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계청은 20일 최근의 경기 정점을 2017년 9월로 설정한 배경에 대해 이 시기부터 전 세계적으로 수출이 둔화되는 등 대외여건이 악화됐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또 지난해 하반기부터 글로벌 반도체 업황 부진과 미중 무역분쟁 심화 등으로 국내경기 위축이 본격화됐다고 판단했다.
안형준 통계청 경제동향통계심의관은 이날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제10차 경기종합지수 개편 결과 및 최근의 기준순환일 설정 관련 브리핑에서 "이날 열린 국가통계위원회 경제통계분과위원회에서 2017년 9월을 경기 정점으로 잠정 설정하기로 결정했다"면서 이같이 밝혔다. 현재 우리나라 경기는 2013년 3월 저점에서 시작된 제11순환기에 속해 있다. 저점 이후 54개월간 경기상승세가 지속됐고 2017년 9월 정점을 찍은 이후 경기 하강이 이어지고 있다.
앞서 지난 6월 열린 회의에서도 같은 내용이 논의됐지만 판정이 보류됐다. 안 심의관은 "당시에는 정점인 2017년 9월 이후 시간이 얼마 지나지 않아 신중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이 있었고, 국내총생산(GDP) 순환변동치를 더 참고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도 있었다"면서 "최근 지표를 반영한 결과 2017년 9월이 정점이라는 점이 명확해졌고 이에 대해 위원이나 전문가들의 이견은 없었다"고 말했다.
통계청에 따르면 우리나라 경기는 유럽 재정위기 여파로 2013년 3월 저점을 찍은 이후 내수를 중심으로 회복되다가 세월호 사태와 메르스 발생 등을 맞아 일시적으로 위축됐으며, 이후 2016~2017년 건설경기 호황에 힘입어 전체 경기도 크게 확장됐다. 그러다 2017년 4분기 전 세계적으로 수출과 생산이 둔화되면서 그해 9월 정점을 찍고 하강하기 시작했다.
안 심의관은 "세계적으로도 주요 국가의 경제동향이 동조되고 있어, 각국의 경기 정점이 2017년 말~2018년 초에 집중돼 있다"면서 "독일과 일본 등은 우리나라와 정점이 한두달 차이나는 정도며, 그만큼 대외환경 악화가 (경기를 끌어내리는 데)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말했다.
여기에 2017년 하반기부터 건설경기가 둔화되기 시작한 것도 관련이 있을 것이란 분석이다. 2017년 8월 정부가 투기과열지구 지정 등 강도 높은 규제를 담은 '8·2부동산 대책'을 내놓았으며 이후에도 각종 규제가 이어지고 있다. 안 심의관은 "경기 정점 직전까지 상승기를 버텨준 것은 건설경기"라고 설명했다.
정점을 찍은 이후 경기 위축이 본격화되기 시작한 것은 지난해 하반기라고 통계청은 판단했다. 2017년 9월 이후 조정국면이 시작된 가운데 지난해 들어 세계 경제성장률이 둔화되기 시작했고, 특히 2018년 말부터 미중 무역갈등과 글로벌 반도체 업황이 악화되면서 악화가 본격화됐다는 설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