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과의 소통을 중시하겠다"라고 강조했던 박원순 시장이 서울 광화문광장 재구조화 공사를 놓고 정작 불통의 아이콘이 됐다. 중앙정부, 시민과의 협의 없이 무리하게 계획을 내놓으며 사업 추진에 혼선이 빚어지면서 공사 추진과 시기마저 불확실해졌다.

올해 1월 발표한 서울 광화문광장 재조성 조감도.

박원순 시장은 19일 광화문광장 재조성 공사 관련 기자간담회에서 "서울시는 지난 3년간 100여회에 걸쳐 시민 논의를 축적했지만, 그럼에도 다양한 문제 제기가 있다"며 "사업 시기에 연연하지 않겠다"고 했다. 2021년 착공 예정이었던 광화문광장 재조성 공사를 사실상 연기한 것이다.

서울시는 이날 공사를 언제 추진할지 명확하게 내놓지 않았고, 기존에 내놓았던 설계안도 확정되지 않은 것이라고 밝혔다. 사실상 광화문광장 재조성 공사의 추진 동력이 떨어진 것으로 보인다.

광화문광장 재조성 공사 혼선은 예상된 일이었다. 앞서 서울시는 1월 21일 광화문광장 재구조화 설계안(국제설계공모 당선작)을 발표했다. 광화문광장이 서울지하철 1·2호선 시청역과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 A노선 등 5개 노선과 연결되고 세종문화회관 앞 도로를 광장으로 편입하는 게 핵심 내용이었다. 서울시는 올해 안으로 설계를 마무리해 2021년 5월에 준공 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행정안전부는 이틀 뒤인 23일 이 설계안이 행안부와 합의되지 않은 내용이라고 밝혔다. 서울시 발표대로라면 서울청사 주변이 도로가 돼 청사를 이용할 수 없게 된다는 것이었다. 당시 행안부 수장이었던 김부겸 장관은 "서울시와 협의 과정에서 안 된다고 수차례 얘기했는데, 그냥 발표했다"라고 했고, 박 시장은 "정부, 특히 청와대와 협력해서 추진해왔던 일"이라며 맞섰다.

박 시장과 김 장관이 충돌한 모양새로 비치기까지 했다. 그러다 5월 서울시가 경복궁 앞 도로인 종로구 사직로를 없애고 6차로 우회 도로를 기존 안대로 만들기로 하면서 행안부와의 갈등도 사그라질 것으로 보였다. 4월 진영 행안부 장관이 취임한 이후 행안부와 서울시 간 협의도 이뤄진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7월 행안부가 광화문광장 재조성 착공 연기를 요구하는 공문을 보내면서 양측의 갈등이 다시 불거졌다. 그러자 서울시는 긴급기자회견을 열고 행안부를 공개적으로 비판했다. 진희선 서울시 행정2부시장은 "행안부 요구를 다 수용했는데도 공문까지 보내 반대하는 이유를 납득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하지만 시민단체와 주민들의 반발까지 이어졌고 결국 서울시도 더는 계획대로 추진하지 못하고 광화문광장 재조성 공사 일정을 미루게 됐다. 박 시장 임기 내에 새로운 광화문광장을 선보이려던 계획도 차질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익명을 요구한 부동산업계 관계자는 "주변 상황에 대한 고려없이 박 시장의 욕심만 보고 밀어붙였던 여의도·용산 마스터플랜과 같은 사례 아니겠느냐"며 "이런 대형 계획이 오락가락하게 되면 시민들 사이에서 혼선만 커진다"고 말했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정치인이나 기관이 앞장서서 추진하게 되면 분명히 나중에 조성 계획도 다 바뀔 공산이 있다"라며 "시민이 원하는 광화문광장이 무엇인지 근원적으로 생각해야 하며, 이에 대한 합의를 먼저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