감경기 더 나빠지면 내수경기에 악영향" 분석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올해 한국 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2.4%에서 2.1%로 0.3%P(포인트) 낮추는 등 국내 경기 상황에 대한 비관적인 전망이 확산되는 가운데, 조국 법무부 장관 논란과 경기 북부 지역에서 발생한 아프리카돼지열병(ASF)이 경제 심리를 악화시킬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경제심리가 악화되면 소비자가 지갑을 열지 않아 내수경기가 더 위축될 수 있다.

경제전문가들은 한국은행이 이달 26일 발표하는 ‘9월 소비자 동향조사’ 소비자심리지수(CCSI) 결과를 주목하고 있다. 소비자심리지수는 지난달 4월(101.6) 정점을 찍고 넉 달 연속 내리막을 기록 중이다. 정치·사회 이슈로 혼란이 길어졌을 때 소비자 체감 경기가 악화됐던 과거 사례를 고려하면 이번 조국 장관 논란과 돼지열병이 소비자심리지수를 악화시켰을 것으로 추정된다.

지난 19일 오후 서울대·고려대·연세대 학생들이 각각 교내 광장에 모여 조국 법무부 장관 사퇴를 요구하는 촛불 집회를 열었다. 서울대와 고려대는 이번이 4번째 촛불 집회로 이날 각각 500여명, 300여명이 참여했다. 이날 처음으로 열린 연세대 촛불 집회엔 학생 200여명이 참가했다.

구제역이 전국적으로 확산됐던 2011년 1월 이후 소비자심리지수는 석달 연속 하락했고, 2014년 4월 세월호 사태가 발생했을 당시에도 소비자심리지수는 큰 폭으로 하락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이 추진됐던 2016년 11월부터 2017년 3월까지는 소비자심리지수가 기준치 100을 하회했다. 소비자심리지수가 100 이하로 떨어지는 것은 경기가 나빠질 것이라고 생각하는 소비자가, 그 반대로 생각하는 소비자보다 많다는 의미다.

지난달 말 발표된 8월 소비자심리지수는 지난 7월 대비 3.4포인트 하락한 92.5로,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정국인 2017년 1월(92.4) 이후 2년 7개월 만에 가장 낮은 수준으로 떨어졌다. 현 수준에서 더 내려가면 글로벌 금융위기가 발생했던 2008년 9월(90.7) 이후 최저치를 경신할 수 있다.

소비자 체감경기 악화는 내수를 위축시키는 요인이 될 수 있다. 경제가 나빠질 것이라고 생각하면 지갑을 열려고 하지 않기 때문이다. 실제로 소비자심리지수가 수개월째 하락했을 때 소매판매 등 소비지표 증가율이 둔화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지난 7월 소매판매 증가율이 다섯달만에 마이너스(-0.3%)로 돌아선 배경도 최근의 소비심리 악화 때문인 것으로 전문가들은 진단한다.

특히 자동차 등 내구재 판매가 부진한 것은 소비 경기가 좀처럼 살아나지 않을 것을 시사하는 대목으로 평가된다. 기재부에 따르면 8월 국산 승용차 내수 판매량은 전년대비 6.8% 감소해 5월 이후 넉달 연속 감소세를 이어가고 있다.

한 경제연구원의 고위 관계자는 "경기하강이 장기화되면서 자동차, 가전제품 등 내구재 소비가 급격히 위축되고 있다는 게 감지되고 있다"면서 "이런 상황에서 정치·사회적 혼란으로 소비자 체감경기가 악화되면 내수 회복이 더뎌지게 된다"고 말했다.

소비자심리지수·소매판매 동향(단위 : 포인트, %, 한국은행·통계청 제공)

정부도 돼지열병 등으로 인한 소비자심리 악화 가능성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정부가 돼지열병이 경기북부 이외 지역으로 확산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전력투구하는 것도 경제에 미치는 악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다. 경제총괄 부처인 기획재정부도 돼지열병 발생으로 인한 부정적인 영향에 촉각을 기울이고 있다. 기재부는 20일 발표한 최근의 경제동향(일명 그린북)에서 돼지열병 관련 분석자료를 따로 개재하기도 했다.

기재부는 "돼지열병 발생으로 인한 불안심리 확대로 수요가 급증해 (돼지고기) 도매가가 급등했지만, 소매가는 영향이 미미한 상황"이라며 "강력한 초동 방역조치를 하고 돼지고기 등 축산물 가격불안이 발생하지 않도록 면밀하게 대응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